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發 LCD 공급과잉 위기 직면QD·마이크로LED, OLED 등 과감한 투자 거론"위기를 기회로"… 정부도 제도적 지원 약속
  • ▲ 지난 7일 서울 JW메리어트호텔에서 열린 '제10회 디스플레이의 날' 행사에서 인사말하는 이동훈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장. ⓒ이성진 기자
    ▲ 지난 7일 서울 JW메리어트호텔에서 열린 '제10회 디스플레이의 날' 행사에서 인사말하는 이동훈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장. ⓒ이성진 기자
    한국 디스플레이 산업이 중국발(發) 공급과잉으로 수익성이 악화된 가운데 LCD를 중심으로 중국에 패권을 넘기게 되는 등 어려운 상황에 직면했다. 이같은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 차세대 디스플레이 개발을 위한 신속하고 과감한 투자가 단행돼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양적 경쟁'에서 벗어나 기술 격차를 기반으로 '질적 경쟁'을 펼쳐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도 우리 기업들이 차세대 디스플레이 기술을 선점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히면서 '디스플레이 부흥'에 탄력을 받고 있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이동훈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장(삼성디스플레이 사장)은 최근 서울 JW메리어트호텔에서 열린 '제10회 디스플레이의 날' 행사에서 "지금 우리 산업은 그 어느 때보다 첨예한 경쟁 속에서 혁신과 변화를 위해 몸부림치고 있다"며 "앞으로의 10년은 누구도 쉽게 예측하거나 단정할 수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디스플레이 산업은 최근 스마트폰·TV 등 세트시장의 정체로 인해 수요가 줄어들고 있는 데다 중국 업체들의 공격적인 투자로 공급과잉 현상이 일어나면서 LCD를 중심으로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실제 65인치 LCD 패널 가격은 지난해 8월 245달러에 달했지만 올 8월 170달러까지 하락했다.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가 올 상반기 실적 부진을 겪은 가운데 '치킨 게임'을 주도했던 중국 업체들마저 최근 LCD 패널 감산에 돌입할 정도다.

    디스플레이협회는 이같은 어려움을 타개하기 위해 LCD와 OLED 사업 초기처럼 혁신적인 기술을 통해 새로운 기회를 포착하고, 이를 선점하기 위해 신속하고 과감한 투자를 단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업들이 퀀텀닷(QD), 마이크로LED, OLED 등 기술 장벽이 높은 차세대 분야에 과감히 투자해 기술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이 협회장은 "우리에게는 브라운관부터 최근 신기술까지 지난 50년간 꾸주히 축적해 온 혁신과 성공의 경험이 DNA로 확실히 각인돼 있다"며 "전후방 협력 시스템을 더욱 강화하고 그 안에서 기존에 없던 '혁신적인 기술'을 탄생시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과거 '양적 경쟁'의 구도에서 벗어나 혁신적인 아이디어로 기술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누구도 쉽게 흉내 낼 수 없는 '질적 경쟁'의 시대로 먼저 나아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우리나라는 브라운관 시장 1위에 안주하지 않고 일본 업체들이 주도하고 있던 LCD 산업에 도전장을 내밀며 과감한 투자를 시작했고, 양산 개시 4년 만인 1999년 세계 1위로 도약하며 또 한번 세계 정상에 오른 전례가 있다. 특히 2007년에는 당시 아무도 장담하지 못했던 OLED 상용화를 일궈냈고, 지난 10년간 LCD에 버금가는 사업으로 규모를 키워왔다.

    불확실한 상황 속에서도 과감한 승부수를 던져 시장을 선점했던 과거 경험을 바탕으로 다시 한 번 재도약의 기회를 맞이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도 최근 일본 수출규제에 대한 대응책으로 향후 3년간 2조7000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소재·부품·장비의 기술력을 높이겠다고 밝힌데 이어 디스플레이 강국이 되도록 제도적 지원도 아끼지 않겠다고 선언하면서 디스플레이 부흥에 힘을 싣고 있다.

    유정열 산업통상자원부 정책실장은 "한국 디스플레이 산업의 글로벌 주도권 유지를 위해 소재·부품·장비 산업을 육성하는 등 차세대 디스플레이 기술 선점에 힘쓰고 기업의 투자가 원할히 진행되도록 제도 개선을 게을리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산업의 생태계 선순환을 고려하고 다양한 상생협력 프로그램 활성화에도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