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이 '인보사 사태'가 다시 발생하지 않으려면 글로벌 스탠다드 수준의 의약품 규제기관 역량 강화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서 회장은 16일 인천광역시청 본관에서 열린 '셀트리온그룹 비전 2030년' 기자간담회 직후 기자들의 인보사 사태 관련 질문에 "코오롱생명과학 인보사 사태가 또 다시 발생해선 안된다"고 답했다.
그는 "의약품의 허가 기준은 모두 글로벌 스탠다드여야 한다"며 "정부도 글로벌 스탠다드로 만들어야 하지만 더 중요한 건 기업도 글로벌 스탠다드가 돼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제약바이오 업계에서 자료를 고치거나 누락시키거나 사실과 같지 않게 만들어내는 게 사실이라면 심각한 문제"라며 "이건 회사만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의 크레딧(신용)에도 문제를 일으킨다"고 짚었다.
서 회장은 "이런 것들은 앞으로 금지해야 한다"며 "제약바이오 업계는 실수가 용납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나라의 크레딧에 영향을 주는 일은 (바이오)산업에 있는 기업들이 하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코오롱생명과학의 인보사 사태로 인해 업계 전반의 신뢰도 하락으로 번질 것을 우려한 셈이다.
서 회장은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에 대해서는 인력과 예산이 부족하기 때문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봤다.
서 회장은 "인보사를 쉽게 허가해준 식약처의 잘못이라는 지적도 있는데,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며 "미국 FDA나 유럽에서도 제약사가 제출한 모든 자료들을 일일이 다 실험하거나 검사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각국의 규제기관들은 회사 측에서 제출하는 자료가 거짓이라 생각하고 검토하지 않는다"며 "만약 자료가 잘못됐다면 서로 황당한 상황이 된다"고 덧붙였다.
그는 "우리나라 식약처의 인력이 무척 적다"며 "식약처가 글로벌 스탠다드로 가려면 인력과 예산에 투자를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를 위해서는 바이오의약품 허가 심사 비용을 현실화할 필요가 있다는 게 서 회장의 주장이다.
그는 지난 15일 서울 서초구 한국제약바이오협회에서 열린 간담회에서도 이의경 식약처장과 만나 이 같은 뜻을 전달한 바 있다.
이날 그는 이 처장에게 "바이오의약품 허가 심사할 때 미국은 20억원, 유럽은 10억원에 달하는 심사 비용을 부과한다"며 "식약처도 현재 약 700만원 수준인 수수료를 인상해 전문인력을 확충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미국이나 유럽은 다수의 전문인력이 투입된다는 이유로 기업에 10억원대의 의약품 심사 수수료를 부과한다. 국내에서는 식약처 의약품 허가 심사를 위해 약 700만원의 심사 수수료를 내는 것과 대조적이다.
바이오 업계에서는 수수료를 높이더라도 심사 기간을 줄이는 것을 요구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미국과 유럽보다 심사 수수료가 현저히 낮은데다 인력도 불충분해 심사 기간이 길어진다는 판단에서다.
마지막으로 서 회장은 "식약처는 선진국이랑 경쟁할 수 있어야 한다"며 "그래야 (국내 바이오기업들이) 1500조 규모의 글로벌 시장으로 간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