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주액 47억달러, '반토막'… 상위 10위 업체 9곳 '마이너스'연간 수주목표 달성 '적신호'… 원달러 환율까지 더해 '안갯속'국내 주택경기 침체 속 해외 저변 확대 나섰지만… "불안감 확산"
  • ▲ 자료사진. 대우건설 모로코 조르프 라스파 발전소 공사 현장. ⓒ대우건설
    ▲ 자료사진. 대우건설 모로코 조르프 라스파 발전소 공사 현장. ⓒ대우건설

    1분기 해외건설 수주시장이 사실상 마감된 가운데 13년 만의 최악의 스타트를 기록하면서 국내 건설사들의 수주목표 달성에 빨간불이 켜졌다. 여기에 연초부터 요동치는 원달러 환율로 한 치 앞을 알 수 없게 됐다. 국내 주택 경기 침체로 해외 저변 확대를 고대하던 건설업계에서는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29일 해외건설종합정보서비스 분석 결과 올 들어 현재까지 신규 해외수주액은 모두 47억달러로, 2006년 53억달러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91억달러에 비해서는 48.2%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 기간 수주액 상위 10개 건설사 기준으로는 84억달러에서 31억달러로 62.4% 급감했다.

    9259만달러를 기록했던 한신공영의 경우 올 들어 아직까지 마수걸이 수주 신고를 하지 못했으며 △쌍용건설 - 99.4% △삼성엔지니어링 -97.4% △현대건설 -94.6% 등이 수주액 감소폭이 컸다.

    △대우건설 -88.0% △포스코건설 -87.8% △SK건설 -80.4% 역시 마찬가지. 10곳 중 GS건설만이 유일하게 3.75배 증가하면서 올해 최고 수주액(15억달러)을 기록 중이다.

    중동에서의 수주액 급감으로 아시아 쏠림 현상은 더 심해졌다. 아시아 지역 수주액은 30억달러로, 전체 물량의 63.9%를 차지했다. 3건 중 2건이 아시아 시장 물량인 셈이다.

    중동 지역의 경우 대형 프로젝트 발주가 지연되면서 수주액이 많이 줄었다. 중동 수주액은 7억6080만달러로, 지난해 28억달러에 비해 72.9% 급감했다. 지난해 2억달러 수준이었던 태평양·북미 및 유럽 수주 7억8454만달러와 비슷하다.

    이밖에 아프리카(8782만달러)와 중남미(7005만달러)의 경우 1억달러에도 못 미치는 실적을 보였다.

    같은 기간 전체 수주건수도 164건에서 127건으로 22.5% 감소했으며 진출국가 수(68개국), 진출업체 수(197개사) 역시 6.84%, 16.1% 각각 줄어들었다.

    증권가에서는 중국과 미국 간의 무역전쟁, 글로벌 경기 침체 등이 겹치면서 대형 프로젝트 발주가 더뎌져 수주도 급감했다고 보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2월 중동 건설 발주액은 67억달러로, 1월보다 36% 줄어들었다. 지난해 2월 144억달러의 절반 수준이다.

    이광수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자금 조달 지연 등의 이유로 주요국 대형 프로젝트 발주가 연기되고 있다"며 "사우디아라비아와 UAE의 발주 예정 프로젝트 중 자금 조달에 실패해 발주와 건설을 중단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장문준 KB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중동 주요 국가들이 다운스트림 확장 의지를 강화하고 있으나, 아직 초기 단계인 프로젝트가 많다보니 실질적 발주 규모 증가로 이어지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 ▲ 자료사진. 대림산업이 시공 중인 브루나이 템브롱대교. ⓒ대림산업
    ▲ 자료사진. 대림산업이 시공 중인 브루나이 템브롱대교. ⓒ대림산업

    상황이 이렇자 연초 건설사들의 설정했던 목표치 달성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현대건설은 올해 해외수주 목표로 연결 기준 13조1000억원, 별도 기준 7조7000억원을 제시했다 이는 지난해 연결 기준 7조1000억원, 별도 기준 2조4000억원에 비해 각각 84.5%, 3.20배 증가한 수치다.

    GS건설은 3조5000억원을 제시했다. 이는 지난해 달성한 금액 2조4000억원에 비해 45.8% 늘어난 수준이다. 대우건설도 지난해 달성한 1조7000억원에 비해 88.2% 증가한 3조2000억원을 목표로 삼았다.

    지난해 2011년 이후 9년 만에 '해외수주 킹' 자리에 복귀했던 삼성ENG의 경우 올해 수주목표액을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으로 책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최근 글로벌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원달러 환율의 변동성이 극심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은행 자료를 보면 지난달 말 1117원에서 시작한 원달러 환율은 이달 중순 1136원을 넘기면서 상승을 지속했다. 그러나 지난주 1125원대로 하락한 이후 이번 주 들어서 1130원대로 올라서며 소폭 등락을 반복하고 있다.

    이처럼 변동폭이 심해진 이유는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영국 브렉시트(Brexit) 합의안 부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금리동결, 장·단기 금리역전 등 글로벌 대형 이벤트가 잇따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환율에 큰 영향을 받는 해외건설업계로서는 향방을 섣불리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대형건설 A사 관계자는 "올 상반기 달러 강세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하기는 했지만, 변동폭이 이 정도로 심할 줄은 몰랐다"며 "수주 자체가 단기적인 환율 변동에 큰 영향을 받지는 않지만, 향후 방향성을 설정해야 하기 때문에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비용 부담으로 환헤지를 하지 않는 중견·중소건설사의 경우 환차손에 따른 수익성 악화가 우려된다.

    중견건설 B사 관계자는 "대형사의 경우 애초에 환율을 보수적으로 평가해 사업계획을 짜는데다 환헤지까지 실시하지만, 중견·중소사는 다르다"며 "원화 강세가 나타나면 해외수주시 경쟁국들에 비해 가격경쟁력 면에서 떨어질 수 있어 신규수주에 부담이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