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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사의 자기 주식(자사주) 취득이 잇따르고 있다. 저금리 장기화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대한 우려로 증시 급락세가 이어지고 있어서다.
16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롯데손해보험은 최근 30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사들여 우리사주조합에 무상으로 출연키로 했다. 롯데손보의 자사주 매입은 조만간 이뤄질 예정이며, 지속적으로 자사주 매입을 통해 전 임직원에게 회사의 주식을 부여한다는 방침이다.
코리안리재보험은 지난달 28일부터 오는 5월 27일까지 500만 주(396억5000만원)를 취득하기로 했다. 메리츠화재도 지난달 21일부터 오는 5월 20일까지 40만4000주(59억3880만원)를 장내 매수할 예정이다.
미래에셋생명과 DB손해보험도 지난 1월 각각 500만 주(185억원), 70만8000주(305억8560만원)를 매입한다고 밝힌 바 있다.
보험사들이 잇따라 자사주 매입에 나서고 있는 것은 코로나19로 국내외 경제 여건이 악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주가를 부양하려는 조치로 풀이된다.
통상 주가 하락 시 기업과 경영진은 자사주 매입에 나선다. 시중에 유통되는 주식 수가 줄어들기 때문에 주가 부양 효과가 있다고 보는 게 일반적이다.
추가적인 주가 하락을 막기 위해 기업이 신경 쓰고 있다는 인상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경영에 대한 자신감으로 해석된다.
최근 보험사 주가는 저금리 기조와 손해율 상승으로 악화 일로를 걷고 있는 가운데 코로나19라는 악재까지 터지며 쭉쭉 떨어지고 있다.
금리가 떨어지면 장기채 매입에 수요가 몰려 자산운용 수익을 내기 힘들어지고, 과거에 고금리로 판매했던 상품의 역마진 폭도 확대된다. 저금리 기조가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어 주가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실제 롯데손보의 주가(3월 13일 종가 기준)는 1년 전과 비교해 53.2% 떨어졌다. 같은 기간 코리안리재보험은 24.6%, 메리츠화재 44.9%, 미래에셋생명 38.2%, DB손보 55.7% 하락했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하로 저금리 기조가 확산하면서 보험업종의 부담은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금융당국이 최근 증시 안정을 위해 공매도를 전면 금지하고 자사주 매입 한도를 완화하는 조치를 내놓은 만큼 보험사들이 주가 방어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기업들이 자사주를 사들이면 그만큼 유동 주식이 감소해 하락장에서 주가 변동 폭을 조절할 수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사들이 책임경영과 주가 부양의 의지를 실천하기 위해 자사주 매입 행렬에 뛰어들고 있다”며 “적극적인 자사주 매입을 통해 주가가 내려가는 것을 방어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