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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신항 신규 부두들이 2022년 개장을 앞두고 있다. 물동량 부족에 시달리는 운영사간 진흙탕 싸움이 재연될 수 있단 우려가 제기된다.
15일 항만업계에 따르면 2022년에 신항 서측 2-5단계 부두(3개 선석)와 남측의 2-4단계 민자 부두(3개 선석)가 개장할 예정이다.
해양수산부가 산정한 표준하역능력(선석당 65만개) 기준으로 연간 20피트짜리 390만개의 시설이 새로 공급되는 셈이다.
신항의 기존 부두들이 실제 처리하는 컨테이너가 선석당 연간 85만~90만개로 집계된다. 이를 고려하면 신규 부두 2곳의 실제 하역능력은 500만개를 넘는다.
이는 지난해 신항 5개 부두의 물동량 1451만개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2-5단계 부두는 부산항만공사가 건설하고 있다. 2022년 7월에 개장할 예정이다. 내년 1월 초 운영사를 정하기 위한 절차를 진행 중에 있다. 크레인 등 하역 장비도 발주했다.
2-4단계 부두는 현대산업개발, 대우건설 등이 컨소시엄으로 투자했다. 2-5단계 부두보다 약간 이른 시기에 개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부두는 당초 2021년 2월 이전에 문을 열 계획이었다. 하지만 남해안 바닷모래 공급이 끊기면서 공사가 지연됐다.
업계 관계자는 "신규 부두 개장으로 부산항의 부두 간 물량 빼앗기 경쟁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올해 부산항은 성장세가 눈에 띄게 둔화됐다. 내년 이후 전망도 밝지 않은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대규모 시설이 추가로 공급되면서 부두 운영사들은 생존을 건 전쟁에 나설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11월까지 부산항 물동량은 29만여개로 집계된다. 지난해와 비교해 1.5% 증가한 수준이다.
늘어난 물량은 수출부진 영향으로 인한 빈 컨테이너다. 따라서 실질적인 성장률은 0%대라는게 운영사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업계는 내년 이후에도 부산항 물동량 증가율은 2%에 못 미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세계경기 회복지연, 보호무역주의 강화, 중국의 대규모 항만확장과 카보타지(외국 선사의 자국 연안 운송 금지) 해제 움직임 등이 발목을 잡을 수 있단 이유에서다.
터미널 운영사 관계자는 "정부가 2개 신규부두 건설계획을 세울 때 부산항 물동량이 연평균 3.5% 이상 성장하는 것을 전제로 했지만, 크게 어긋나고 있다"고 말했다.
신규 부두가 개장하면 신항 터미널 운영사는 현재 5개에서 7개사로 확대된다. 3개인 글로벌 해운동맹을 놓고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
현재 2M동맹은 신항 1부두와 3부두, 디얼라이언스 동맹은 2부두, 오션 동맹은 5부두와 계약을 맺고 있다.
신규 부두들이 선사 유치에 나설 경우 기존 운영사들은 물량 확보를 위해 방어태세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지난 2006년 신항 개장 당시 신항 부두와 북항 부두 간 물량싸움으로 8만~9만원대였던 부산항 하역료가 절반 수준으로 떨어진 바 있다.
항만업계는 2022년 신규부두 2곳 개장으로 인한 물량 전쟁과 하역료 하락 여파가 과거보다 훨씬 클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운영사 관계자는 "현재도 낮은 수준인 하역료가 더 하락하면 운영사 투자 여력이 더 떨어질 것"이라며 "연관산업에도 연쇄적으로 피해가 미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신항 부두 간 물동량 싸움은 북항까지 영향을 미쳐 부산항 전체가 위태로워질 수 있단 관측도 제기된다.
글로벌 선사 유치전에서 밀린 신항 운영사들이 북항을 이용하는 중소 선사들 물량이라도 채우려고 손을 뻗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신항 기존 운영사들 사이에서는 항만공사가 건설하는 2-5단계 부두 개장 시기를 조절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운영사 대표 A씨는 "민자부두는 어쩔 수 없지만, 2-5단계 부두는 부산항 물동량 추이를 봐가며 개장 시기를 탄력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2-5단계 3개 선석만으로는 해운동맹 하나의 물량을 모두 감당할 수 없다. 지금보다 환적화물 부두 간 이동이 더 늘 수 있어 신항 전체 운영효율이 높아지지 않을 것"이라며 "2-6단계 2개 선석과 동시에 개장하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