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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기 기업은행장에 관료출신 인사들이 대거 후보군에 오르면서 낙하산 인사와 '관치(官治) 논란'이 또다시 고개를 들었다.
내부출신 행장 배출 관행이 10년 만에 깨질 것이란 관측이 팽배한 가운데 새로운 외부 인물로 반장식 前 청와대 일자리 수석과 고승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위원이 유력하게 떠올랐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기업은행장 하마평에 관료출신 외부 인사들이 거론되면서 낙하산 인사 배제를 위한 금융공공기관 기관장 선임절차 개선 요구가 거세지고 있다. 기업은행장은 금융위원장의 제청, 대통령 임명 절차로 선임된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은 지난 22일 ‘차기 기업은행장 인선, 낙하산 인사 배제를 대원칙으로 삼아야 한다’는 내용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금융노조는 “기업은행장 선임 절차는 낙하산 인사를 걸러내기에 매우 성긴 그물”이라며 “금융행정혁신위원회가 금융공공기관 기관장 선임과정의 투명성과 정당성 확보를 위해 선임절차를 개선하라는 권고를 이행하라”고 요구했다.
기업은행 노동조합도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리고 외부 출신행장 선출을 반대한다는 입장을 은성수 금융위원장과 청와대에 전달했다.
김형선 기업은행 노조위원장은 “시중은행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기업은행의 수장에 은행경험이 없고 전문성이 떨어지는 인사가 오는 것을 반대한다”며 “낙하산 행장이 온다면 투쟁도 불사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청와대와 금융권 안팎에서는 이미 관료출신 낙하산이 차기 기업은행장에 오를 수 있다는 예측이 지배적이다.
현재 하마평에 오르는 외부인사는 반장식 전 청와대 일자리 수석, 고승범 한국은행 금통위원, 윤종원 전 청와대 경제수석, 유광열 금융감독원 수석부원장 등이다.
정은보 한미 방위비협상 수석대표도 후보군에 이름을 올렸지만 현재 방위비협상이 파행과 재개를 거듭하면서 현실적으로 기업은행으로 자리를 옮기기 어렵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청와대에서 이 4명을 후보군에 올려놓고 고민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반장식 전 청와대 일자리 수석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으며, 윤종원 전 청와대 경제수석은 지난 6월 경제악화를 이유로 경질 당하면서 후보 순위에서 밀린 분위기”라고 전했다.
반장식 전 청와대 일자리 수석은 1956년생으로 경북 상주 출신이다. 행정고시 21회를 거쳐 재정경제원 지역경제과장, 기획예산처 예산총괄과장, 사회재정심의관, 예산총괄심의관 등을 맡은 예산 전문가다. 현재 서강대학교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로 재직 중이다.
또 다른 후보인 고승범 금통위원은 1962년생으로 서울대학교 경제학과와 행정학 석사를 거쳐 미국 아메리칸대학교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행시 28회로 재무부에 입문해 국제금융국, 재정경제부에서 경제정책국 등에서 근무했다. 이후 옛 금융감독위원회에서 은행감독과장을 맡았고, 금융위 금융정책국장, 사무처장, 상임위원 등 핵심 보직을 두루 거쳤다.
특히 부친이 농림부와 재정부 거쳐 건설부 장관을 지낸 고병우(1933년생) 씨다. 고병우 씨는 쌍용증권 초대 사장과 한국증권거래소 이사장을 지내며 경제계 안팎에서 신망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권 관계자는 “고승범 금통위원이 기업은행장으로 오는 것은 급이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며 “부친이 경제계 거목으로 입김이 작용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온다”고 말했다.
유광열 금융감독원 수석부원장 역시 후보로 거론되는데 그는 경제기획원, 재정경제부,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 등을 거친 정통 관료 출신 인사다.
내부 출신 행장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내부출신 후보로는 임상현 기업은행 전무와 시석중 IBK자산운용 대표, 김영규 IBK투자증권 대표가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한편, 오는 12월 27일 임기가 만료되는 김도진 기업은행장의 후임 인선 작업은 내달 중순이 지나야 윤곽이 드러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