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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자본시장의 ‘큰손’인 국민연금이 기관투자자의 적극적인 주주 활동을 막아온 이른바 '5%룰(대량보유 공시제도)' 완화로 내달 정기주주총회에서 주주권 행사를 위한 시동작업에 돌입했다.
국민연금이 5% 이상 대량 지분을 보유한 상장사가 300곳을 넘어 그 여파가 클 것으로 보인다.
9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1월 말 기준 국민연금이 전체 주식 지분의 5% 이상을 보유한 코스피·코스닥 상장사는 총 313곳이다. 이는 지난 2018년 말(292곳) 이후 1년 1개월 만에 21곳(7.2%) 증가했다.
이 중 국민연금의 보유 지분이 10% 이상인 상장사는 96곳으로, 2018년 말(80곳)과 비교해 16곳(20.0%) 늘었다.
게다가 KT와 포스코, 네이버, KT&G, 신한지주, 하나금융지주 등 9곳의 최대주주는 국민연금으로 연금의 입김이 한층 세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말 '국민연금 주주권 행사 가이드라인'에 따라 횡령·배임·사익편취 등으로 기업가치가 추락했는데도 개선 의지가 없는 투자기업을 상대로 주주 제안을 통해 이사 해임과 정관 변경 등을 요구할 수 있게 됐다.
주주권 행사를 가로막던 5% 룰도 완화됐다.
이달 1일부터 시행된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안에 따르면 5% 이상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연기금 등의 기관투자가들의 주식 보유 목적은 경영권에 영향을 줄 목적이 없는 경우 일반투자와 단순투자로 재분류됐다.
기존에는 보유 목적에 경영권 영향 목적과 경영권 영향 목적이 없는 경우(단순투자)만 있었다. 이제는 배당정책 개선 및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정관 변경을 추진할 수 있는 일반투자 목적의 영역이 생긴 것이다.
이에 따라 국민연금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현대차, 대한항공 등 국내 상장사 56곳에 대한 주식 보유 목적을 '단순 투자 목적'에서 '일반 투자 목적'으로 변경한다고 지난 7일 공시했다.
이들 기업에 대해서는 국민연금이 배당 확대를 요구하거나 위법 행위를 한 이사에 대한 해임을 청구하는 등, 더욱 적극적으로 주주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국민연금의 입김이 세지면서 올해 정기 주총 시즌에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가 급부상했다. 국민연금이 대량으로 지분을 보유한 상장사들은 주총 안건 통과에 어려움을 겪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