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무역확장법 232조 국가안보 위협 조사' 개시 반덤핑 관세 이어 추가 규제 검토年 6억달러 규모 대미수출 내리막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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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변압기 규제가 날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는 가운데 마땅한 해법을 찾지 못한 국내 업체들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국내 대표 변압기 제조기업인 효성중공업과 현대일렉트릭은 우선 미국이 전체 변압기 수출액의 30% 이상을 차지하는 만큼 현지화 전략으로 돌파구를 찾고 있다. 하지만 현지공장 생산확대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해 차질이 불가피한 실정이다.
최근 미국은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른 국가안보 위협 조사'에 따라 한국산 변압기의 대미 수출과 관련한 추가 규제에 나서려고 하고 있다. 지난 몇년간 지속됐던 반덤핑 관세 부과에 이어 추가 규제 시행인 셈이다.
미국은 반덤핑 관세 등 전통적인 수입규제 조치 이외 무역확장법 232조에 의거해 미국의 국가 안보를 위협한다고 판단되면 수입을 제한하거나 고율의 관세를 부과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앞서 미국 정부는 지난 5월 초부터 수입 변압기와 부품에 대해 국가안보 위협 조사를 시작한 상태다. 미국내 변압기 생산업자들은 "한국 변압기 생산자들이 덤핑을 통해 의도적으로 미국 시장을 훼손시켰으므로 232조 조사에 따른 규제조치를 부과해야 한다"는 공동 의견서를 상무부에 제출했다.
업계에선 미국의 국가안보 위협 조사가 개시된 것 자체가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미국이 관세 부과를 비롯해 다양한 규제 조치를 할 수 있는 여지를 만들어 놓게 되면, 국내 기업들의 부담 또한 높아진다는 설명이다.
무역협회 관계자는 "이번 조치가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 예상을 할 수 없는 상황이라 개별 기업들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구체적으로 말하기 어렵다"면서 "조사를 개시했다는 것 자체가 불확실성이 높아졌다는 것을 뜻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무역협회를 비롯해 효성중공업도 반박 의견서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무역협회는 "덤핑행위는 미국 국가안보를 위협한다는 근거가 될 수 없다"면서 "최근 미국에 변압기를 수출하는 국가 중 한국이 유일하게 수출이 감소하는 국가이며 이는 한국산 변압기 수입이 국가안보를 위협하지 않는다는 증거"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한국전기산업진흥회의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변압기 전체 수출액은 6억1100만달러로 전년 대비 3.0% 감소했다. 우리나라의 전체 변압기 수출액 가운데 35~40%를 미국이 차지하는데, 지난 2017년부터 고율의 반덤핑관세가 부과되면서 전체 수출액도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했다.
이번 조치 시행으로 불확실성이 높아지면 국내 변압기 업체들의 피해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현대일렉트릭과 효성중공업 등 변압기 주력 수출 기업들은 미국의 수출 규제에 대응해 현지 법인을 확보했으나, 효성중공업의 경우 공장을 인수한지 얼마되지 않아 생산 능력 확대까지는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효성중공업은 지난해 말 미국 테네시주에 위치한 미쓰비시의 초고압변압기 공장(MEPPI)을 약 500억원에 인수했다. 현대일렉트릭도 지난해 말 미국 앨라배마주에 위치한 변압기 생산법인인 '현대 파워 트랜스포머 USA' 증설을 마치고 연간 생산능력을 50% 확대했다.
중소형 업체들은 문제가 더 심각하다. 관세가 부과되면 다른 업체들에 비해 가격 경쟁력에서 밀릴 수밖에 없어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 규제조치 시행이 언제 결정될지도 알 수 없다. 업계에선 270일 조사 기간을 감안했을 때, 빨라도 연말이나 내년 초에 결정이 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무역협회와 전기산업진흥회 등과 함께 의견을 나누고 회의를 갖는 등 적극 대응하고 있다"면서 "만약, 조치가 시행되면 변압기 수출이 거의 힘들어질 수 있기 때문에 걱정이 큰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