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건설근로자 126명 발생, 5명 사망'현장철수' 원하지만 계약문제로 '딜레마'정부가 나서서 외교적으로 풀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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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에서 코로나19 재확산 움직임이 일고 있는 가운데 해외건설 현장에 파견된 국내 건설사 직원들의 안전체계도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어 근로자 안전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근로자들도 하루빨리 귀국을 원하지만 상대국 발주처와의 계약문제 등으로 쉽지 않은 상황이다. 정부의 보다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20일 건설업계와 중앙방역대책본부 등에 따르면 이날 기준 기준 코로나19(우한폐렴) 사태로 해외건설현장에 파견중인 한국인 근로자 126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중 5명이 사망했다.

    가장 많은 확진자가 발생한 곳은 UAE(아랍에미레이트)다. 38명의 확진자가 발생했으며 1명이 사망하고 37명은 완치됐다. 이어 사우디아라비아가 34명으로 두번째로 많다. 26명이 완치됐지만 현재 8명이 치료를 받고 있다.

    최근 확진자가 급증하고 있는 이라크에서는 5명이 확진판정을 받았고 이중 3명이 사망했다. 2명은 치료중이다. 같은 중동국가인 쿠웨이트와 카타르에서는 각각 7명, 4명이 발생했는데 모두 완치 판정을 받았다.

    러시아에서는 8명의 확진자가 발생했으며 이중 1명이 사망했다. 이밖에 7명의 확진자가 발생한 카자흐스탄에서는 2명이 치료중이고 2명의 확진자가 발생한 오만에서도 1명이 치료중이다. 

    문제는 건설현장 자체가 대부분 도심과 크게 떨어진 곳이 많고 무증상자가 많아 대처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실제로 가장 많은 확진자가 발생한 중동지역의 경우 방역체계가 잘 갖춰져 있지 않아 어려움을 겪고 있다. 현지 의료시설 기능도 국내에 비해 현저히 떨어지는 것도 문제지만 코로나19 위험에도 발주처에서 공사중단 결정을 내리지 않아 부득이하게 공사를 진행해야 하는 상황도 애로사항이다.

    심지어 한 해외현장은 코로나19 확진에도 구비된 비상약이 없어 한국에서 가져간 진통제를 해외파견 직원들이 나눠먹고 있는 실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공사기간 준수를 위해 해외파견 직원들의 국내 순환휴가도 막는 건설사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건설사 직원은 "회사차원에선 마땅한 지원책이 없고 코로나19로 인해 해외현장 기피현상이 심화되고 있다"며 "복귀를 해도 자가격리시 재택근무가 아닌 자택대기로 급여의 70%만 주는 게 현실"이라고 하소연했다.

    다만 남은 현장 인력을 모두 데려오면 사실상 '현장철수'가 되기 때문에 건설사 단독으로 결정할 사안이 아니다. 현장철수는 발주처와 계약 위반에 따른 손해배상 등의 문제가 불거질 수 있는데다 공기지연에 따른 문제뿐아니라 외교적 갈등으로 확산될 가능성도 있어서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남은 해외근로자들의 불안감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이라크 등 해외 건설현장에 남은 우리 근로자의 조속한 귀국조치 요구가 쏟아지고 있다.

    "이라크 현장에 남겨진 직원들을 버리지 말아 주세요", "귀국 희망자 재조사해주세요. 이라크 건설현장에 남편이 있는 가족입니다" 등의 청원글들이 속속 올라오면서 동의 수도 함께 늘고 있다. 일부 직원들은 회사에 사표를 내고서라도 귀국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정부가 외교적으로 풀어야할 문제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정부가 단순히 근로자의 귀국으로 현장철수만 내릴게 아니고 이후 발생한 문제들에 대한 대책도 함께 마련해줘야 한다"면서 "외교적 협상을 통해 코로나19로 인한 현장철수를 불가항력으로 인정받을 수 있게 한다면 공기지연에 따른 피해를 그나마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