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나항공이 임시주총을 통해 주식·전환사채 발행 한도를 상향했다. 코로나19 등 최근 경영난 극복에 대비한 긴급자금 수혈 차원이다.
주총 일정과 안건에 대해 “협의가 충분치 않았다”고 주장한 HDC현대산업개발은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았지만 떨떠름한 모습이다.
아슬아슬하던 양 측이 제 갈 길을 가는 거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아시아나항공은 15일 오전 임시주주총회를 가졌다. 이날 주주들은 기존 8억주인 발행주식 총수를 13억주로 늘리는 안건을 결의했다. 전환사채(CB) 발행 한도 역시 7000억원에서 1조6000억원으로 상향했다.
안건 통과에 대해 HDC는“아직 정해진 입장이 없다”고 답했다. 추가 주식, 전환사채 발행 등 이후 아시아나 측 움직임에 따라 입장을 정리할 것으로 보인다.
애초 HDC은 이번 주총과 관련해 “사전 협의가 충분치 않았다”는 입장이었다. 지난 9일 입장문을 통해 “아시아나가 추가 차입과 해당 금액의 영구전환사채 전환, 이를 위한 임시주총을 통보하고 이를 강행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아시아나는 곧바로 반박했다. 다음날인 10일 입장문을 내고 “HDC가 요구한 모든 자료를 투명하게 공유했다”면서 “추가 차입과 전환사채 발행 등에 대해서도 충분한 협의를 거쳤다”고 해명했다.
둘 중 하나는 딴소리를 하고 있는 셈이다.업계는 HDC가 거래 포기를 위한 출구전략 실행에 나선 것으로 해석한다. 코로나19로 사업 리스크가 커진 데다 시장 회복시기조차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당초 제시가 2조5000억원과 현재 아시아나 시장가치 차이가 큰 것도 고민거리다.
-
업계 해석은 HDC 측 입장문을 토대로 한다. HDC는 아시아나의 부채 규모를 언급하며 “인수 가치를 현저히 훼손하는 요소”라고 주장했다. 지난 1분기 기준 아시아나의 부채비율은 지난해 상반기 대비 1만6126% 증가했다.
HDC는 아시아나가 최근 4조5000억원을 협의 없이 차입했다고 설명했다. 이는 산업은행 등 국가 지원금 1조7000억원 등이 포함된 금액이다. 나머지 2조8000억원은 항공기 리스료 등이 대부분이다.
업계는 해당 금액이 회계기준변경에 의한 시각적 효과일 뿐, 실제로 이뤄진 외부 차입이 아니라고 해석한다. HDC가 사전에 인지하지 못한 부채가 아니라는 설명이다.
올해부터 모든 항공사는 회계기준변경에 따라 리스료를 부채로 인식한다. 잔여기간 내 납부해야할 모든 금액이 반영된다. 아시아나는 보유항공기의 3분의 2가 리스 형태다. HDC가 주장한 신규 차입 2조8000억원 중 대부분은 리스료로 추정된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부터는 기준 변경에 따라 잔여기간 내 납부해야할 리스료가 모두 부채로 잡힌다”면서 “항공업계는 오래전부터 이를 준비해왔고, 지난해부터 아시아나 인수를 진행한 HDC 측에서 인지하지 못할 상황은 아니었을 것”이라 분석했다.
이어 “불리한 인수조건과 현 시장 상황 때문에 이를 빌미로 꺼내 든 것”이라며 “아시아나는 매각 성사를 떠나 추가 주식 발행 등 자금 유입 없이는 유지조차 힘든 상황”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