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단 수차례 대면협상 요구에… 현산 '재실사' 주장 2500억 계약금 전쟁 전초전…진흙탕 싸움만 남았다산은 이동걸 회장 임기 내달 10일…'유종의 미' 멀어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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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시아나항공
    아시아나항공 매각이 '노딜(No deal)' 수순으로 가고 있다.

    매각주체인 금호산업과 인수자인 HDC현대산업개발이 책임공방을 벌이며 채권단인 산업은행과 '재실사' 줄다리기를 벌이고 있지만 인수무산에 따른 2500억원의 계약금 전쟁의 전초전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채권단인 산업은행은 이번주 중으로 입장표명을 내놓기로 했다. 이동걸 산은 회장이 최근 "다음주 입장 표명을 할 것"이라고 말한데 따른 것이다. 

    이를 두고 채권단이 현산이 요구한 재실사 요청을 받아들이되 기간은 12주에서 4주로 단축, 어떤 형식으로든 연내 딜이 마무리되는 방식을 택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더이상 현산에 질질 끌려가지 않겠다는 의미도 담겼다. 

    ◆ 이동걸 회장 임기 내달 10일…'유종의 미' 멀어지나  

    채권단 내에서는 현산의 재실사 요구가 계약파기 수순이라는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채권단 한 관계자는 "지금껏 현산과 주고 받은 공문만 100통가량 되는데 계속된 만남 요청에도 응답이 없었다"고 했다. 이어 "갑자기 재실사를 요구하면 계약 파기를 염두에 두고 결국 소송을 준비하는 것 아니냐"고 했다. 

    다만 매각 무산에 대한 책임 공방이 한동안 계속될 가능성이 큰 만큼 채권단은 마지막까지 매각을 위한 모든 지원을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2500억원의 계약금 반환 소송의 당사자는 현산과 금호산업이지만 '노딜' 상황이 부담스러운 것은 산업은행도 마찬가지다. 

    내달 10일로 임기 만료를 앞둔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이 의욕적으로 추진했던 M&A였던 데다가 정몽규 현산 회장과 배석자 없이 담판까지 벌였지만 임기말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없게 된 탓이다. 

    다만 이 회장 후임에 대한 하마평이 없어 유임 가능성도 뒤따르고 있다. 

    ◆일시적 국유화? 기안기금 활용할 듯  

    매각 무산 때는 코로나19 일상화로 항공업황이 당장 개선될 여지가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신규 인수희망자를 찾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시장에서는 재매각시점을 뒤로 미루고 일시적 국유화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많다. 업황이 회복되는 시점까지 기간산업안정기금 등을 통해 지원한 뒤 아시아나항공의 시장 가치가 올라갔을 시점에 매각하는 방안이다. 

    하지만 이 경우, 대주주의 책임회피와 관련한 특혜시비가 뒤따를 수 있다. 

    금융당국 역시 플랜B로 국유화를 배제하지 않고 있다. 

    최근 손병두 금융위 부위원장이 아시아나 국유화 가능성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모든 가능성을 감안해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답하면서다. 

    이를 두고 시장에서는 정부가 아시아나매각 무산을 배제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져 아시아나 주가는 20%이상 뛰었다. 금융위는 뒤늦게 '원론적인 발언'이라고 선을 그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 역시 지난달 29일 국회 정무위 업무보고서 "아시아나는 아시아나대로, 채권단은 채권단 대로 안 됐을 때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아시아나항공이 기안기금을 신청하면 요건에 해당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