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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C녹십자가 두 차례 미국 허가가 지연된 혈액제제 '아이글로불린-에스엔(이하 IVIG-SN)'의 허가 일정을 자체적으로 연기해 그 배경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5일 업계에 따르면 GC녹십자는 지난 3일 서울 영등포구 콘래드서울호텔에서 국내 기관투자자와 애널리스트를 대상으로 기업설명회(IR)를 열었다.
이날 설명회에는 발표를 맡은 허은철 GC녹십자 사장을 비롯해 김진 의학본부장, 이재우 개발본부장 등 GC녹십자의 연구개발(R&D) 관련 주요 인사가 대거 참석했다. 국내 기관투자자와 애널리스트도 100여 명 이상 모였다. GC녹십자가 투자자를 대상으로 대규모 기업설명회를 연 것은 지난 2011년 이후 8년 만이다.
이번 설명회에서 가장 핵심적인 내용은 IVIG-SN의 미국 허가 일정 지연이었다.
IVIG-SN은 면역계 질환 치료에 쓰이는 정맥주사제로, 면역글로불린의 함유 농도에 따라 5%, 10% 제품으로 나뉜다. GC녹십자는 당초 추진해왔던 IVIG-SN 5%의 미국 시장 진출을 미루고 IVIG-SN 10%부터 먼저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를 받겠다는 입장이다.
내년 상반기로 예상됐던 IVIG-SN의 미국 품목허가 일정이 2021년 말로 미뤄지면서, 이날 GC녹십자의 주가는 11만 9000원으로 전일 대비 4.8%(6000원) 급락했다.
GC녹십자는 지난 2016년, 지난해 9월 CRL(Complete Response Letter. 검토완료공문)을 통해 제조공정 관련 보완 자료를 요청 받으면서 IVIG-SN의 미국 허가가 두 차례 지연된 바 있다. 이번에는 GC녹십자가 자체적으로 IVIG-SN 5% 미국 허가를 미루기로 결정한 것이다.
GC녹십자는 IVIG-SN 5%의 미국 허가는 IVIG-SN 10%의 미국 허가 신청 이후 절차를 이어가기로 했다. 미국 IVIG-SN 시장에서는 10% 제품이 전체 시장의 70%가 넘는 4조원대 규모를 형성하고 있다. 시장성이 큰 제품부터 허가를 준비하는 전략적 판단을 내린 것이라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전략적 선택이 필요했던 이유는 오창 공장의 한정된 생산능력(CAPA) 때문이었을 것으로 보인다. GC녹십자는 현재 A공장과 지난 2017년 완공된 오창 B공장을 보유하고 있다. 각 공장의 규모는 70만 리터로 총 140만 리터의 CAPA를 보유하고 있다.
GC녹십자는 IVIG-SN 5%의 허가 일정에 차질이 생기면서 IVIG-SN 5%, 10% 두 종류를 비슷한 시기에 생산해야 하는 문제에 직면하게 됐다. 오창 공장의 한정된 CAPA로 인해 5%와 10% IVIG-SN 중 전략적으로 하나를 먼저 선택해야만 하는 상황에서 GC녹십자는 시장 규모와 성장률을 고려해 IVIG-SN 10%를 선택했다.
선민정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결국 IVIG-SN의 미국 시장 진출은 최소 1년 이상 지연됐다"면서도 "IVIG-SN에 대한 불확실성은 해소됐다고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GC녹십자는 혈장의 주산물인 알부민, IVIG-SN의 생산 효율성을 높여 수익성 개선에 나서기로 했다. 다양한 부산물을 활용한 신제품 개발에도 적극 나서 세계 최대 규모인 북미 혈액제제 시장 공략에도 더욱 속도를 붙일 계획이다.
오세중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IVIG-SN의 미국 FDA 허가 재신청은 올해 2분기 중 FDA와의 미팅을 통해 결정될 예정"이라며 "IVIG-SN 허가 지연으로 발생되는 고정비용과 R&D 증가로 올해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10.9% 감소한 448억원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오 연구원은 "혈액제제 시장은 인프라 구축과 혈액 공급망이 필요해 진입장벽이 높은 편"이라며 "IVIG-SN 허가 이후 안정적인 수익원이 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