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선양(沈阳)서 임직원 5000명 한국행명동·강남 돌며 롯데·신세계·HDC신라 면세점 쇼핑“단체관광 풀리는 신호탄되나” 면세업계 기대 커
  • ▲ 지난 8일 서울 중구 소공동 신세계면세점 명동점에서 중국인 단체 관광객이 쇼핑을 즐기고 있다.ⓒ신세계면세점
    ▲ 지난 8일 서울 중구 소공동 신세계면세점 명동점에서 중국인 단체 관광객이 쇼핑을 즐기고 있다.ⓒ신세계면세점
    중국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보복 조치가 본격화된 이후 처음으로 대규모 중국인 단체 관광객이 한국을 찾는다. 한중관계 해빙무드가 조성되면서 면세업계도 훈풍을 기대하고 있다. 중국의 한국행 단체관광 제한 해제로 영업실적이 개선될 여지가 있어서다.

    9일 한국관광공사와 업계에 따르면 중국 선양(沈阳) 소재 건강식품·보조기구 제조회사 이융탕(溢涌堂) 임직원 5000여명이 7일부터 5박6일 일정으로 한국을 찾았다. 한류스타 공연을 관람하고 서울 경복궁과 롯데월드 등 명소도 방문할 예정이다.

    9~11일은 조를 나눠 면세점도 방문할 예정이다. 서울 소공동 롯데면세점 명동본점 및 잠실 월드타워점 신세계면세점 명동점과 용산 HDC신라면세점 등에서 쇼핑 계획이 잡혀 있다. 

    이번 면세점 방문 일정은 5박6일에 걸친 이융탕의 인센티브관광 일정 중 일부다. 임직원들의 성과에 대한 보상과 동기를 부여하기 위해 회사에서 비용의 전체 혹은 일부를 부담하는 포상여행이다. 5000여명 규모는 2017년 이후 단일 방문객 기준으로는 최대 규모다.

    사드 직격탄을 맞았던 면세점 업계도 오랜만의 단체여행객에 기대감을 나타냈다. 이번 단체여행객 방한은 중국 정부가 한국행 단체여행을 직간접적으로 허가했다는 신호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업계에서는 중국인 매출이 전체 면세점 매출의 60% 이상을 차지한다고 추산한다. 

    한 대형 면세업계 관계자는 “사드 이전에는 크루즈나 전세기를 통해 더 큰 규모의 마이스(MICE·기업회의, 포상관광, 컨벤션 등을 아우르는 단체여행) 여행객이 자주 방문 했었다. 당장 금한령 해제를 기대하긴 힘들겠지만, 규제가 서서히 풀리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실제로 사드 문제로 한중 관계가 악화되면서 발길이 끊겼던 중국인 단체관광객은 인센티브관광을 계기로 차츰 회복되는 분위기다. 지난달 중국 유명 화장품 제조·판매회사인 상하이 웨이나화장품에서도 임직원 3000여명이 인센티브관광 목적으로 국내 방한해 면세 쇼핑을 즐겼다.

    그동안 중국인 관광객 의존도가 높았던 면세점, 화장품 등 업계는 사드 이후 기나긴 침체기를 보내왔다. 사드 사태 이후 업계 1위 롯데면세점은 2017년 적자를 기록하며 곤혹을 치뤘다. 수익성 강화 조치를 진행하면서 겨우 흑자전환에는 성공했지만, 예년 수준으로까지 회복하지 못한 상태다.

    황금알을 낳던 시내면세점도 중국인 관광객의 발길이 끊기면서 실적이 급격히 악화했다. 이에 한화갤러리아에 이어 두산, 탑시티 등이 잇따라 시내면세점 사업에서 손을 뗐다.

    하지만 오랜만에 중국인 관광객이 몰리면서 유통업계에도 훈풍이 불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한·중 정상회담 역시 긍정적인 분위기로 흐르면서 한한령 조치 해제 전망까지 제기되기도 했다. 

    앞서 청와대는 지난달 25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문재인 대통령의 초청을 받아 올해 상반기 한국을 방문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한중 수교 30주년을 맞는 2022년을 ‘한중 문화·관광 교류의 해’로 지정하는 방안도 추진키로 했다.

    일각에서는 신중론도 제기됐다. 면세점의 경우 한한령이 해제되더라도 급격한 매출 변화는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크루즈나 전세기 등 이동수단에 대한 중국 정부의 방침이 달라지는지 주목해야 한다. 단체여행객 유치의 필수조건인 크루즈와 전세기, 온라인 여행객 모집 등은 한한령 이전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단체비자도 아직 활성화되지 않았다. 중국 정부는 지난 8월 상하이 일부 여행사에 단체비자를 허가하겠다고 통보했으나, 공식적인 비자 허가 지역은 산둥성 등 6개 성·시에 그친다. 이번 여행객도 산둥성에서만 일부 단체 여행비자를 받았을 뿐, 나머지 지역에서는 개인 비자를 신청해 입국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면세점 시장이 따이공(보따리상)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대리 구매가 많아진 만큼, 중국인 개별 관광객이 증가한다고 해서 당장 큰 기대를 걸기는 어렵지만 희망을 가질 수 밖에 없다. 분위기가 나아져서 앞으로 많은 관광객이 찾아오길 기대한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