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 GDP -1.4% 역성장…금융위기 이후 최악민간소비 22년 만에 기록적 감소, 서비스업 차질"2분기 수출 충격 정도, 연간 플러스 성장 좌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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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로나19 쇼크가 현실화하면서 우리나라 1분기 성장률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1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고꾸라졌다. 

    2분기에도 마이너스 성장에 머물 경우 연간 GDP가 0%대에 턱걸이 하거나 마이너스로 떨어질 수 있다는 최악의 시나리오도 점쳐진다.

    ◆민간소비 -6.4% '직격탄'…IMF 이후 최저

    23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속보치는 전 분기 대비 -1.4% 감소했다. 

    지난해 1분기(-0.4%) 성장률보다 더 떨어진 것으로 금융위기 당시 2008년 4분기 -3.3%를 기록한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나타냈다.

    지난해에는 정부의 막판 재정부양에 힘입어 4분기 1.3% 성장하며 간신히 반등했으나 코로나19 여파로 다시 무너져내렸다.

    2월 중순 이후부터 코로나19 확산 속도가 가팔라지고 민간소비 중심으로 경제활동이 급격히 위축되면서 역성장을 피하지 못한 것이다. 

    민간소비는 -6.4% 감소해 외환위기 당시 1998년 1분기(-13.8%) 이후 22년 만에 최저였다. 소비자들이 외출을 삼가면서 음식·숙박, 오락문화 등 서비스 소비는 물론 승용차, 의류 등 재화 소비까지 모두 줄었다.

    박양수 경제통계국장은 "1분기 서비스업 중심으로 크게 위축됐고, 사회적 거리두기 영향으로 소비심리가 쪼그라들었다"며 "민간 기여도는 큰 폭 하락했고, 정부 기여도는 소폭 플러스에 그쳤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성장률을 떠받쳤던 정부 기여도는 1.0%포인트에서 0.2%포인트로 떨어졌고, 민간 기여도는 0.4%포인트에서 -1.5%포인트로 대폭 낮아졌다.

    1분기 수출도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1분기까지는 코로나19 충격이 덜한 상황이었는데도 -2.0% 감소했다. 반도체 수출은 회복 흐름을 보였으나 자동차, 기계류, 화학제품 수출이 모두 감소했다. 수입 또한 국제유가 하락 영향으로 -4.1% 역성장했다.

    ◆2분기 실물충격 우려…"0%대 성장 위태"

    1분기 마이너스 성장보다 더 큰 문제는 코로나19의 경제적 충격이 2분기 수출을 중심으로 본격화할 것이라는 점이다. 

    업계에서는 2분기부터 수출이 코로나19 충격을 흡수하면서 올해 성장률을 0%대로 간신히 맞추거나 마이너스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날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작년 말 잠시 이어진 투자와 수출 회복세가 1분기 성장 둔화를 다소 완충해줬으나 2분기부터 실물과 고용 충격이 확대될 우려가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양수 국장은 "1분기 수출은 반도체가 약간의 효자노릇을 했으나 3월부터 세계적으로 코로나19가 퍼져 글로벌 성장세가 약화했고, 2분기 수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1차 추경은 1분기 성장에 크게 반영되지 않았으나 정부 기여도가 기대보다 플러스였던 건 집행률을 땡겼기 때문"이라며 "글로벌에서 코로나19가 진정세를 보여야 수출에서 오는 영향이 작아지므로 민간 기여도가 결정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최근 코로나19 사태를 반영해 올해 세계경제 성장률을 수정하면서 우리나라 성장률도 종전보다 3.4%포인트 낮은 -1.2%로 전망했다.

    1분기 성장률이 -1.4%가 나온 만큼 우리 경제가 2분기에도 이와 비슷하거나 더 큰 폭의 마이너스를 기록한 뒤 3분기와 4분기에 미약한 회복을 이어가는 'L자형' 패턴을 보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박양수 국장은 "올해 경제성장은 2분기 마이너스 폭과 3분기 회복 폭이 얼마나 될지, 수출 감소 폭이 얼마나 클지, 내수 위축의 완화정도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며 "올해 4분기에 지난해 4분기 정도의 수준이 되면 0%대 성장이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