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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문만 무성했던 '㈜메디톡스 차명주식 의혹'이 조만간 풀릴 것으로 보인다. 본지는 최근 ㈜메디톡스 주주명단이 담긴 내부문건을 입수, 명부에 적힌 개인정보를 토대로 역추적 한 결과 주식의 실소유주를 찾아낼 수 있었다.
㈜메디톡스 사태 핵심은 정현호 대표와 양규환 전 식품의약품안전청장‧길광섭 전 국립독성연구소장‧김재찬 전 중앙대학교 용산병원 임상연구소장 간 미심쩍은 주식거래다.
특히 정 대표의 청탁을 받고 이들 세 명이 ㈜메디톡스 제품 '메디톡신' 인‧허가에 직간접적으로 도움을 줬다면 '커넥션'으로 번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일단 양규환 전 식약청장과 길 전 연구원장은 JTBC와의 인터뷰에서 '공무원 시절 주식은 일체 하지 않았다'고 답변한 상황이다.
하지만 본지가 입수한 ㈜메디톡스 주주명부를 살펴보면 수상한 행적이 곳곳에서 포착된다. 이 문건은 2002년 3월31일과 2004년 6월9일 작성된 ㈜메디톡스 내부 주주명부로 마지막장에 정 대표 직인이 날인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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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톡스가 유상증자한 후 작성한 것으로 보이는 2004년도 주주명부에는 총 80명의 이름과 △주민등록번호 △주소 △증자전주식수 △유증참여수 △실권주배정 △최종주식수 등이 적혀있었다.
단초를 제공한 건 명부에 적시된 'Medy(메디)'라는 주석이다. 이 메모에는 주주에 대한 짤막한 부연설명이 달려있었다. 주주 80명 중 14명 이름 뒤에 주석이 붙어있었으며, 이중 문제소지가 다분해 보이는 이는 총 3명이다.그중에서도 74년생 하모 씨 이름 밑에 달린 주석이 눈길을 끈다. 하 씨는 2002년과 2004년도 주주명부에 올라와 있으며, 그가 가진 ㈜메디톡스 주식수는 총 9346주로 이 회사 3대 주주다.
그의 주석에는 '2000년 7월14일 최초 취득.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양규환 원장'이라고 적혀있었다. 주주명부에 적힌 하 씨의 주소 '서울 강남구 역삼동 개나리아파트 35-○○○'호 등기부등본을 발급받은 결과 낯익은 이름이 나왔다.
이 아파트 소유주는 양모 씨(41년생)로 양 전 청장의 누이였다. 즉, 양 전 청장과 하 씨는 외삼촌-조카지간인 셈이다.
조카 하 씨가 ㈜메디톡스 주식을 매입한 2000년 7월은 양 전 청장이 식약청 산하 국립독성연구원장으로 재직 중일 때다. 그로부터 한 달 뒤 양 전 청장을 제3대 식약청장에 올랐다. 이에 따라 모든 의약품 제조와 수입품목 허가에 관여할 수 있게 됐다.
메디톡신이 조건부 품목허가를 받은 건 2002년 4월로 양 전 청장이 그해 3월 퇴임 직전까지 총책을 맡고 있었다. 양 전 청장과 정 대표는 카이스트 시설 사제지간으로도 유명하다.
길광섭 전 국립독성연구소장도 ㈜메디톡스 주주명부에 이름이 거론됐다. 길 전 소장은 56년생 김모 씨 주석에 이름을 올렸다. 김 씨 이름 밑 메모에는 '국립독성연구원 길광섭 원장'이라고 적혀있었다. 김 씨는 ㈜메디톡스 주식 5143주를 보유하고 있다.
명부에 쓰여진 김 씨의 주소 '경기도 광명시 광명4동 158-○○○' 번지 등기부등본을 떼 본 결과 해당 토지의 실수요주는 길 전 소장으로 나왔다. 길 전 소장은 2000년 10월부터 2003년 11월까지 국립독성연구소장을 지냈다. 국립독성연구소는 의약품 안전관리를 맡고 있다.
㈜메디톡스는 2002년 2월20일 메디톡신에 대한 임상시험을 접수하고, 그해 4월19일 조건부 제조업 및 품목허가를 습득했다.
마지막으로 의심을 사고 있는 ㈜메디톡스 주주는 55년생 권모 씨다. 권 씨는 이 회사 주식 4000주를 갖고 있다. 명부에 적힌 권 씨의 주소 '서울시 송파구 가락동 우성(아) 3-○○○'호 등기부등본에는 이 아파트 최초 소유주가 김재찬 전 중앙대학교 용산병원 임상연구소장으로 나온다.
김 전 연구소장 역시 우연찮게도 ㈜메디톡스와 인연이 있다. 김 전 연구소장은 2003년 5월22일 메디톡스 임상 이니시에이션 미팅 때 참석한 바 있다.
중앙대 용산병원은 ㈜메디톡스가 개발한 보툴리눔 독소를 원료로 한 주사제 국내 임상 3상 시험기관 중 하나였다. 당시 김 전 연구소장은 중앙대병원에서 임상연구소장으로 재직 중이었다.
㈜메디톡스 측은 "자료를 어디에서 입수했는지 모르겠지만 그 당시 내용은 우리가 알 수 없다"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