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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대표이사로 선임된 '새내기' 10대 건설사 CEO들이 두 번째 시공능력평가순위를 받았다. 지난 1년간의 성과가 포함된 만큼 CEO들이 민감하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특히나 올해는 장기간 구축돼 온 10대 건설사 판이 근래 들어 가장 크게 흔들린 만큼 이번 순위가 어떤 영향을 미칠 지 주목된다.
1일 사업보고서 분석 결과 2018년 기준 10대 건설사 대표이사 가운데 지난해 선임된 CEO는 △이영호 삼성물산 사장 △박동욱 현대건설 사장 △박상신 대림산업 사장 △김형 대우건설 사장 △안재현 SK건설 사장 등 5명이다.
이영호 사장과 박동욱 사장의 경우 지난해 1월 선임됐으며 박상신 사장은 3월, 김형 사장과 안재현 사장은 6월에 각각 이름을 올렸다. 시평순위가 매년 7월 말 발표되는 만큼 이들은 모두 두 번째 성적표를 받아든 셈이다.
시평순위의 경우 계열사나 다른 사업 부문의 성적이 포함되는 사업보고서와 달리 시공실적, 기술능력, 재해율 등 각 건설사 본연의 시공능력에 대한 순위를 매기는 것인 만큼 업계에서는 민감한 성적표다. 공사 규모에 따라 입찰참가자격이 주어지기도 하고, 순위에 따라 컨소시엄 사업에서는 주관사로 나서기도 한다.
특히 강남권 재건축시장이 흥행할 당시 시공사선정에 시평순위가 제한되기도 했으며 건설사간 이직에도 적지 않은 영향이 있는 등 일선 현장에서는 보이지 않는 신경전 또는 자존심으로 여겨진다.
이들 중 최근 1년간 가장 좋은 실적을 기록한 곳은 대림산업이다.
지난해 3분기부터 올해 2분기까지 실적을 집계한 결과 대림산업은 매출액 9조9828억원, 영업이익 9179억원의 영업성적을 기록했다. 직전 4개 분기에 비해 매출액(12조5109억원)은 20.2% 감소했지만, 영업이익(7621억원)이 20.4% 오르면서 영업이익률이 6.09%에서 9.19%로 3.10%p 뛰었다.
같은 기간 부채비율(104%)과 차입금의존도(5.72%)도 각각 29.7%p, 9.13%p 감소하면서 재무안정성도 높였다.
영업성적과 재무성과를 바탕으로 시평순위에서도 지난 10년간 현대건설과 삼성물산에만 허락됐던 시평액 10조원대 벽을 11조원으로 훌쩍 뛰어넘었다.
특히 3~6위권을 지속하던 지난 10년 중에서도 2015년부터 시평액이 ▲6조9455억원 ▲8조763억원 ▲8조2835억원 ▲9조3720억원 ▲11조42억원으로 5년 연속 지속 성장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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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기간 대우건설도 비슷한 양상을 보였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올 상반기까지 매출액은 9조2505억원, 영업이익은 4853억원으로 직전 4개 분기에 비해 매출액(11조6293억원)은 20.4% 감소했지만, 영업이익(3058억원)이 58.6% 뛰면서 이익률도 2.62%에서 5.24%로 두 배 늘어났다. 특히 순이익의 경우 1335억원에서 2312억원으로 73.1% 급증했다.
유동비율(124%)과 부채비율(301%)도 각각 14.3%p, -26.4%p 개선됐으며 5개사 중 유일하게 신규수주액이 9조6194억원에서 11조4303억원으로 18.8%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비록 시평순위에서는 지난해 괄목할만한 성과를 기록한 GS건설에 4위 자리를 내어줬지만, 'TOP 5' 자리를 공고히 하고 있다. 앞서 2006년부터 3년간 시평 1위를 기록한 대우건설은 최근 10년간 GS건설, 대림산업 등과 함께 3~6위권에 유지하고 있다.
2014년 이후 6년 연속 '왕좌'에 앉은 삼성물산의 경우 내실을 다지는 데 힘을 쏟은 것으로 보인다.
2분기 기준 유동비율은 105%로 지난해 2분기 83.8%에 비해 21.8%p 높아졌으며 부채비율(80.2%)과 차입금의존도(16.4%)는 각각 15.9%p, 7.19%p 개선됐다.
영업성적이 부진한 것도 아니다. 최근 1년간 매출액은 31조810억원으로, 직전 1년 30조6620억원에 비해 소폭 증가(1.36%)했다. 이익률은 3%대 초반을 유지하고 있으며 2017년 4분기(520억원)의 기저효과로 순이익은 8970억원에서 1조4670억원으로 63.5% 급증했다.
2016년 업계 최초로 시평액 19조원을 넘어서면서 사상 최고 기록을 남긴 삼성물산은 이후 3년간 17조원 안팎에 머물러있다. 하지만 2위 현대건설과의 격차가 2조8779억원, 4조3044억원, 5조7708억원 등 시간이 지날수록 벌어지고 있어 당분간 독주체제를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건설업계 맏형'이라는 별칭이 있는 현대건설은 이미지가 퇴색되고 있다.
실속을 챙기는 삼성물산은 멀어지고 있고, 성장세를 이어가는 대림산업은 턱 밑까지 쫓아왔다. 2008년 이후 삼성물산과 '투톱' 자리를 놓치지 않고 있는 만큼 쉽게 자리를 내어주지 않겠지만, 마지막 '왕좌'도 사실은 7년 전 이야기다.
최근 1년 성적도 눈에 띌 정도는 아니다. 매출은 16조3179억원에서 17조5121억원으로 7.31% 확대됐지만, 영업이익이 9151억원에서 8509억원으로 7.01% 줄어들었다.
업계 최상의 재무건전성을 유지하고 있는 점이 위안거리다. 2분기 유동비율(197%)과 부채비율(113%)는 지난해 보다 각각 7.77%p, -3.36%p 개선됐으며 차입금의존도는 30%가 채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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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년 만에 10대 건설사 밖으로 떨어진 SK건설의 경우 임재현 사장 임기가 시작된 지난해 하반기부터 올해 1분기까지 부진한 성적을 기록했다.
3분기 동안 매출액은 4조8467억원으로, 전년동기 5조33억원에 비해 3.13% 감소했으며 영업이익은 1690억원에서 마이너스(-) 79억원으로 적자전환했다. 순이익도 685억원에서 295억원으로 반토막(-56.9%)났다.
2분기 부채비율(289%)과 차입금의존도(59.8%)도 지난해 2분기에 비해 각각 1.91%p, 4.97%p 악화되는 등 재무안정성도 저하됐다.
올해 시평액은 4조2587억원으로, 지난해 3조9578억원에 비해 7.60% 증가했지만, 주택경기 호황을 업은 호반건설의 기세를 누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일각에서는 지난 10여년간 시평액 4조원대를 유지해 온데다 올 들어 영국·벨기에 등 유럽시장과 UAE, 우즈베키스탄 등 해외시장에서 수주 낭보를 알려온 만큼 'TOP 10' 복귀도 불가능하지 않다는 관측도 있다.
게다가 1년 전 발생한 라오스댐 붕괴사고 등으로 저하될 것으로 우려된 신인도도 평가액이 4495억원에서 4863억원으로 늘어나는 등 큰 영향이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한편, 이영호·박동욱·박상신 사장의 임기는 2021년 3월까지이며 김형 사장은 같은 해 6월까지다. 임재현 사장의 경우 2020년 3월에 임기가 만료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