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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바이오젠의 알츠하이머 치료제 임상 3상 중단 소식 여파에 무너졌던 바이오주가 회복세로 돌아섰다. 지난 25일 오후 늦게 국회 법안소위를 통과한 첨단바이오법의 영향으로 보인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첨단재생의료 및 첨단바이오의약품에 관한 법률안(이하 첨단바이오법)'이 통과되면서 최근 부진했던 바이오주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는 지난 25일 오후 이명수 위원장이 제출한 첨단바이오법을 수정 의결했다. 바이오 업계의 숙원 법안이었던 첨단바이오법이 통과되면서 바이오의약품의 시장 진입을 최대 4년 앞당길 수 있게 됐다.
이번 법안소위 통과 이후 해당 법안은 국회 보건복지위 전체회의와 법제사법위원회, 본회의 등을 거치게 된다. 큰 이변이 없는 한, 이번 회기 내에 순조롭게 제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바이오의약품협회 관계자는 "첨단 바이오법은 기존 화학합성의약품 위주의 약사법 규제에서 벗어나 바이오의약품의 특수성을 안전관리체계에 반영하기 위한 든든한 울타리"라며 "하루 속히 첨단 바이오법이 제정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기대감이 시장에도 반영됐다. 외부 요인으로 주저앉았던 바이오주가 일부 오르기 시작한 것이다.
26일 오전 11시 40분 기준으로 마크로젠은 전일 대비 2.05%(700원) 오른 3만 4850원, 테라젠이텍스는 1.41%(150원) 오른 1만 800원에 거래됐다. 같은 시간 바이로메드(3.83%), 에이치엘비(2.95%), 에이비엘바이오(2.22%) 등도 강세를 보였다.
그간 국내 바이오 업체들의 주가는 글로벌 제약사들의 잇단 알츠하이머 치료제 개발 실패 소식 여파로 줄줄이 하락했었다.
미국 바이오젠은 지난 21일(현지시간) 알츠하이머 치료제 '아두카누맙'의 임상 3상 중단 소식을 밝히면서 주가가 29.23% 폭락하고 약 180억 달러(약 20조원)의 시가총액이 증발했다. 바이오젠과 함께 '아두카투맙'을 개발했던 일본 제약사 에자이의 주가도 이날 16.55%나 급락했다.
이에 국내 바이오 업체들도 주가에 타격을 입었다.
아두카두맙을 생산할 가능성이 높았던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 22일 주가가 2.87% 하락한 이후 약세를 이어갔다. 당초 시장에서는 바이오젠의 아두카누맙의 개발이 성공하면 삼성바이오로직스의 4공장 증설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했었다.
하지만 레고켐바이오사이언스와 올릭스는 최근 기술이전 호재에도 불구하고 급락했다.
레고켐바이오는 지난 22일 미국 제약사 밀레니엄 파마슈티컬에 ADC 원천기술인 'ConjuALL'을 이전하는 4900억원대 규모의 계약을 체결했다. 해당 계약으로 레고켐바이오는 725만 달러(82억원)를 선급금과 단기 마일스톤으로 받고, 개발 단계에 따라 추가로 총 3억 9675만 달러(4466억원)를 기술료로 지급 받는다. 반환 의무가 없는 계약금과 단기 마일스톤의 비중은 1.8%다.
앞서 올릭스는 지난 18일 프랑스 안과전문기업 떼아와 건성·습성 황반변성치료제 'OLX301A'의 유럽 중동 아프리카 지역에 대한 기술수출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해당 계약은 총 6300만 유로(약 800억원) 규모로, 이 중 반환의무 없는 계약금은 200만 유로(26억원)다.
이 같은 기술수출 호재에도 불구하고 레고켐바이오는 지난 22일 전일 대비 7.42%(4400원) 하락한 데 이어 25일에도 6.56%(3600원)나 하락했다. 올릭스도 지난 22일 전일 대비 3.72%(2300원) 하락하고 다음 거래일에는 4.37%(2600원) 떨어졌다.
다만, 이러한 주가 하락은 외부적 요인으로 인한 일시적 영향인 만큼, 26일부터는 완연한 회복세로 돌아섰다.
레고켐바이오는 26일 오전 11시40분 기준으로 전일 대비 3.70%(1900원) 오른 5만 3200원에 거래되고 있다. 같은 시간 올릭스는 전일 대비 5.45%(3100원) 오른 6만원에 거래됐다.
오는 29일부터 내달 3일까지 진행될 미국암학회(AACR)가 제약·바이오 주가 상승에 힘을 보탤지 기대된다.
AACR에 참여할 예정인 제약·바이오 업체는 유한양행, 한미약품, 동아에스티, 종근당, GC녹십자, 코오롱생명과학, 엔지켐생명과학, 신라젠, 에이치엘비, 오스코텍, 삼진제약, 유틸렉스, 셀리버리 등이다.
허혜민 키움증권 연구원은 "AACR이 개최되나 초록 발표에서 이미 주가가 반영됐다"면서도 "연이은 기술 수출 소식은 국내 제약·바이오 업체들의 기술이 해외에서 인정받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R&D 펀더멘털은 점점 좋아지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