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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중국의 무역갈등 속에 우리나라 원화가치만 떨어지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이달 1165.7원(2일 기준)으로 시작했지만 일주일 사이 11.3원 상승해 10일 1177원으로 마감했다.
전문가들은 중국의 보복관세가 시작될 경우 원·달러 환율은 1200원까지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미 중국은 보복카드로 미국 국채 매각과 위안화 평가절하 등을 만지작 거리고 있다.
시장에선 정부가 재정정책보다 금리인하 등 통화정책 변화로 위기를 돌파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韓 경제 체력 한계…통화정책 변화 필요
시장에선 올해 원·달러 환율이 1180원선에서 안착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다. 하지만 최근 급격한 변화로 1200원선까지 방어선을 내렸다.
KEB하나은행 서정훈 연구위원은 “지금과 같이 미국과 중국, 모두 갈등 양상을 보인다면 1190원을 넘어 1200원까지 가능성을 열어둘 필요가 있다”라며 “외환당국이 위기감을 느끼고 강하게 어필하고 있지만 우리나라 경제가 받쳐줄 체력이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서 연구위원은 “오히려 미국보다 먼저 금리인하를 추진해 경제 체력을 쌓은 뒤 떠나간 외국인 자본을 끌어오는 형식이 경제를 빠르게 회복하는 길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 정부는 6조7000억원의 추가경정예산안을 내놨지만 국회 표류 중이다. 추경이 국회 통과해도 바로 경제가 안정되는 것은 아니다.
지난해도 수 조원의 추경을 편성했지만 우리나라의 1분기 경제성장률은 전분기 대비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했다.
반면 미국은 이번 무역분쟁으로 자국내 경기가 하락할 것을 예견하고 내년 금리인하를 검토 중이다.
이처럼 우리나라는 대외변수에 의해 일희일비하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재정정책보다 통화정책이 현재 시점에선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한국은행 조동철 금융통화위원도 최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지나치게 낮은 인플레이션을 우려해야 할 시점에 이르고 있다”며 저물가 탈출을 위해 금리인하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내놓기도 했다. -
통화정책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지만, 금융당국은 꿈적도 하지 않고 있다.
지난 12일 일요일, 이례적으로 금융감독원은 유광열 수석부원장 주재로 ‘시장상황 점검회의’를 진행했지만 우리나라 금융시장은 안정하다는 입장을 내놨다.
유광열 수석부원장은 “점검 결과, 미중 협상 첫날에는 국내외 금융시장이 다소 불안한 모습을 보였지만 이후에는 무역협상 지속에 대한 긍정적 기대로 불안심리가 완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국내 증시에 대한 외국인 투자도 안정적인 모습을 보였으며 국내 은행의 외화유동성커버리지비율도 규제 비율을 모두 상회하고 있는 만큼 미국과 중국의 논의상황을 차분히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은행 이주열 총재도 지난 10일 점검회의를 개최하고 “미중 무역협상 관련 불확실성이 한층 커진 것이 사실이나 그와 동시에 협상타결을 위한 노력이 계속될 것이라는 기대가 높은 만큼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같은 긍정적인 생각은 미국과 중국, 두 나라의 협상이 원만히 마무리됐을 때다.
국제금융센터는 “협상 재개 가능성이 남아 있는 것은 긍정적이지만 단기간 내 타결을 낙관하기 어렵다”라며 “금융시장에 선반영됐던 타결 기대감의 조정이 마무리되지 않은 것으로 보여 이벤트 및 뉴스에 따라서는 금융시장 발작이 수시로 발생할 우려가 있다”는 입장을 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