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국장 인도장 두고 정부·중소기업 입장차 '뚜렷'소비자, 인터넷 면세점 구매 대세 됐는데 입국장 인도장 없어 불편중소·중기免 "빅3 대기업 과점 더 심화될 수 있어"
  • ▲ 면세점에서 구입한 상품을 귀국할 때 찾을 수 있도록 하는 ‘입국장 인도장’ 도입이 추진된다. 입국장 면세점에 이어 인도장까지 설치하도록 입법이 진행되면서 해외 여행객의 면세점 쇼핑이 한층 수월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연합뉴스
    ▲ 면세점에서 구입한 상품을 귀국할 때 찾을 수 있도록 하는 ‘입국장 인도장’ 도입이 추진된다. 입국장 면세점에 이어 인도장까지 설치하도록 입법이 진행되면서 해외 여행객의 면세점 쇼핑이 한층 수월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연합뉴스
    면세점에서 구입한 상품을 귀국할 때 찾을 수 있도록 하는 ‘입국장 인도장’ 도입이 추진된다. 입국장 면세점에 이어 인도장까지 설치하도록 입법이 진행되면서 해외 여행객의 면세점 쇼핑이 한층 수월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중소·중견 면세점들은 인도장 도입을 반대하고 나섰다. 입국장 면세점이 부진한 실적을 기록하고 있는 상황에서 인도장까지 설치되면 대기업 면세점들의 과점이 더욱 심해져 생존 위기에 내몰릴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25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공항 입국장에 면세품 인도장 설치를 골자로 하는 관세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이번 법안은 여야의 큰 이견이 없어 본회의 통과가 유력한 상황이다.

    기획재정부는 올해 6월 ‘입국장 면세품 인도장 도입에 대한 연구(한국조세재정연구원)’를 기획재정위원회에 제출했다. 당시 내용에 따르면 입국장 면세품 인도장 도입이 필요하다는 의견(국민 76.1%, 전문가 73.8%)이 과반수를 넘은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는 공항 등의 출국장에 인도장이 설치돼 해외로 출국할 때 면세품을 찾으면서 무거운 면세품을 여행 기간 내내 갖고 다니는 불편함이 있었다. 휴가철 등 해외여행 성수기마다 출국장 인도장이 크게 붐비면서 매년 면세품 인도 대란이 벌어지는 상황이다.

    이렇다 보니 소비자들도 입국장 인도장 도입을 크게 반기고 있다. 최근 수년간 시내면세점이 급증한데다, 인터넷면세점 구매가 확대되면서 인도장 이용객은 급증하고 있다. 국내 면세 사업자의 인터넷면세점 매출 비중은 최근 30% 가량까지 늘었다.

    대기업 면세업체들도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시내 면세점이나 온라인 면세점에서 구매한 면세품을 입국장 인도장에서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소비자의 편의를 높일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대안일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9대2의 경쟁률을 뚫고 입국장 면세점 사업자로 선정됐던 에스엠면세점과 엔타스듀티프리의 입장은 다르다. 입국장 인도장이 생긴다면 입국장 면세점의 역할이 축소될 수 있어 대기업들과의 생존경쟁에 내몰릴 가능성이 커진다는 견해다.

    엔타스 면세점 관계자는 “입국장 인도장이 들어오면 대기업 훨씬 더 많은 매출을 일으킬 수 있는 여지가 크다. 이로인해 입국장 면세점의 의미가 불분명해질 것 여러 중소·중견기업들이 한목소리를 내서 면세시장의 동반성장을 이끌어낼 필요가 있다고 본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SM면세점 측 역시 입국장 면세품 인도장 설치 법안 통과는 대기업 과점과 내수 시장 혼란을 심화시키고 중소·중견기업이 면세산업에서 고사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실제로 지난 5월 개장한 입국장 면세점은 부진한 실적을 보이고 있다. 관세청에 따르면 인천국제공항 입국장 면세점(에스엠·엔타스)의 9월 매출은 43억1400만원에 그쳤다. 오픈 첫 달인 6월 53억6200만원을 기록한 후 50억원을 넘지 못하고 있다. 인천공항공사가 예상했던 월 평균 매출(88억원)에 절반에도 못 미친다.

    전체 매출에 57%가 주류 매출일 정도로 상품 구색이 빈약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담배도 팔지 않는다. 결국, 낮은 상품 경쟁력과 협소한 공간 탓에 흥행이 쉽지 않다는 업계의 우려가 현실화됐다는 것이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공항공사 입장에서도 인도장은 돈이 안 되는 시설이라 찬성 여부는 지켜봐야 할 것”이라면서도 “내국인 관광객 대부분이 인터넷 면세점을 활용하고 있어 인도장이 도입된다면 여행이 더욱 수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조세소위원회 위원들은 입국장 면세품 인도장을 설치하되 인도장 설치의 구체적인 범위는 대통령령을 통해 위임하는 것으로 잠정합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