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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보생명이 보험 업황 불황 속에서도 실적 개선에 성공한 것으로 나타났다.
31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교보생명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5212억원으로 2018년(4852억원) 대비 7.4% 증가했다.
지난해 연결기준 순이익은 6034억원으로 2018년(5280억원)보다 14.3% 증가했다.
대다수 생명보험사가 금리하락 여파로 지난해 직격탄을 맞은 점과 비교하면 독보적인 성과라는 평가다. 실제 지난해 전체 생보사의 당기순이익은 3조1140억원으로 전년보다 22.8% 감소했다.
교보생명의 선제적인 자산운용 전략이 실적을 견인한 배경으로 꼽힌다. 교보생명은 금리 상승기였던 2017년 약 30조원의 보유채권을 만기보유채권에서 매도가능채권으로 재분류했다.
만기보유채권은 취득원가를 기준으로 평가하지만 매도가능채권은 분기별로 실제 시장가치를 반영해 평가손익을 재무제표에 반영하게 된다.
매도가능채권은 금리 상승기에는 채권 가격 하락으로 평가 손실이 생기지만 금리하락기에는 채권 가격이 오르면서 이익이 발생한다.
교보생명은 지난해 시중금리 하락으로 채권평가이익이 확대됐다. 여기에 만기가 짧은 채권을 매각했다. 금리 하락에 따라 발생한 채권 평가이익을 현실화하기 위해서다.
중장기 보장성보험 위주로 상품 포트폴리오를 구성한 점도 순이익 증가의 주된 요인이다. 교보생명은 오랜 기간 생명보험 본질에 충실한 중장기 보장성보험 판매에 주력해왔다. 실제 교보생명의 종신, CI보험 등 보장성 보험 비중은 50%를 넘고 단기 저축성보험은 10%에 불과하다.
또한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대응을 위해 장기 채권을 매입하는 등 자산과 부채 듀레이션(잔존만기) 갭(차이)을 축소했다.
생명보험사들은 대부분 만기가 20~30년인 상품을 많이 판매해 부채 만기가 평균 15년 이상으로 긴 반면, 자산 만기는 평균 7년 안팎으로 짧다. 보험사의 자산과 부채의 듀레이션 갭이 클수록 금리 위험이 확대되고 재무건전성 지표인 지급여력비율(RBC비율)은 떨어진다.
새 국제회계기준(IFRS17)에 따른 신지급여력제도(K-ICS)에서 금리 리스크를 축소하려면 자산과 부채의 듀레이션 갭을 줄여야 한다.
교보생명은 자산과 부채의 듀레이션 갭을 줄이면서 RBC비율도 개선됐다. RBC 비율은 보험계약자가 일시에 보험금을 요청했을 때 보험사가 보험금을 지급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교보생명의 지난해 12월 말 기준 RBC비율은 338.9%로 2018년(311.8%) 대비 27.1%포인트 올랐다.
교보생명은 지난해 각자 대표 체제로 전환한 뒤 역할 분담을 통해 시너지 효과를 발휘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교보생명은 지난해 3월 신창재 회장과 윤열현 사장 각자 대표 체제를 구축했다. 오너인 신창재 회장은 디지털 혁신, 신사업 등 장기 전략을 구상하고 전문경영인 윤열현 보험총괄담당 사장은 마케팅 경쟁력 제고와 고객중심 영업을 통한 내실 다지기에 집중한 것이다.
지난해 교보생명은 생보부동산신탁을 100% 자회사로 편입해 부동산 투자·운용으로 사업 다각화에 나섰으며, 개방형 혁신을 통해 헬스케어(건강 관리) 플랫폼 사업 진출에 뛰어들었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시중금리 하락으로 채권평가이익이 늘고 일부 단기채권 매각으로 이익을 실현했다"며 "각자 대표 체제에서 장기 전략을 수립하고 내실을 다진 점도 실적 개선에 영향을 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