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통위 '사전동의' 입법화 예고… 유료방송 M&A 난항 불만 속출

공정거래위원회가 다음달 유료방송 기업결합 심사에 나서는 가운데 방송통신위원회가 주식인수 건에 대한 사전동의 절차 입법화를 예고하면서 유료방송 M&A(인수합병)에 난항이 예상되고 있다.

최근 공정위가 LG유플러스와 CJ헬로 간 기업결합 결정을 유보한 데 이어 방통위까지 사전동의 절차의 필요성을 재차 강조함에 따라 케이블업계의 불만도 쏟아지는 상황이다.

2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내달 6일 SK텔레콤의 티브로드 합병 건과 LG유플러스의 CJ헬로 인수 건에 대한 기업결합 심사를 진행할 전망이다. 올 3월 LG유플러스가 공정위에 기업결합 심사를 신청한 지 약 8개월 만이다.

앞서 공정위는 지난 16일 LG유플러스와 CJ헬로 기업결합 심사 합의를 유보한 바 있다. 공정위 심사 지연에 따라 SK텔레콤 역시 같은 날 SK브로드밴드와 티브로드의 합병기일을 당초 2020년 1월 1일에서 3월 1일로 변경한다고 공시했다. 

LG유플러스의 경우 다음달 공정위 심사에서 승인을 받게 되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심사만 남게 된다. SK브로드밴드의 티브로드 합병 건이 방통위의 사전동의 절차를 요구하는 것과 달리, LG유플러스의 CJ헬로 인수 건은 주식인수 형태라는 점에서 방통위의 동의가 필요하지 않다.

최기영 과기정통부 장관 역시 지난 국정감사에서 유료방송 M&A와 관련해 "많이 늦어지지 않도록 할 것"이라고 답하는 등 M&A 성사에 대한 의지를 드러내기도 했다.

다만 방통위가 '형평성'을 앞세워 주식인수 건에 대한 사전동의 절차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지속적으로 밝히고 있어 막판 변수로 떠오른 상황이다. 

실제 지난 21일 열린 방통위 종합감사에서 한 위원장은 "두 건 모두 사전동의 절차를 거치는 방향으로 가는 것이 맞다"며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긴밀하게 협의하겠다"고 언급했다.

이에 더해 23일 열린 방통위 전체회의에서는 사전동의 절차를 입법화해야한다는 목소리가 잇따라 나오면서 또 한 번 인수작업에 난항이 예상되고 있다.

당시 표철수 방통위 상임위원은 "합병의 경우 방통위의 사전동의가 필수적이지만 주식인수는 사전동의가 전제되지 않는다. 이는 입법 미비다"라며 "인수든 합병이든 사업 형태가 동일하기 때문에 LG유플러스의 CJ헬로 인수도 방통위가 살펴야 할 공익성, 다양성, 지역성 등에 대한 의견서를 내야 한다"고 피력했다.

한 위원장 역시 "합병과 달리 인수는 사전동의 절차가 없어 입법을 추진하는 것도 필요하다"며 "입법화 이전이라도 방통위의 의견을 공식적으로 전달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유료방송 M&A 심사가 진통을 겪으면서 케이블업계에선 고용 불안 등을 이유로 불만 섞인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CJ헬로 노동조합은 전날 성명서를 통해 "방송·통신의 기술 융합으로 오래 전부터 유료방송시장의 재편이 예측돼왔지만, 정부는 사업자의 자구적인 변화혁신 노력에 대해 어깃장을 놓으며 케이블방송 노동자를 끊임없는 고용불안으로 내몰아왔다"며 "기업결합마저 때마다 다른 이유로 가로막는다면 케이블방송 산업은 소멸되고 케이블방송 노동자는 거리로 내몰리는 무책임한 상황이 벌어질 것"이라고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