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위, 참관객 및 참가부스 '역대 최대' 강조 국내 게임사 불참 잇따라… "정부 체면 세워주기 불과"편의시설 부족에 참관객 불만도 속출… 대규모 수익에도 투자 미비
  • "지스타는 쇠락의 길을 걷고 있다."

    지난 17일 국내 최대 게임전시회 '지스타 2019'가 나흘 간의 일정 끝에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단연 역대 최대 규모다. 지스타 조직위원회(이하 조직위)에 따르면 올해 행사장을 찾은 방문객은 약 24만명, B2C·B2B관에 부스를 꾸린 참가국과 참가사는 36개국, 691개사다. 

    최근 4년 간 지스타 규모를 살펴보면 이 같은 성장 흐름은 매년 이어졌다. 국내에서 열리는 최대 게임 행사라는 점에 비출 때 매우 고무적인 결과다. 다만 매년 현장에서 행사를 자세히 살펴보면 어딘가 허전함을 지울 수 없는 것이 사실이다. 

    일반 관람객들이 모이는 B2C관은 입구에서부터 해외 게임사들의 부스가 시선을 사로잡았다. 조직위 조사 결과를 보면 분명 B2C 참가사는 역대 최대인데 눈에 띄는 국내 게임사는 넷마블, 펄어비스, 그라비티, 크래프톤 등이 전부다. 올해 처음 불참을 선언한 넥슨의 빈자리는 더욱 크게 느껴지는 대목이다.

    B2B관은 조용하다 못해 적막감까지 감돌았다. 나름 차별적 부스를 갖춘 카카오게임즈, 스마일게이트, 위메이드, 라인게임즈 등을 제외한 나머지 중소게임사 및 스타트업 부스는 천편일률적인 디자인으로 빼곡히 배치돼 전혀 관심을 끌지 못했다. 이들 참가사에 대한 부스 비용 지원이 이뤄졌음에도 구글 등 해외게임사와 비교하면 너무나 초라한 모습이다. 역대 최대 규모에도 불구하고 아쉬움과 허전함이 남았던 이유다.

    다수의 국내 게임사들은 수년 전 부터 지스타와 조직위를 향해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적게는 수천만원에서 많게는 수십억원의 비용을 투입해야 하는 지스타가 결국 정부의 '체면 세워주기'를 위한 행사라는 지적이다. 지스타 참가 비용의 10분의 1 수준만으로도 유명 인플루언서를 통해 막대한 홍보·마케팅 효과를 누릴 수 있는 것이 현실이다. 매년 똑같은 기획 및 구성에 따라 소위 '가성비'가 떨어지는 행사로 인식되면서 결국 국내 게임사들도 잇따라 불참을 선언하는 실정이다.

    지스타를 찾은 위정현 한국게임학회장은 "현재 지스타는 쇠락의 길을 걷고 있다. 정부와 지자체가 단순히 부스를 분양하고 나머지 행사 콘텐츠 구성은 게임사에 맡기는 방식의 관행은 바로잡아야 한다"며 "'차이나조이' 등 해외 게임전시회의 위상이 높아지는 동안 조직위 등은 지스타의 차별성을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쯤되면 지스타를 통해 발생하는 대규모 수입의 향방에도 관심이 쏠릴 수 밖에 없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참가비용 외에도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 부수 비용이 발생한다. B2B 참가사에도 불구 B2B관에서 열리는 컨퍼런스를 참관하기 위해선 별도의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수십만원대 입장권을 구매한 B2B 참관객도 B2C관 입장을 위한 비용을 감수해야하는 실정이다. 게임업계 활성화를 위해 각자의 경험과 노하우를 공유하기 위한 행사가 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서 '돈벌이의 장'으로 불리는 이유다.

    이 같은 수입에도 지스타의 내실 변화를 체감하기는 어렵다. 참관객 수는 매년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 중이지만 참관객들의 편의는 좀처럼 나아지지 않고 있다. 지스타 행사장을 오가는 셔틀버스가 행사 종료 시간보다 먼저 운행이 종료되는가 하면, 운행 대수 및 횟수도 부족해 다수의 참관객은 불만을 쏟아내며 행사장 밖 정류장을 찾아 이동했다.

    행사장 내에는 제대로 된 휴게시설도 갖춰지지 않아 매년 행사장 바닥에 앉아 휴식을 취하는 참관객들의 모습을 심심치않게 볼 수 있다. 행사장에 대한 정보를 전달할 안내소와 안내원도 부족해 아이들을 동반한 학부모 및 장년층 참관객들은 관람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벌써 15회째를 맞은 지스타이지만 매년 같은 지적에도 이와 관련한 투자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올해 역시 이 같은 국내 게임사와 참관객들의 지적과 불만에도 조직위는 '역대 최대'만을 강조했다. 내년 지스타까지 1년이 남았지만 벌써부터 업계에선 걱정만 한가득이다. 이미 일부 중소게임사 및 스타트업은 일찍이 불참을 선언했다. 국제 게임전시회로의 도약은 커녕 국내 게임사들의 불참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떠들썩한 외형 확대보다 내실 있는 변화를 강조한 지스타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