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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산 철스크랩 수입을 놓고 정부 부처간 입장이 엇갈려 혼선이 예상된다. 제재 없다던 산업통상자원부와 달리 환경부는 이달 말부터 일본산에 대해 철저히 단속할 것이란 방침을 밝혔기 때문이다. 국내 제강사들은 수입비중이 큰 일본산이 한일간 경제전쟁에 휩쓸리며, 수급 불안으로 인한 가격 상승을 초래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환경부는 이달 말부터 포항, 광양 등 국내항으로 들어오는 일본산 철스크랩에 대한 단속을 실시할 예정이다. 지난 22일 환경부 관계자들은 인천항에 직접 방문해 이같은 지침을 통보했다.
환경부는 일본산 철스크랩에 고무, 플라스틱, 타이어 등 방사능에 노출된 폐기물의 포함 여부를 검출하는데 초점을 맞춰 단속한다는 방침이다.
지난 16일 환경부가 발표한 재활용 폐기물 3개 품목(폐플라스틱, 폐타이어, 폐배터리)에 대한 방사능 안전관리 강화 조치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포스코, 현대제철 등 국내 철강사들은 환경부의 이같은 단속을 사실상 일본 수출규제에 따른 2차 보복조치라 보고 있다. 안전관리가 아닌 정치적 대응카드의 성격이 짙다는 점에서 부정적 여론이 강하다.
업계 관계자는 "방사능 검사를 강화한다는 명분을 내세워 환경부가 2차 제재를 가하려는 것"이라며 "환경부가 전방위적으로 검사하면, 제때 철스크랩을 공급받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앞서 관세청은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 이후 일본산 철스크랩에 대한 검수 조치를 강화한 바 있다. 그간 선상 통관만으로 방사능 검사의 실효성을 거두는데 충분했는데, 관세청이 직접 개입하며 일본의 백색국가 제외의 맞대응 차원의 조치가 아니냔 분석이 나왔다.
시장 혼란이 가중되자 산업부는 지난 7일 서울 송파구 한국철강협회에서 일본산 철스크랩 검수 강화 현황과 영향을 파악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이날 회의에서 국내 제강사들은 일본산 수입이 막히면 국내 가격 상승을 불러올 뿐만 아니라 대체하기 어렵단 사실을 적극 호소했다. 이에 산업부는 정부 차원의 규제는 없다고 약속하며 사태는 일단락됐다.
이런 상황에 환경부가 다시 한번 제재에 나서면서 제강사들은 정부 부처의 엇갈린 태도에 혼란스러워 하는 분위기다.
일각에선 업계의 어려움을 수수방관하는 한국철강협회와 산업부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도 나온다. 이달 초 제강사 관계자들과 한차례 만남을 갖긴 했지만 그 이후 대응이나 개선책을 위한 논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고로 가동중지 사태만 봐도 알 수 있다. 꼭 일이 터져야만 움직이는게 철강협회나 산업부"라면서 "이럴 때 미리 정보를 공유하고 대응책을 논의하는게 이들의 역할 아니냐"고 분통을 터트렸다.
철스크랩은 현대제철, 동국제강 등 전기로 제강사들이 쇳물을 만들 때 투입하는 원재료다. 제강사들은 이 쇳물을 가지고 철근, 형강 등 제품을 생산한다.
따라서 철스크랩 가격이 오른다면 제강사 입장에선 원가 상승이 불가피하다. 일본산 규제에 따른 철스크랩 가격 상승에 국내 제강사들이 민감하는 반응하는 이유다.
일본은 국내 최대 철스크랩 수입국이다. 일본산은 국내 가격을 조절하는 역할을 할 뿐만 아니라 제강사들 공급에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철강협회에 따르면 한국의 2018년 일본산 철스크랩 수입은 404만톤을 기록했다. 특히 지난해 상반기에만 220만톤을 들여온 것으로 집계됐다. 월 평균 30만톤 이상이 일본에서 수입되는 셈이다.
국내 제강사들이 사용하는 일본산의 비중은 무려 60%에 달한다. 현대제철, 동국제강 등 대형 제강사들이 전기로에 투입하는 수입 철스크랩 가운데 40%가 일본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