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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여간 기다려온 첨단바이오법이 이번에도 불발되자 희귀·난치질환자 가족들이 분개하고 있다.
8일 국회와 업계에 따르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지난 4일 '첨단재생의료 및 첨단바이오의약품 안전 및 지원에 관한 법률안(이하 첨단바이오법)'을 법사위 법안심사 제2소위원회에 회부하기로 결정했다.
첨단바이오법은 ▲희귀질환 바이오의약품 우선 심사 ▲개발사 맞춤형 단계별 사전 심사 ▲유효성이 충분히 입증된 경우 조건부 허가 등이 핵심이다. 바이오 업계에서는 첨단바이오법을 통해 바이오의약품 개발 기간이 4~5년 단축되고, 희귀질환자의 치료 기회가 확대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첨단바이오법 통과를 위한 이의경 식약처장의 적극적인 설득에도 불구하고, 오신환 바른미래당 의원은 "법 체계상 모호성이 있다"며 첨단바이오법을 제2소위로 회부했다.
첨단바이오법 통과를 간절히 기다려왔던 희귀·난치병 및 중대질환자와 그 가족들은 분통을 터트리고 있다. 당초 해당 법안이 급물살을 타면서 순조롭게 통과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했던 만큼 실망감도 컸다.
오신환 의원실에는 환자와 그 가족들뿐 아니라 관련 업계 투자자들의 항의전화가 빗발쳤다는 후문이다. 거센 비난에 부딪히자, 오 의원은 지난 5일 오후 5시25분에 급히 해명문을 올렸다.
오 의원은 "당초 저의 취지와는 다르게 마치 제가 첨단바이오법의 처리를 막고 있다는 식으로 잘못 알려진 부분이 있어 설명을 드린다"며 "첨단바이오법을 제정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가 아니라, 현행법에 규정돼 있는 보다 객관적인 기준을 활용해 첨단바이오법이 안전하게 시행되길 바라는 차원이었다"고 해명했다. 이어 "4월 국회가 열리면 조속한 시일 내에 다시 심의가 이뤄져 처리되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환자 가족들의 반응은 냉담했다. 오 의원이 제2소위에 속해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직 제2소위 날짜는 정해지지 않았다.
한 희귀·난치질환자 가족은 "이 법안은 현실 속에서 아무리 찾아봐도 어떠한 답도 발견하지 못한 환자들에게 국가에서 보장해줘야 할 당연한 권리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다"며 "희귀·난치병 환자들에게 '오남용'이란 말은 없다. 그저 마지막 발악이고, 마지막 시도일 뿐"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다른 환자 가족도 "제2소위에 다시 가서 시간이 지체되면 치료시기를 놓치는 사람은 어쩌라는 것이냐"며 "몇 년 동안 법 통과를 기다리고 참아온 환자나 가족을 이런 식으로 참담하게 만드냐"고 토로했다.
이처럼 이들이 분노하는 이유는 매년 1만명 이상의 국내 환자들이 비싼 경비를 들여가며 일본에서 줄기세포 원정치료를 받는 현실과도 연관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이번 일로 인해 첨단바이오법의 적용 범위를 중대질환, 희귀질환, 감염병에서 희귀질환으로 한정하려는 것에 아니냐는 의혹도 일었다. 이들은 첨단바이오법의 적용 범위를 줄이는 것에 대해서도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적용 대상을 희귀질환으로 한정할 경우 환자수가 적기 때문에 연구·개발에 뛰어드는 바이오 기업이 거의 없을 것이라는 우려에서다.
첨단바이오법은 지난달 25일 수정 의결되면서 이미 조건부 허가 범위가 ▲대체치료제가 없고 생명을 위협하는 암 등 중대한 질환 ▲희귀질환 ▲감염병으로 축소된 바 있다. 원안에 있던 ▲일상기능을 수행하는 데 심각한 지장을 주는 비가역적 질병 ▲만성·재발성 질병을 제외하면서 '반쪽짜리 법'이라는 지적도 일부 있었다.
오 의원측에서는 첨단바이오법 적용 대상 축소 우려에 대해서는 그럴 계획이 없다고 일축했다. 또한 오 의원이 제2소위 멤버는 아니지만,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간사이기 때문에 안건조정 등을 통해 충분히 첨단바이오법 제정을 앞당길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르면 이달 내에도 첨단바이오법 제정이 가능하다는 게 오신환 의원실의 전망이다. 바이오 업계에서도 8일 국회가 다시 본회의를 열며 '4월 국회'에 돌입한 만큼, 이달 내에 첨단바이오법이 통과되길 기대하는 눈치다.
오신환 의원실 관계자는 "저희들은 어떻게든 충분히 첨단바이오법 제정을 빨리 할 수 있다고 보는 입장"이라며 "빨리 부처들이랑 의견 조율해서 국민들이 안전하게 첨단바이오법을 적용받을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