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협상 진행중원재료 철강석 값 급락 변수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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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철광석 가격이 급락하면서 조선업계의 후판가 동결 주장이 힘을 얻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업계선 현재 진행 중인 하반기 후판가 협상에선 조선사가 유리해질 수 있지만, 철강업계와의 입장차가 워낙 커 협상 타결까지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철광석 가격 하락으로 현재 조선업계와 철강업계가 진행 중인 하반기 후판가 협상에서 조선업계가 유리한 위치를 선점할 가능성이 커졌다. 지난 7월부터 이어져온 하반기 후판 협상은 양 측의 팽팽한 입장 차이로 장기화되는 모습이다.

    일반적으로 후판가 협상은 상반기와 하반기에 한차례씩 실시된다. 상반기 후판 납품가 협상은 전년 하반기, 하반기 협상은 상반기 중으로 끝내야 하는게 맞지만 협상에 시간이 소요되면서 일정이 밀렸다. 올 상반기 협상이 지난 6월쯤 마무리되면서 하반기 협상도 늦어졌다.

    이번 협상의 변수로 등장한 건 철광석 가격이다. 후판의 주 원료인 철광석은 올 초 70달러대에서 지난 7월 120달러대까지 70% 가격이 올랐으나, 세계 최대 철광석 생산사인 브라질 발레(Vale)가 사고 수습 이후 신규 공급을 늘리면서 가격 하락세를 이끌고 있다.

    3일 한국광물자원공사 한국자원정보서비스에 따르면 철광석 가격은 지난달 30일 기준 톤(t)당 83.24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올해 7월 최고점을 찍었던 124.05달러에 비해 40.01달러가 하락한 것으로 32% 이상 가격이 급락한 것이다.

    철광석 가격 하락으로 하반기 후판가격 인상을 주장하던 철강업계도 난감한 상황이 됐다. 올 상반기 철강사는 조선 업황 부진을 감안해 후판가를 동결했다. 한 발 양보한 만큼, 이번 하반기에는 후판가 인상을 확실시하는 분위기였지만 상황이 따라주지 않고 있다.

    원재료 가격 하락은 철강사에게 호재로 작용한다. 업황 부진을 이유로 협상을 유리하게 이끌어내는 양 측의 후판가 협상에서 원재료가 하락은 조선업계에 유리한 판을 만들어준다. 철광석 가격 하향 안정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이란 전망도 조선업계 주장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조선업계는 하반기에도 후판가를 크게 올려서는 안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아직까지 업황이 회복되지 않았기 때문에 후판가 인상이 큰 부담으로 작용한다는 입장이다.

    후판은 선박 건조에 쓰이는 두께 6mm 이상의 두꺼운 판재류로 선박 건조 비용의 약 20%를 차지한다. 선박이 건조되는 데 1~2년의 시간이 걸리는데, 후판 가격이 인상되면 상승분만큼 손해를 볼 수밖에 없어 수익성 악화로 어어진다.

    실제로 국내 조선 '빅3(현대중공업·삼성중공업·대우조선해양)'의 어려움은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조선·해운 분석기관 클락슨에 따르면 올 상반기 선박 발주량은 1026만CGT로 전년 상반기 1779만CGT 대비 각각 42% 줄었다.

    글로벌 선박 발주 감소로 인해 수주 실적도 부진한 상황이다. 조선 빅3의 지난달까지 선박 건조 계약 실적은 모두 121억8900만 달러(약 14조7000억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견줘 21.3%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 관계자는 "철광석 가격이 하락하면서 하반기 후판가 협상 테이블에서 조선사들이 유리한 위치에서 협상에 나설 수 있게 됐다"면서도 "하지만 양 측의 입장이 워낙 극명하게 갈리기 때문에 협상이 마무리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