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 앞당겨 발표하는 경제정책 방향, 포스트 코로나 돌파구 마련할까마이너스 성장 현실화, 하반기 반등 못하면 L자형 경기침체 직면 우려잠재성장률 제고 노동‧고용 재설계 필요… 위기대비 재정비축도 숙제
  • ▲ 지난 15일 오후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에 학생들이 마스크를 착용하고 이동하고 있다.ⓒ권창회 사진기자
    ▲ 지난 15일 오후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에 학생들이 마스크를 착용하고 이동하고 있다.ⓒ권창회 사진기자
    정부가 올해 하반기 경제정책방향 수립을 위한 작업에 돌입했다. 지난 한해 세계적인 경기호황에도 1년 내내 수출감소와 성장률 침체로 어려움을 겪은 한국경제가 코로나19라는 유례없는 팬데믹 속에서 어떤 돌파구를 마련할지 주목된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18일 하반기 경제정책방향 관련 경제부처 조율회의를 열었다. 정부는 코로나19 사태로 직격탄을 맞은 경기회복을 위해 당초 7월 발표하는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을 한달 앞당겨 다음달초 발표할 예정이다.

    3.2% → 2.7% → 2.0% 경제성장률 해마다 '뚝뚝'… 올해는?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해마다 하락했다. 문 대통령이 취임한 2017년 3.2%에서 2018년 2.7%로 떨어졌고 지난해는 2.0%까지 줄어들었다.

    코로나19가 닥쳐온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은 더 어둡다. 정부는 지난해 발표한 올해 경제정책방향에서 성장률 2.4%를 목표치로 내놨지만, 사정은 달라졌다. 이미 1분기 성장률은 -1.4%를 기록하며 올해 역성장이 현실화되고 있다. 

    국내외 주요 경제기관들이 내놓은 수치도 비슷한 견해다. 국제통화기금(IMF)는 한국 경제성장률을 -1.2%로 예상했고, 국책연구원인 한국개발연구원(KDI)는 0%대를 거론하고 있다.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는 -0.5%로 내다봤고, 아시아개발은행(ADB)은 1.3%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게오르기에바 IMF 총재는 "많은 나라에서 들어오는 데이터를 보면 이미 비관적으로 내놓은 전망보다 더 나쁘다"며 성장률 추가 하향 조정에 무게를 실었다.

    핵심은 상반기에 받은 코로나19 경제타격을 하반기에 얼마나 반등시키느냐다. 피치는 지난달 보고서에서 2분기 한국 성장률을 -3.0%로 전망하면서 3분기와 4분기는 각각 1.4%씩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보고서는 "6~7월경 코로나19 확산세가 잡히고 정부 재정정책이 효과를 봤을 때를 가정한 낙관적 전망"이라며 "하반기에도 0% 성장률을 이어갈 경우 L자형 경기침체에 직면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하지만 한국의 경기부양 능력은 코로나19 이전에도 꾸준히 하락세를 면치 못해 낙관적 전망은 이르다는 지적도 나온다.

    2000년대 초반 5%대를 유지하던 한국의 잠재성장률은 올해 2.5%까지 떨어졌다. 국가가 보유한 자본, 노동력, 자원 등 모든 생산요소를 고려해 물가상승을 유발하지 않으면서도 달성할 수 있는 경제성장률 최대치를 뜻하는 잠재성장률은 나라의 기초체력인 동시에 성장가능성을 나타내는 지표다.

    한국의 잠재성장률 하락치는 OECD 국가중에서 4번째로 빠르다. 2011년 한국 경제성장률은 OECD 34개국 중 7위에서 2019년 15위로 8계단 떨어졌고, 잠재성장률은 같은 기간 3위에서 10위로 7계단 하락했다.

    OECD는 한국의 잠재성장률 하락 원인으로 생산연령인구감소와 생산성 둔화를 꼽는다. 특히 생산성 둔화를 나타내는 총요소생산성 증가율은 2017년 1.2%에서 2018년 0.5%로 절반 이하로 하락했다. 과도한 정부규제와 지나친 확장재정기조로 조선, 자동차, 반도체 이후 미래 먹거리를 개발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홍성일 한국경제연구원 경제정책팀장은 "정부 주도로 경제성장을 견인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며 "민간기업 활력을 제고해 기업을 혁신하고 잠재성장률을 높이는 것이 미래 먹거리를 얻을 수 있는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 ▲ 한국 경제성장률ⓒ네이버
    ▲ 한국 경제성장률ⓒ네이버
    고용참사 이제 시작, 진짜 쓰나미 다가온다

    코로나 시작 3개월만에 받아온 정부의 일자리 성적표는 참혹한 수준이다.

