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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보험사들이 저금리와 손해율 악화로 대부분 부진한 실적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도 저성장, 저금리 기조가 이어져 보험사의 경영난이 심화할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18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삼성화재·현대해상·DB손해보험·KB손해보험·메리츠화재의 지난해 당기순이익 합계는 1조8401억원으로 1년 전(2조4789억원) 대비 25.8% 감소했다.
업계 1위인 삼성화재는 투자영업수익 감소 등으로 순이익이 6478억원으로 전년(1조707억원) 대비 39.5% 줄었다. 같은 기간 현대해상은 28%, DB손보 27.9%, KB손보는 10.6% 감소폭을 보였다. 지난해 현대해상 2691억원, DB손보 3876억원, KB손보 2343억원, 메리츠화재 3013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대형 5개사 중 순이익이 증가한 곳은 메리츠화재가 유일하다. 메리츠화재는 순이익이 전년(2347억원)보다 28.4% 늘어난 3013억원을 기록했다. 이마저도 채권매각을 통해 투자수익을 끌어올린 결과다.
한화손해보험은 지난해 691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하며 적자 전환했다. 롯데손해보험은 지난해 527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해 2013년 이후 적자 전환했다.
손보사의 실적이 감소한 이유는 자동차보험과 실손보험 손해율(받은 보험료 대비 지급한 보험금)이 높아지면서 영업적자가 불어난 탓이다.
실제 지난해 손보사의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삼성화재 91.4%, 현대해상 91.6%, DB손보 91.5%, KB손보 92% 메리츠화재 88.5%를 나타냈다. 손보업계에서 적정 손해율로 보는 78~80%를 웃도는 수치다. 보험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작년 상반기 실손보험의 손해율은 130.9%로, 2016년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저금리 기조 장기화로 인해 대형 생명보험사들도 순이익이 급감했다. 삼성생명은 지난해 당기순이익이 1조517억원으로 전년(1조7337억원) 대비 39.3% 감소했다.
한화생명은 작년 순이익이 572억원으로 전년(4465억원) 대비 87.19% 감소했으며 오렌지라이프도 지난해 순이익이 2715억원으로 전년(3113억원) 대비 12.8% 감소했다. 신한생명은 지난해 순이익이 2018년(1310억원) 보다 5.5% 줄어든 1239억원을 기록했다.
저금리 기조 장기화에 따른 자산이익률 감소와 성장 정체에 따른 결과다. 동양생명만 자회사 동양자산운용 매각 등 일회성 요인이 반영되면서 순이익이 전년 대비 두 배 이상 증가한 1131억원을 나타냈다.
보험업계의 실적 부진은 올해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올해도 보험 산업의 성장이 정체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올해 생명보험 성장률은 마이너스 2.2%로 4년 연속 역성장이 예상되며, 손해보험 성장률은 2.6%로 전년과 비교하면 둔화(1.2%p 하락)할 것으로 예상한다는 것.
생명보험업계는 금리하락에 따른 연말 LAT 책임준비금 및 변액 보증준비금 추가 적립으로 당기순이익의 감소가 우려되고 있다. 성장 지표를 가늠할 수 있는 보험매출(초회보험료)도 감소할 것으로 보고 있다. 생명보험 대부분 종목의 초회보험료는 2016년부터 감소세를 지속하고 있으며 경기 부진 등으로 신규 보험수요 창출의 어려움이 확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손해보험은 차 보험과 실손의료보험의 손해율 급등 및 사업비 지출 확대로 영업 손실이 확대될 것으로 점쳐진다. 손해보험의 매출은 장기보험 등의 증가세가 둔화하고 저축성보험과 개인연금 감소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보험사들이 수익성과 건전성 제고를 위한 중장기적 가치 경영이 필요하다는 게 보험연구원 측의 지적이다. 고위험 상품 개발을 줄이고, 리스크 중심의 전략을 짜야 한다는 것이다. 간편 심사보험 판매의 경우 위험률 예측이 어려운 비우량체가 확대되고 도덕적 해이를 유발할 가능성이 커진다는 점에서 주의를 요구하고 있다.
또한 사업계획 목표를 낮추고 내실을 강화하는 경영으로 전환하고, 실질적인 리스크를 측정하는 시스템 구축이 필요할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오는 2022년 도입되는 새 국제회계기준(IFRS17)과 새로운 지급여력제도 킥스(K-ICS)에 대응해 부채 구조 전환, 금리리스크 헤지 추진 등의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보험연구원 관계자는 “계약이전 방식으로 부채의 구조를 전환하고, 재보험 등을 이용해 금리리스크를 전가하거나 헤지할 필요가 있다”며 “금융당국은 관련 제도가 활성화될 수 있도록 정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