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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 3만5000원에 정기적으로 자산관리-투자자문 해드려요”
사용자가 정기적으로 일정 금액을 지불하고 상품이나 서비스를 제공받는 ‘구독경제’가 새 소비 트렌드로 떠오른 가운데 금융권에서도 이 같은 구독경제 모델이 포착됐다.
미국의 한 인터넷전문은행이 은행 최초로 구독경제 모델을 기반으로 한 투자자문서비스를 선보인 것이다. 국내 금융사들도 개인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구독경제 도입이 필요하다는 제안이 나오고 있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미국의 인터넷 전문은행인 Charles Schwab(찰스 슈왑)이 지난해 4월 중산층 대상 로보어드바이저 투자자문 서비스를 선보였다. 로보어드바이저는 로봇과 투자전문가의 합성어로 알고리즘을 통해 투자자산 배분을 자동화하는 서비스다. 펀드매니저 대신 AI(인공지능)가 자산관리를 한다. 가입비는 300달러, 월정액은 30달러다.
구독경제는 이미 온라인‧모바일 기반 스트리밍 서비스를 넘어 면도날과 커피, 화장품 등과 같은 생활용품에서 자동차까지 적용 범위가 확대되고 있다. 월 9500원에 넷플릭스의 영상 컨텐츠 이용이 무제한 가능하고, 월 72만원에 소비자가 원하는 차량을 여러 대 골라 타는 식이다. 사용자의 편의성이 높아지고 기업 측면에서 고객과의 장기적인 관계 형성과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창출할 수 있어 성장률이 가파르다.
국내 금융권에서도 해외사례처럼 투자자문 서비스를 내놓고 있으나 대부분 무료 서비스로 제공되고 있다.
신한은행은 지난해 9월 고객자산 보호를 위한 자산관리컨시어지팀을 신설했다. 신한은행과 신한금융투자의 PB팀장이 한 공간에서 개인고객 자산관리 뿐 아니라 법인고객 자금관리 컨설팅, 부동산 투자자문 등의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한다.
자산관리컨시어지팀은 자산가 고객과 현재 변동성이 커진 시장상황을 불안해하는 고객을 대상으로 자산진단과 리밸런싱 서비스를 제공한다. 고객이 보유하고 있는 상품의 분석은 물론 특정자산 쏠림 체크, 현재 시장상황과 고객 투자 성향에 맞는 리밸런싱 방안을 제시한다.
우리은행은 고액자산가 전담 PB센터가 위치한 잠실, 강남, 대치, 청담, 부산의 패밀리오피스센터에서 세무와 부동산 컨설팅 등 원스톱 자산관리를 무료로 제공 중이다.
반면 KEB하나은행과 국민은행은 부동산 투자자문을 해주고 일부 수수료를 받고 있다. 수수료는 자산규모 등 투자자문계약에 따라 결정되는데 국민은행의 2019년 기준 기준 연간 상담건수는 약 7950건에 이른다. 그러나 찰스 슈왑의 사례처럼 구독경제를 기반으로 한 수익모델은 아니다.
송상규 KDB미래전략연구소 미래전략개발부 차장은 “금융권에서 구독경제 모델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데이터에 근거한 고객분석을 통해 개인맞춤형 서비스 능력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성급한 수익화 추진보다는 장기고객 확보에 필요한 차별화된 서비스 제공에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