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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달러 환율이 1200원대에 바짝 다가서면서 고환율이 우리 수출에 어떤 영향을 줄지 관심이 집중된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통상 환율이 오르면 수출품의 달러화 표시 가격이 내리기 때문에 가격경쟁력이 생기면서 수출 물량이 늘고 수출액도 확대된다. 단 가격이 하락했을 때 물량이 얼마나 늘어나느냐에 따라 환율이 수출에 미치는 영향은 달라진다.
2017년 원‧달러 환율이 1200원선을 넘었을 때, 고환율과 글로벌 경기 회복, 반도체 호조 덕에 수출도 급증했다. 우리나라의 2017년 1분기 수출액은 1323억달러로 전년보다 14.9% 늘었다.
국제통화기금(IMF)도 통화의 실질 가치가 10% 낮아지면 순수출이 국내총생산(GDP)의 1.5%가량 늘어난다고 분석한 바 있다. 통화가치 절하가 수출에 미치는 파급효과는 선진국과 신흥국을 가리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환율 급등세가 수출 반등으로 바로 이어지는 가설이 이변에도 유효할지에 대해서는 이견이 많다.
19일 한국은행 BOK경제연구의 '국면전환을 고려한 수출변화에 관한 실증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수출 수축기에는 실질실효환율 하락이 수출에 미치는 긍정적인 영향이 통계적으로 분명히 나타나지 않았다. 수출 수축기에 물량이 크게 늘어나지 않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수출 확장기에는 원화의 실질실효환율이 1%포인트 하락하면 수출 증가율이 1.67%포인트 상승한 것과 대조적이다. 여기서 실효환율이란 미국, 중국 등 교역상대국 통화에 견준 원화의 실제 가치를 이른다.
자본시장연구원이 최근 내놓은 '환율이 수출 및 내수에 미친 영향에 대한 재고찰' 보고서에서는 "2000년대 이후 수출에는 환율 상승보다 글로벌 경기가 더 큰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1999∼2007년에는 원화가 4.9% 절상됐으나 수출 증가율은 연평균 12.7%로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반면 2008∼2017년에는 원화가 1.6% 절하됐음에도 불구하고 수출 증가율은 5.2%에 머물렀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에는 원화 가치가 낮아졌지만 수출 증가세는 오히려 꺾였다.
반도체 등 주력 제조업은 국제시장 가격보다 글로벌 수요가 수출 물량에 미치는 영향이 더 큰 탓이다.
아울러 스마트폰 생산 공장 등이 해외로 이전하면서 현지 통화 혹은 달러화로 거래가 이뤄지기 때문에 원‧달러 환율 상승이 가격 경쟁력에 미치는 영향도 줄어들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이 2017년 발표한 '환율변화가 한국기업에 미치는 영향분석과 정책적 시사점' 보고서도 환율 상승이 오히려 수출을 감소시킬 수 있다고도 봤다.
여기에 미중 무역갈등으로 중국 경기에 대한 우려가 커진 점도 수출 반등을 낙관하기 어려운 이유중 하나다.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가격 경쟁력보다는 브랜드 경쟁력, 기술 수준 등 비가격경쟁력이 수출에 더 중요하다"며 "한국기업들의 비가격경쟁력이 크지 않기 때문에 앞으로 수출 반등을 낙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