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해보험사들이 의료자문 제도를 활용해 고객의 보험금 청구 10건 중 8건을 지급 거절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의료자문은 보험금 지급여부를 결정할 때 환자를 직접 진단하지 않고 피보험자의 질환에 대해 전문의 소견을 묻는 제도다. 보험사는 지정 의료인에게 자문안을 받은 것을 토대로 피보험자의 보험금 지급 여부를 결정하는데 전부 지급하는 비중은 20% 대에 그치고 있다.
14일 장병완 민주평화당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받은 15개 손해보험사 의료자문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의료자문 건수는 총 6만7373건을 나타냈다.
이 가운데 전부 지급결정을 내린 건수는 1만6017건으로 전체의 23.8%에 불과했다. 일부 지급 결정이 1만6280건, 전부 지급하지 않은 건수는 2591건이었다. 나머지 3만2485건은 기타로 분류돼 보류된 상태다.
업계 1위 삼성화재는 의료자문건수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삼성화재의 의료자문건수는 1만8955건에 달했다. 이어 KB손보 1만1629건, DB손보 9555건, 현대해상 9311건, 한화손보 6095건, 메리츠화재 4300건 순이다.
손보사들이 의료자문 이후 전부 지급한 보험금은 20% 수준에 그쳤다.
삼성화재는 보험금을 전부 지급한 비중이 24.7%에 불과하며 일부지급이 20%, 전부 부지급이 0.6%를 기록했다. 반면 기타 건수는 54.7%로 가장 많았다. 삼성화재는 청구금액이 불명확한 자동차사고 관련 내역이나 후유장해 진단 등을 기타로 분류하고 보험금 지급을 보류했다.
문제는 보험사가 의료자문을 남용하면서 보험 소비자에게 보험금 지급을 거절하거나 삭감하는 수단으로 쓰고 있다는 점이다. 이를테면 보험사가 의료 기관에 자문을 구하는 과정에서 진단명을 변경하는 등의 꼼수로 보험금을 덜 주거나 지급하지 않는 식이다.
이러한 손해보험사의 의료 자문은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2013년 3만6049건이었던 의료자문 건수는 2014년 4만426건, 2015년 4만2599건으로 증가했고 2016년에 5만건, 2017년에 6만건을 넘어섰다.
보험사가 의료자문을 실시하면 절반 이상은 기타 등으로 분류해 보험금 지급을 미루거나 소송으로 가는 결론으로 이어졌다.
특히 손보사의 경우 자동차보험 사고 발생에 따른 의료비와 관련해 과잉청구 등을 검증한다는 이유로 기타로 분류한 뒤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보험사의 의료자문 남용 문제는 그간 수차례에 걸쳐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을 받았지만 개선되지 않고 있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장병완 민주평화당 의원은 “의료자문 제도가 보험금 지급거부 수단으로 악용된다”고 지적했고, 이태규 바른미래당 의원은 의료자문기관이 피보험자를 직접 면담해 심사하도록 의무를 부과하는 내용을 담은 보험업법 일부 개정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금융당국도 보험사의 의료자문 남용을 막기 위해 업계의견을 취합해 규정을 손본다는 계획이지만 현재 업권 내 이견 차이로 관련 작업이 늦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당국에선 명백한 사유가 없는 경우에는 의료자문을 실시하지 못하도록 제도의 남용을 막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어 개선 방안 마련에 이목이 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