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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을 두고 갈등을 빚어온 서울역 북부역세권 개발사업이 결국 소송전에 돌입한다. 본안 소송까지 진행되면 또 다시 사업이 장기간 표류할 수 있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메리츠종합금융 컨소시엄은 최근 대전지방법원에 코레일을 상대로 서울역 북부 유휴부지 개발사업의 우선협상자 지위 보전 가처분 신청을 했다고 19일 밝혔다.
컨소시엄에 참여한 메리츠종금증권과 STX, 롯데건설, 이지스자산운용은 모두 이번 가처분 소송에 참여했다. 이들은 본 사업의 우선협상자 지위를 보전하고 코레일이 제3자와 협상을 진행하거나 계약을 체결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로 가처분을 신청했다.
컨소 관계자는 "사업 입찰에 참여해 코레일의 사업평가위원회에서 적격 통보를 받았다"며 "하지만 코레일은 '우선협상자로 선정하기 전 금융위원회의 사전승인'이라는 부당한 요구를 한 뒤 우선협상자 선정대상에서 제외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이번 사업공모 절차는 공공성과 공정성이 반드시 담보돼야 한다"며 "이번 컨소의 지위를 확인받고 보전하기 위해 가처분 절차에 적극 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북판 코엑스'로 불리는 본 사업은 서울 중구 봉래동2가 122번지 일대 3만여㎡를 개발해 컨벤션, 호텔, 오피스, 상업·문화, 레지던스, 오피스텔 등 복합시설을 건설하는 사업이다. 사업비는 1조6000억원 규모다.
코레일이 2008년부터 추진하다 같은 해에 글로벌 금융위기, 2011년 감사원의 사업성 재검토 요구 등으로 사업이 중단됐다. 2014년 한화 컨소가 우선협상자로 선정됐으나, 5개월 만에 사업을 포기하면서 장기간 표류 상태에 머물러있었다. 코레일이 지난해 12월 공모조건을 바꾸면서 올 들어 공모가 재개됐다.
지난 3월 한화종합화학 컨소(한화종합화학·한화건설·한화역사·한화리조트·한화에스테이트)와 삼성물산 컨소(삼성물산·미래에셋대우·미래에셋자산운용), 메리츠 컨소가 공개입찰에 참여했고, 사업계획서 평가에서 3곳 모두 '적격' 평가를 받았다.
이후 메리츠 컨소가 다른 후보보다 2000억~3000억원가량 높은 입찰금액인 9000억원대를 제시해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이 유력했다.
그러나 '메리츠 컨소가 '금융산업의 구조개선에 관한 법률(금산법)'을 위반했다'는 이의가 제기되자 코레일은 선정 발표를 잠시 미루고 메리츠 컨소 측에 금융위 승인을 받아올 것을 요구했다.
금산법상 금융회사가 비금융회사에 의결권이 있는 주식 20% 이상을 출자하면 금융위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메리츠 컨소의 사업주관사인 메리츠종금(지분 35%)은 계열사인 메리츠화재(지분 10%)와 함께 컨소에 지분 45%를 출자했다.
코레일은 50여일간의 기한을 제시했지만, 메리츠 컨소 측은 금융위에 승인 신청을 하지 않았다. 이에 코레일은 메리츠 컨소를 후보에서 제외했다. 이어 지난달 9일 약 7000억원의 입찰금액을 써낸 한화 컨소를 우선협상자로, 차순위협상자로는 삼성물산 컨소를 최종 확정했다고 발표했다.
이 관계자는 "코레일은 본 컨소를 우선협상자로 선정하기 전에 금융위 사전승인이라는 부당한 요구를 한 뒤 컨소를 우선협상자 선정대상에서 제외했다"며 "사업공모지침서에 따르면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뒤 특수목적회사(SPC)를 설립하게 돼 있고, 금산법 적용은 SPC 지분 취득에 대한 문제"라고 주장했다.
이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SPC 지분 취득에 관한 사전승인을 받아오라는 것은 적절하지 않은 요구"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