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간 가입자 150만명 예상, 영업점 대기만 300명 마케팅 효과 VS 역마진 우려 ‘1계좌당 3만원 손해’
  • ▲ 지난 4일 서울의 한 하나은행 지점에 ‘하나 더 적금’ 가입을 희망하는 고객들이 몰린 모습.ⓒ뉴데일리
    ▲ 지난 4일 서울의 한 하나은행 지점에 ‘하나 더 적금’ 가입을 희망하는 고객들이 몰린 모습.ⓒ뉴데일리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우한 폐렴) 사태로 사람들이 대면접촉을 피하고 있지만 하나은행 영업점은 예외다. 3일째 북새통을 이뤄 전 영업점 직원들은 진땀을 뺐다.

    고객들이 하나은행 지점으로 몰린 이유는 연 5%대 금리를 받을 수 있는 적금상품 가입 때문이다.

    5일 하나은행에 따르면 오후 5시 기준 적금 마감 결과 총 132만3745명이 계좌를 개설했고, 가입금액은 3665억6000만원으로 집계됐다. 현재 가입 마감시간이 지났지만 적금 가입을 위해 지점 내에서 대기 중인 고객이 많아 가입자 수는 더 추가될 예정이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최종 마감까지 확인하면 최대 150만좌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 상품은 기본금리 연 3.56%에 온라인 채널 가입(연 0.2%)과 하나은행 입출금통장으로 자동이체 등록(연 1.25%) 조건을 충족하기만 하면 최고 연 5.01%의 금리를 제공한다.

    단, 가입 한도는 월 30만원까지로 제한돼 있다. 이에 1년 동안 적금을 유지할 경우 이자는 약 8만6000원까지 받을 수 있다.

    실제 받는 이자는 얼마되지 않지만 ‘연 5%’라는 이자율 때문에 가입자는 몰렸다. 적금 가입 개시일부터 하나은행 공식 앱 '하나원큐'는 수만명의 가입자가 몰려 접속에 애를 먹었다.

    온라인 가입이 여의치 않자 영업점 창구에도 사람들이 몰렸다. 상당수 영업점에서 300~400번대 대기표가 발생하는 진풍경이 연출됐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온라인 가입이 어려워 영업점을 방문하는 고객들도 있고, 하나은행의 휴면계좌를 보유한 고객들이 계좌를 부활시켜 가입하기 위해 영업점을 찾기도 했다”며 “주민등록등본과 가족관계증명서만 제출하면 대리인 신청을 통해 가족들 이름으로 적금 가입이 가능해 한 번에 여러 계좌를 개설하기 위한 고객들도 몰렸다”고 설명했다.

    하나은행은 이 정도까지의 인기를 예상하지 못했다.

    하나은행은 기존 KEB하나은행에서 사명 변경을 기념해 이 상품을 내놓으면서 5만좌 정도 가입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150만좌 가까이 가입이 예상되면서 마케팅 효과를 톡톡히 누렸다는 평가다.

    하지만 현재 상황을 마냥 즐길 순 없다. 일각에선 이번 고금리 예금 판매로 역마진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실제로 국내 시중은행의 1년 만기 정액 적립식 적금상품의 기본금리가 최대 2%고, 우대조건 적용 시 2.5% 안팎의 금리가 평균이다. 이를 감안하면 하나은행의 금리는 이보다 두 배나 더 많다.

    통상 수신금리는 기준금리에 은행이 보유한 자금 현황과 시장 상황, 마케팅 전략을 더해 책정되는데 5%대 고금리를 제공하는 수신자금의 운용처는 마땅치 않아 역마진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특판적금으로 확보한 수신을 여신으로 운영할 경우 단순 금리계산으로만 2% 가까이 손해를 보는 것이다. 은행 내부에서는 1계좌당 3만~5만원씩 손해를 감수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고객들을 응대했던 직원들의 불만도 새어나오고 있다.

    하나은행은 주52시간 근무제 도입으로 정시퇴근 독려제도인 PC-OFF 제도를 운영 중인데 지난 4일부터 PC-OFF가 해제돼 직원들이 야근을 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어서다.

    은행 관계자는 “하나은행은 사명 변경을 기념하는 차원의 대고객 이벤트였으나 당초 수요예측은 터무니없이 빗나갔고, 무리한 수신 영업관행에서 준비 없이 상품을 마련했다는 지적이 나온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