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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무역분쟁 격화로 중국이 경기침체를 겪으면서 금융시장에 위험신호가 감지되고 있다. 최근 중국의 가계와 기업 채무가 치솟는데다 기업들이 달러 부족에 시달리는 상태다.
중국의 대외채무가 위기에 다다랐다는 지적과 함께 금융위기설이 일파만파 확산되고 있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중국 인민은행은 최근 ‘2019 금융안정보고서’를 발표하고 전국 4400여개 은행 가운데 586곳이 고위험 상태라고 진단했다. 은행 약 7곳 중 1개꼴로 부실이 심각하다는 의미다.
중국 가계의 가처분소득 대비 채무비율도 99.9%로 지난해 93.4%에서 크게 증가했다.
중국 기업채무비율은 GDP(국내총생산)대비 154.7%로 위험수위를 이미 넘어섰다. 지난 주 종합상사인 국유기업 톈진물산(天津物産·TEWOO)그룹의 채무조정은 중국서 규모가 큰 기업들까지 자금난에 직면했다는 단면을 보여줬다.
그 여파로 한국에 진출한 중국계 외국은행 지점들이 달러자금을 조달해 중국 본토에 보냈다. 조달된 달러는 대부분 중국 기업들에게 전달되고 있다.
중국의 달러 가뭄은 중국의 거대한 외환보유고(올해 10월 기준 3조 2191달러) 덕분에 문제가 없다는 분석이 경제전문가들 사이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중국의 경제주체별 대외채무를 고려할 때 중국의 달러부족이 안심할 상황은 아니라는 지적이 나온다.
중국의 대외채무는 올 2분기 말 1조9980억 달러(약 2372조원)로 전년 동기(1조9176억 달러)대비 804억 달러(약 95조원) 가량 증가했다. 중국의 외환보유고를 감안하면 중국의 대외채무에 이상은 없다는 시각이 우세한 상황이다.
그러나 경제주체별 대외채무를 보면, 예금기관이 9335억 달러(약 1108조원)로 전체의 47%를 차지하고, 기업 등이 5737억 달러(약 681조원)로 29%를 맡고 있다.
게다가 대외채무 가운데 1년 이내에 상환해야 할 단기채무는 예금기관이 7036억 달러(약 835조원)로 예금기관 대외채무 총액의 75%를 차지하고 있다. 기업 등의 단기채무도 4249억 달러(약 504조원)로 기업 등의 대외채무 총액의 74%에 달한다.
김광수경제연구소의 김광수 소장은 “중국의 대외채무에 문제가 발생한다면 예금기관과 기업에서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며 “한국의 예금기관과 기업 등의 대외채무에서 단기채무가 차지하는 비중이 각각 50%(예금기관)와 20%(기업 등)에 불과한 점을 고려하면 중국 예금기관과 기업 등의 단기채무 비중이 매우 높다”고 진단했다.
김 소장은 이어 “중국 기업 등의 대내외 금융투자(증권+직접투자) 순유입과 순유출 모두 분기평균 1000억 달러가 넘었으나 올해 들어 500억 달러 수준으로 급감했다”며 “올 들어 중국이 달러 부족에 노출됐을 가능성이 높다는 방증”이라고 분석했다.
이러한 중국 금융시장 불안은 중국에 대출을 해준 외국은행들에게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외국은행의 중국 대출 규모를 보면 올해 2분기 1조2420억 달러(약 1474조원)다. 세부적으로 보면 국제금융을 통한 대출 9430억 달러(약 1119조원)와 중국 현지 위안화 대출 2989억 달러(약 355조원), 단기대출 6603억 달러(약 784조원) 순이다.
또 외국은행의 중국 대출 중 위험에 노출된 대출규모는 815억 달러(약 97조원)로, 이는 중국 기업과 은행에 집중돼 있다.
국적별 외국은행의 중국 대출 규모를 보면 영국계 은행(1981억 달러)이 가장 많고, 미국(919억 달러), 일본(737억 달러), 프랑스(453억 달러), 대만(418억 달러), 독일(290억 달러), 한국(268억 달러) 등의 순이다. 즉 중국 대출 위험에 가장 많이 노출된 국가는 영국이며, 외국 은행들은 중국 기업에 대한 대출 위험이 가장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