    통계청이 발표한 4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15세 이상 취업자는 2656만2000명으로 지난해보다 47만6000명이 감소해 IMF 외환위기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실업자는 117만2000명, 일시휴직자는 148만5000명으로 당장 일거리를 구하지 못하는 사람이 265만7000명에 달했다. 아예 구직활동을 포기한 구직 단념자는 61만1000명이었고, 뚜렷한 이유 없이 그냥 쉬는 사람은 240만명을 넘어섰다.

    15세 이상 인구 4472만5000명 중 취업도 실업도 아닌 상태의 비경제활동인구는 1699만1000명으로 전체의 38.0%를 차지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83만1000명 늘어난 수치로 통계 작성 이후 최대치다.

    문제는 앞으로 다가올 실직 쓰나미 사태다. 서비스업, 단기·임시직 실업으로 시작된 고용대란은 하반기로 돌입하며 제조업, 기간제 근로자와 정규직으로까지 확대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가장 타격이 큰 항공업계의 경우 코로나19로 1분기 석달간 413명이 일자리를 잃은 반면, 2분기에는 수천명이 실업자 신세가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유·무급휴직과 정부 고용유지지원금 등으로 버티던 업계가 인력감축이란 극단적 카드를 고려하기 시작했다.

    4월 고용동향 데이터를 보면 제조업 취업자는 지난 3월 -0.5% 감소에서 지난달 -1.0%로, 건설업은 -1.0%(3월)에서 -2.9%로 대폭 줄었다.

    한국경제연구원이 조사한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기업 구조조정 현황'에 따르면 국내 500대 대기업중 19.4%는 유무급 휴업 또는 휴직을 추진하고 있으며 8.8%는 희망퇴직, 정리해고 등 인력감축을 고민하고 있다. 기업들이 경영악화에도 인력감축을 미룰 수 있는 한계기간이 0~4개월에 불과한 곳도 23.3%에 달했다.

    정부는 이에따라 5000억원 수준이던 고용유지지원금을 2조원 이상으로 확대하고 지원의 폭도 늘려 대기업도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등 다각도로 대책을 마련하는 중이다.

    또 고용을 유지하는 기업에는 법인세를 인하하고 근로자에게는 연말정산 혜택을 추가로 주는 방향도 검토 중이며 해외로 진출한 기업이 한국으로 돌아오는 경우 토지·공장 매입비나 설비투자금 등을 지원하는 방안도 논의 중이다. 이와 함께 10조원 규모의 예산을 투입한 공공일자리 55만개와 공무원 신규채용 4만8000명 등 총 156만개 고용대책을 마련해 3차 추경안에 담을 계획이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코로나19 사태는 당장의 일자리 상실은 물론 노동‧고용시장 전반에 양적‧질적으로 큰 충격과 변화를 야기하고 있다"며 "긴급 일자리 대책과 함께 더 큰 시각에서 노동‧고용제도의 보완적 재설계도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 ▲ 홍남기 경제부총리ⓒ정상윤 기자.
    ▲ 홍남기 경제부총리ⓒ정상윤 기자.
    빨간불 켜진 재정건전성, 국가채무비율 50%도 위험

    막대한 재원을 쏟아붓는 경기부양 대책으로 국가 재정건전성도 빨간불이 켜졌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올해 본예산 기준 국가채무는 805조2000억원. 이미 GDP를 반영한 국가채무비율은 39.8로 40%에 육박한 수준이었다. 여기에 1차 추경에서 발행한 적자국채 10조3000억원으로 국가채무비율은 41.2%로 치솟았고, 2차 추경 적자국채 3조4000억원, 3차 추경에 들어갈 예산을 더하면 올해 국가채무비율은 45%에 육박할 전망이다.

    1,2,3차 추경을 마련하면서 늘어나는 빚만 30조원이 넘을 것으로 보이며 본예산 국고채 발행액 70조9000억원을 더하면 올해 나라빚만 100조원 이상 늘어나는 셈이다.

    올해 경제성장률이 0%대로 떨어지면 국가부채율은 더 치솟게 된다. 국가채무비율은 국내총생산(GDP)를 분모로 나누어 계산하는데, 올해 정부가 예상하는 국가부채율 41.2%를 IMF가 예상한 -1.2%의 GDP로 대체하면 44%에 달한다.

    추경호 미래통합당 의원은 "코로나19로 올해 국세수입 결손 규모가 20~30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세수펑크에 따른 채무증가, 추가 적자국채발행, 성장률 저하 등을 감안하면 올해 국가채무비율은 최대 46.4%까지 오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블룸버그 산하 연구기관인 블룸버그 인텔리전스(BI)는 보고서에서 한구의 올해 국가채무비율은 46%까지 악화되고 내년에는 50%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정부는 오는 25일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열고 이 같은 재정악화 문제를 논의할 계획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 3월 "끝을 알 수 없는 경제충격에 대비해 재정여력을 최대한 비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에따라 정부는 국가재정전략회의를 거쳐 오는 9월 내년 예산안을 국회에 제출하면서 2020~2024년 국가재정운용계획도 함께 발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