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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해보험업계 1위 삼성화재의 수익성 중심 상품 판매 전략에 의문이 제기됐다.
느슨한 언더라이팅(인수심사)과 손해율 우려가 큰 담보를 지속해서 판매하는 점은 수익성 위주의 정책으로 보기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수익성 중심의 전략이 숫자로 확인될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20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삼성화재의 지난해 연간 당기순이익(개별기준)이 전년 대비 42.4% 줄어든 6092억원을 기록했다. 받은 보험료 대비 지급한 보험금 비율인 손해율과 합산비율(손해율+사업비율)이 높아진 데 따른 결과다.
지난해 매출액(원수보험료)은 전년 대비 3.3% 증가한 18조8393억원을 달성했다.
삼성화재는 매년 수익성 중심의 경영 전략을 편다고 밝히고 있지만, 상품 판매 전략은 이와 반대 흐름을 보인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발병률이 높은 장기보험 담보를 늘리고, 보험 가격을 낮추는 것은 손해율 상승으로 이어져 수익 악화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것.
삼성화재는 지난해 10월 요율 개정을 통해 암보험, 건강보험 등 질병을 보장하는 장기인보험 상품 가격(보험료)을 평균 15% 인하했다.
당시 이러한 전략은 경쟁사인 메리츠화재를 의식한 조치로 해석됐다. 업계 5위 사인 메리츠화재가 장기인보험 부문에서 공격 영업에 나서자 삼성화재가 상품 가격을 낮추고, 발병률이 높은 유사암 담보를 늘리는 경쟁 행보를 보였다. 장기 인보험 시장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영업 전략이었다.
그 결과 2018년 79%였던 장기보험 손해율은 1년 새 84.2%로 5.2%포인트 높아졌다. 분기별로 보면 지난해 공격 영업에 가장 적극적으로 나섰던 4분기에 88.8%로 최고치를 기록했다. 무분별한 판매 경쟁에 뛰어든 삼성화재가 손해율 악화의 직격탄을 맞은 셈이다.
결국 삼성화재는 전날 진행된 2019년 실적발표 컨퍼런스 콜에서 “수익성보다 물량(확대)에 치중한 것으로 보인다”는 지적을 받았다. 삼성화재의 장기 보장성보험 신계약 시장점유율은 2018년 23.7%에서 지난해 24.4%로 확대됐다. 2018년 21.4%였던 인보험도 지난해 22.8%로 확대됐다.
이와 관련해 삼성화재는 “장기보험 매출 확대는 수익성을 확보하는 차원에서 이뤄진 것”이라며 “다만 올해는 손해율을 고려해 담보를 조정할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삼성화재의 이런 행보를 바라보는 전문가의 시각은 그리 곱지 못한 게 사실이다. 신한금융투자 임희연 애널리스트는 리포트를 통해 “유사암 담보 축소가 늦게 이뤄지는 등 최근 영업 행보와는 다소 상반된 것으로 판단된다. (수익성 중심의) 전략 방향성은 공감하나 숫자로 확인될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NH투자증권 정준섭 애널리스트도 리포트를 통해 “삼성화재의 위험손해율 악화 흐름이 지속되는 점은 부담요인”이라며 “지난해 10월 이후 유입된 저마진 계약의 손해율 상승 압력도 방어해야 하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시장 점유율 확보 경쟁에 치중한 영업 방식에 대한 의구심도 커지고 있다. 전날 진행된 컨퍼런스 콜에서는 매출 확대 위주인 수익성 중심 전략에 진정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왔다.
지난해 자동차보험 매출(원수보험료) 시장점유율은 29.3%로 2018년(28.4%) 대비 0.9%포인트 확대됐다. 하지만 보험영업효율 지표인 자동차보험의 합산비율(손해율+사업비율)은 2018년 102.9%에서 지난해 107.7%로 높아지면서 이익은 떨어졌다.
이와 관련해 배태영 경영기획실장은 “장기보험 사업은 보는 시각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기본적으로 지속가능성을 추구한다”며 “1등 DNA가 돈(자본규모) 많은 것 말고 무엇이 있냐고 묻는데, 변동성 없이 지속 가능한 경영을 하고 성장 역량을 갖춘 것”이라고 강조했다.
삼성화재 김일평 자동차보험전략팀장은 “자동차보험은 싸이클이 존재하는 사업”이라며 “작년 하반기에 매출을 늘린 것은 올해 환경이 좋아질 것으로 예측했기 때문이다. 향후 지속 가능한 수익재원 확보를 고려해 매출 확대 전략을 이어가고 있다”고 답했다.
삼성화재는 상품 손해율 우려를 의식해 올해 발병률이 높은 담보를 축소하고, 인수심사를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수익성이 높은 건강, 질병 상품 중심으로 판매를 강화하고 언더라이팅 강화를 통해 손해율을 개선하겠다는 포부다. 또한 시상 경쟁을 지양, 효율적으로 판매비를 집행해 사업비를 낮추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최부규 계리RM팀장은 “상품을 우량 담보 위주로 관리해 나갈 예정”이라며 “이미 2월부터 일부 상품은 가입담보를 축소하고, 사망담보에 가입하도록 유도하는 방식으로 조치를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