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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보생명이 최근 직무급제 본격 시행을 예고하면서 노사간 마찰이 일고 있다. 교보생명 사측이 취업규칙 적용 및 세부사안에 대한 동의 없이 홍보에 나서면서 내부혼선을 초래하고 있다는 게 노조 측의 지적이다.
9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교보생명은 올해부터 직무급을 일반직 전체로 확대한다고 밝혔다. 직무급제란 일의 중요도와 난이도, 업무 성격과 책임에 따라 급여가 결정되는 인사제도다.
직무 급여를 반영하기 때문에 같은 직급에 속해도 직무에 따라 급여체계가 달라진다. 낮은 직급이라도 팀장급 직무를 수행한다면 연봉이 올라간다. 반대로 높은 직급이지만 낮은 직무를 수행한다면 연봉도 일정 부분 줄어드는 것이다.
교보생명은 직무급제를 도입해 성과에 따른 보상체계를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교보생명은 지난 2011년 직무중심 인사제도를 책임자급인 리더(Leader) 직급에 도입하고, 점차 대상과 적용 범위를 확대한다는 계획을 밝혔었다.
교보생명 직원들은 직무에 따라 L(Leader)-M(Manager)-SA(SeniorAssociate)-A(Associate)로 구분된다.
이와 관련해 교보생명 노동조합은 현재 취업규칙 적용 관련 논의와 직원 동의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취업규칙은 근로자의 근무조건 등을 담은 문서로 회사측이 작성하며, 개정을 위해서는 노동자의 동의를 구해야 한다.
노조는 취업규칙 변경 없이 직무급제를 적용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꼬집었다. 아울러 특정부서의 직무등급 상향조정, 같은 직무의 부서별 차등적용 등 직무등급의 형평성 제고를 위해 노조의 의견을 청취하기로 한 단체협약을 준수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노조에 따르면 제도 도입 관련해 직원 등급 확인과 임금피크제 도입을 앞둔 근로자들의 임금 산출 방법과 같은 주요 내용에 대한 설명이 이뤄지지 않았다.
이에 노조는 지난 7일 이달 1일자 인사발령에서 하위 직무로 이동한 79명 직원에 대한 사전면담 및 피드백 자료를 사측에 요청했다. 하위직무 이동 시 임금이 줄어드는 만큼 관련 내용 파악이 필요하다는 게 노조 측의 설명이다. 아울러 상위직무로 이동한 81명에 대한 직무등급 확정 근거를 제공할 것을 요구했다. 직무등급이 없는 직원도 27명에 달한다.
교보생명 노조 관계자는 “직무급제 도입 관련 내용은 임금에 관한 사항으로 근로자의 동의를 거쳐야 한다”며 “인사이동 불이익 초래, 직무순환 활성화 저해 우려 등 직무급제도 관련 세부 사항에 대한 합의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교보생명의 직무급제는 금융업계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직무급제가 저임금 고착화 등의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점에서 금융업계 노조도 관심 있게 지켜보는 상황이다.
한편 교보생명은 지난 2018년 노사가 임금협상 및 직무제 도입 확대를 놓고 갈등을 빚은 바 있다. 노조는 당시 중노위에 조정을 신청했고 3차례 조정 끝에 1년 유예를 거쳐 제도를 도입하는 방안을 수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