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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보생명 준법감시 담당 임원이 일주일 넘게 무단으로 자리를 비운 것을 둘러싸고 노조가 사측에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준법감시 임원이 인사 발령에 불만을 품고 사표를 제출한 뒤 회사에 나오지 않았지만, 교보생명은 해당 임원을 복귀시키고 휴가 처리하는 방식으로 사태 수습에 나서 논란이 되고 있다.
3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전국사무금융노동조합연맹 교보생명 노동조합은 지난달 19일 “최근 조직 개편 및 임원 인사 발령 통보 후 준법감시인이 사표를 제출하고 출근하지 않는다는 제보가 접수됐다”며 “사실관계 여부를 확인해 회신해달라”는 내용의 공문을 사측에 보냈다.
준법감시인은 내부통제기준의 준수 여부를 점검하고 이를 위반하는 경우 조사하는 업무를 맡고 있다. 준법감시인은 회사 내부통제 관련 업무를 총괄하는 중요한 임무를 수행하는 만큼 자리를 비워서는 안된다.
문제는 인사 발령 이후 불거졌다. 교보생명은 지난달 10일 이사회에서 새로운 준법감시인을 선임했다. 이 과정에서 임원으로 활동 중인 준법감시인을 팀장급으로 발령 예고했고, 여기에 불만을 품은 담당 임원이 다음날 사직 의사를 표명한 뒤 8일 가량 결근했다는 것이다.
노조에 따르면 회사 측에 문제를 제기하자 지난달 20일 해당 임원을 복귀시켰고, 결근 이력은 휴가처리를 통해 무마했다. 향후 제기될 문제의 소지를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서다.
금융기관은 원칙적으로 준법감시 업무에 공백이 발생하지 않도록 적절한 자를 준법감시인으로 두어야 한다.
또한 준법감시인을 임면(임명과 해임)했을 때에는 그 사실을 구체적으로 기재해 금융감독원장에 접수해야 하며, 공석이 발생하면 지체 없이 업무대행자를 지정해 보고해야 한다. 준법감시인이 퇴직 등으로 업무 수행이 곤란한 경우나 변동 사항이 있는 경우에도 금융당국에 바로 보고하도록 정해져 있다. 하지만 교보생명은 담당 임원의 임기만료와 사표 제출에 대해 금융당국에는 따로 보고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회사지배구조에 관한법률에 따르면 준법감시인 및 위험관리책임자의 임면사실을 보고하지 않거나 거짓으로 보고한 경우엔 과태료를 물어야 한다.
더욱이 교보생명의 내부 경영임원 규정에 따르면 임원은 휴가 기준이 따로 없다. 하지만 교보생명 사측은 임원이 휴가를 간 것이며, 그사이 별다른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와 관련해 교보생명 관계자는 “임원 휴가는 필요시 직무전결기준에 따라 운영하고 있으며 준법감시 임원은 전결권 위임 후 휴가를 다녀온 뒤 복귀했다”며 “임기 만료되기때문에 별도 임기 종료에 대해서는 감독당국 보고가 필요치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고 설명했다.
노조는 사측의 준법감시인에 대한 허술한 관리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금융회사는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 등에 따라 준법감시인 제도운영 모범규준을 준수해야 한다. 하지만 회사 측은 관련 규정을 제대로 지키지 않고, 주먹구구식으로 운영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더욱이 교보생명의 임원 규정을 보면 별도의 휴가가 명시돼 있지 않다. 노조에서는 내년에 금융감독원이 교보생명에 대한 종합검사에 돌입할 경우 이번 건이 문제가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노조 관계자는 “노조에서 문제를 제기하니 해당 임원을 사정해서 출근시키고 결근한 내용은 휴가처리 한 것”이라며 “사표를 제출한 일주일이나 준법감시 임원이 나오지 않았는데도 처음엔 관심도 두지 않다가 문제 제기 후 사태를 무마하려고 만 하는 사측의 태도에 입장표명을 요구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