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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전기차 3대 중 1대 이상이 한국산 배터리를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되는 등 국내 배터리 3사의 선전이 이어지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도 시가총액이 크게 늘어나면서 목표주가가 상향 조정되는 등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하반기에도 미국, 유럽 시장 등을 중심으로 지속 성장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전날 종가 기준으로 LG화학, 삼성SDI, SK이노베이션의 시총은 각각 38조6140억원, 27조932억원, 12조1130억원이다. 모두 77조8202억원으로, 3개월 전인 4월13일 47조7477억원에 비해 30조원 이상 불어났다.
글로벌 시장에서 선전하고 있는 3사의 시장점유율이 더욱 확대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SNE리서치 집계를 보면 이들 3사의 올 들어 5월까지 전기차용 배터리 사용량은 모두 11.2GWh로, 지난해 같은 기간 7GWh에 비해 60% 증가했다. 이 기간 글로벌 배터리 사용량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42.7GWh에서 32.5GWh로 23.8% 줄어든 점을 감안하면 눈에 띄는 성장세다.
LG화학이 4.6GWh에서 7.8GWh로 70.5% 증가했으며 SK이노베이션(1.3GWh)은 59.6%, 삼성SDI(2.1GWh)는 31.2% 각각 성장했다. 글로벌 순위도 LG화학 1위, 삼성SDI 4위, SK이노베이션 7위로 모두 Top 10에 랭크됐다.
시장 점유율도 16.5%에서 34.7%로 크게 늘었다. 글로벌 전기차 10대 중 3대 이상이 한국산 배터리를 사용하는 셈이다. 글로벌 시장에서 기술경쟁력을 인정받은 것이라는 평가다. '세계 1위' LG화학이 10.8%에서 24.2%로 13.4%p 늘어났으며 삼성SDI(6.4%)는 2.7%p, SK이노베이션(4.1%)은 2.1%p 불어났다.
증권가에서도 배터리 3사의 목표 주가를 상향 조정하고 있다.
에프앤가이드 분석 결과 금융투자업체들이 추정한 배터리 3사의 목표주가 평균 추정치는 LG화학이 59만1524원, 삼성SDI 43만1190원, SK이노베이션은 14만4850원이다. 3사 모두 현재 주가에서 10% 안팎의 상승 여력이 남아있다는 분석이다.
김수연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산업이 성장할 때는 수익성보다 점유율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고, 고객을 얼마나 다양하게 확보하는 지가 핵심요소"라며 "이런 면에서 국내 배터리 업체들은 글로벌 동종업체들에 비해 경쟁력이 있다"고 판단했다.
하반기에도 3사의 호조가 이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글로벌 자동차 시장 침체에도 세계 각국의 친환경 정책 확산과 중국의 전기차 보조금 정책 등 원인으로 전기차 배터리 시장 수요는 오히려 크게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3사는 자국물량에 의존하는 중국 업체들과 고객사가 한정된 일본 업체들과 달리 다양한 전기차 모델과 글로벌 메이커에 배터리를 공급하면서 글로벌 분산 전략을 취하고 있어 안정적인 공급망을 갖추고 있다.
LG화학은 테슬라 모델3·르노 조에·아우디 E트론 EV(95kWh), 삼성SDI는 아우디 E트론 EV(71kWh)·BMW 330e·폭스바겐 e골프·파사트 GTE 등이다. SK이노베이션은 현대 포터2 일렉트릭과 기아 봉고 1T EV, 소울 부스터 등 다양한 모델과 함께하고 있다.
유럽·미국 시장에서도 전기차 공급 확대 기조가 이어지면서 전기차 배터리 사용량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시장점유율을 확대해 나가고 있는 3사에게는 호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EU의 환경규제가 강화되면서 중국과 유럽 등 전기차 보조금 확대를 경기부양책 방법으로 밀고 있다. 유럽은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종전 ㎞당 130g에서 95g으로 축소토록 강제하며 이를 어기면 g당 벌금 95유로를 내야한다.
실제 EU 27개국에 4월 새로 등록된 차량의 연료 유형을 보면 휘발유 비중은 2019년 59%에서 올해 52%로, 경유 비중은 같은 기간 32%에서 30%로 떨어진 반면 전기차 비중은 7%에서 17%로 확대됐다. 4월 한 달 동안 유럽 자동차 판매가 전년동월대비 78% 감소하는 동안 전기차 판매 감소 폭은 16%에 그쳤다.
또한 프랑스의 경우 5월 말 전기차 중심의 지원정책을 전격 발표했고, 2025년 친환경 차(클린카) 생산량 연 100만대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독일 또한 지난달 전기차 지원 정책을 발표해 보조금을 최대 50%로 확대했다.
박연주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유럽 전기차 시장 성장은 하반기 본격화할 것"이라며 "정부 보조금이 많아진 가운데 매력적인 신차도 대거 출시되기 때문"이라고 내다봤다.
미국도 각 주마다 친환경 전기차에 대한 관심이 몰리는 상황이다. 에너지경제연원에 따르면 뉴욕주의 경우 전기차 구매속도가 크게 향상되면서 올해까지 고속충전소 200개소 구축 지원을 계획했다. 네바다주도 전기차 충전 인프라에 최대 1500만달러를 제공한다.
김지산 키움증권 연구원은 "단기적으로 중국 전기차 수요가 회복되면서 중국 배터리업체가 반등하겠지만, 삼원계 기술과 미국·유럽 현지 공장에서의 대응력이 뛰어난 한국 배터리업체의 점유율 상승 기조가 이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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