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시내면세점 신규 특허 발표… 서울 시내면세점 16개로 늘어나"이미 포화 상태"… 기존 면세사업자 '치킨 게임' 우려따이궁 의존도 높은 면세 시장 '기형적인 구조'란 지적도
  • ▲ 정부의 시내면세점 신규 특허 발표에 면세업계의 셈법이 복잡하다. 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추가 신규 매장이 필요하지만, 중국 단체관광객 대신 ‘따이궁(보따리상)’에 의존하는 현재 상황으로서는 수익성을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뉴데일리 DB
    ▲ 정부의 시내면세점 신규 특허 발표에 면세업계의 셈법이 복잡하다. 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추가 신규 매장이 필요하지만, 중국 단체관광객 대신 ‘따이궁(보따리상)’에 의존하는 현재 상황으로서는 수익성을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뉴데일리 DB
    정부의 시내면세점 신규 특허 발표에 면세업계의 셈법이 복잡하다. 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추가 신규 매장이 필요하지만, 중국 단체관광객 대신 ‘따이궁(보따리상)’에 의존하는 현재 상황으로서는 수익성을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1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14일 서울지방조달청에서 보세판매장(면세점) 제도운영위원회를 열어 대기업 시내면세점 신규특허를 추가로 5개 허용하기로 결정했다. 지역별로는 서울 3개, 인천 1개, 광주 1개다. 충남 지역에는 개별 중소·중견기업 시내면세점 1개 특허 발급이 가능하다.

    대기업 면세점의 경우 지역별 면세점 매출액이 전년대비 2000억원 이상 증가하거나, 외국인 관광객이 20만명 이상 증가했을 경우 신규 특허를 낼 수 있다. 관세청은 위원회 심의결과를 바탕으로 이달 안에 지역별 특허 신청 공고를 낸 후 오는 11월 최종 사업자를 선정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서울 시내면세점은 올해 총 16개로 늘어날 전망이다. 4년 전인 2015년(6개)와 비교했을 때 3배 가량 늘어난 규모다.

    신규 면세점 추가에 기존 면세사업자들은 “검토 중”이라는 입장을 고수 중이지만, ‘치킨게임’을 우려하고 있다. 기존 시내면세점이 부진을 면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새로운 사업자 선정은 경쟁을 더 치열하게 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특히 업체들은 요즘 같은 분위기에서 면세점을 추가로 늘릴 경우 국내 면세점 시장이 더 왜곡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업계에 따르면 최근 강남 등에 신규 면세점이 문을 열면서 일부 업체가 따이공에게 더 높은 수수료율을 제시하는 등 제 살 깎아먹기식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이처럼 비정상적인 가격경쟁이 치열해질 경우 대기업이 운영하는 면세점은 어느 정도 버틸 수 있겠지만 자금력이 부족한 중소·중견 면세점들은 점차 설자리를 잃을 수밖에 없다. 

    실제로 SM면세점은 2018년 매출 1014억원, 영업손실 138억원을 기록했다. 최근 3년간 700억원에 육박하는 누적 손실을 봤다.

    두산그룹 오너 4세인 박서원 두산 전무가 진두지휘하는 두타면세점도 3년간 600억원대의 적자를 봤다. 2018년 11월 서울 강남 코엑스에 첫 매장을 연 현대백화점면세점도 오픈 첫해 418억원의 손실을 내며 시련을 맞았다.
  • ▲ ⓒ뉴데일리 DB
    ▲ ⓒ뉴데일리 DB
    이런 상황에도 롯데면세점·신라면세점·신세계면세점·현대백화점면세점 등 주요 면세 사업자들은 신규 특허 입찰에 대부분 나설 수밖에 없다. 만약 신규 사업장을 다른 업체에 내주게 되면 시장 점유율에서 밀리게 되기 때문이다. 시장 점유율에서 밀리면 명품과 화장품 등 입점 브랜드 업체에 대한 바잉파워(구매 협상력)이 떨어진다.

    한 대형 면세점 관계자는 “서울시내 면세점은 포화상태에 이르렀다”며 “신규 면세점은 오픈 초기 시장 안착을 위해 송객 수수료에 돈을 쏟아붓는 데 이 같은 출혈경쟁은 고스란히 면세업계 수익성 악화로 이어진다”고 했다.

    중소·중견 면세점의 걱정은 더욱 깊다. 한 중견 면세점 관계자는 “입국장 면세점이 시작된 상황에서 시내면세점까지 새로운 사업자가 생기면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며 “잘못된 정책에 중소·중견 면세점의 어려움만 더욱 가중되고 있다”며 한숨을 쉬었다.

    실제로 지난 2016년 신세계면세점이 서울시내에 처음으로 문을 열었을 때 경쟁이 심화되면서 송객 수수료가 일부 30~40%까지 치솟았다. 내년에 신규 사업자가 대거 진입할 경우 이 같은 경쟁이 또다시 재연될 가능성이 높다. 매출의 대부분이 일반 관광객이 아닌 다이궁 매출이기 때문에 수익성이 갈수록 뒷걸음질쳐 ‘속 빈 강정’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결국, 비슷한 점포를 만들어놓고 앉아서 중국인 큰손들이 돌아오기만을 바란다면 우리나라 관광산업과 면세점 시장에 미래는 없다는 자성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갤러리아면세점과 같은 상황이 조만간 또 나올 수 있다는 우려가 업계에 퍼져있는 상황에서 과거처럼 무작정 추가 특허권 획득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며 “추가 특허를 따내는 것이 축하할 일이지도 모르겠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