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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KB·하나·우리 등 4대 금융지주는 저금리 기조와 대출규제 속에서도 지난해 역대급 실적을 기록했다. 대출이 늘며 안정적인 이자이익을 거두고 수수료 이익과 비은행 계열사의 실적 개선이 한몫했다.
그러나 올해부터는 연간 순이자마진(NIM)하락과 이자이익 감소 등 은행의 성장 둔화가 예상된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KB·하나·우리금융 등 4대 금융지주는 지난해 총 11조278억원의 순이익을 거뒀다. 이는 2018년 순이익이 처음으로 10조원을 돌파했을 때보다 5.2% 정도 늘어난 것이다.
신한금융지주는 생명보험사인 오렌자라이프 편입 효과로 사상 최대 규모 순이익 3조4035억원을 달성하며 2년 연속 1위 자리를 지켰다.
KB금융은 신한금융에 1위를 내줬지만 3조3118억원의 순이익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갈아치웠다.
하나금융의 순이익은 2조4084억원으로 지주 체제 전환 후 최대실적을 냈다.
우리금융은 1조9041억원으로 지주 체제 전환에 따른 회계상의 순이익 감소분(1344억원)을 감안하면 지주전환 전을 포함해 경상 기준 사상 최대 실적이다.
4대 금융 모두 미중 무역분쟁과 일본 수출규제 등으로 어려운 경제여건에 부동산 규제와 기준금리 인하,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 등 실적에 부정적 요인이 산재한 가운데서도 일제히 호실적을 거뒀다.
신한금융은 비은행 계열사 순이익이 KB금융을 앞지르며 1위를 수성할 수 있었다. 신한금융이 59.2%(1606억원)의 지분을 보유한 오렌지라이프는 지난해 2715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렸다. 신한금융이 내년에 오렌지라이프를 100% 자회사로 두게 되면, 비은행 계열사 비중은 더욱 커질 전망된다.
KB금융은 은행과 카드의 견조한 이자이익 증가와 수수료이익 성장했다. 우리금융은 우량기업 대출 위주로 자산을 늘리고 핵심예금을 증대하고 자산 건전성도 높였다.
금융지주 수익의 상당 부분을 떠받친 것은 이자이익으로 나타났다. 지주 전체 영업이익에서 이자이익은 63~85%에 달한다.
신한금융의 이자이익은 7조9830억원으로 전년보다 4.8% 증가했고, KB금융은 3.3% 증가한 9조1968억원이었다. 하나금융은 5조7737억원으로 2.4% 늘었고, 우리금융은 5천894억원으로 4.3% 증가했다.
다만 수익성은 전보다 떨어졌다. 주력 계열사인 은행의 4분기 순이자마진(NIM)은 전분기보다 각각 3∼7bp(1bp=0.01%포인트) 하락했다. 지난해 기준금리가 2차례 인하되면서 은행의 예대마진이 낮아진 여파다.
NIM은 은행 등 금융사가 운용자금 한 단위당 이자 순수익을 얼마나 냈는지 보여주는 수익성 지표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지주가 지난해 실적 증가세를 이어갔지만 올해는 금융시장 불확실성과 금리인하가 예상돼 호실적이 불투명한 상황”이라며 “지주사들은 비이자이익 확대, 기업금융(IB)과 자산관리(WM) 역량 강화, 인수합병(M&A)에 집중해 실적을 끌어올리겠다는 전략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