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C 출구전략 '혼선'2500억 보증금 소송 변수"양측 대면협상, 마지막 분수령"
  • ▲ ⓒ 아시아나항공
    ▲ ⓒ 아시아나항공
    아시아나항공 매각이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고 있다. '노딜' 우려가 컸지만 채권단과 금호산업이 HDC의 재실사 수용 입장을 제시할 것으로 알려져 새로운 변수가 되고 있다.

    단 조건부 수용은 12주가 아닌 4주가 유력하다.

    13일 HDC와 금호산업에 따르면 양측은 아시아나 거래와 관련한 대면 일정을 조율 중이다. 협상 포인트는 금호의 재실사 수용 여부다. 금호와 채권단은 HDC와의 대면 전 주요 논의 사항을 추릴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는 HDC의 재실사 요청을 인수 포기 명분으로 바라봤다. 거래 지연이 부담스러운 산업은행과 금호가 재실사를 거부하면, 이를 하차 빌미로 활용할 것이라는 해석이었다. HDC는 “지난 7개월간 금호로부터 받은 자료가 미비했다”며 12개월의 재실사를 요구했다.

    대면 협상을 앞두고 업계에서는 새로운 해석이 나온다. 4주간의 재실사 수락으로 금호와 채권단이 반격의 기회를 가질 수 있다는 관측이다. 

    금호는 HDC의 진정성과 거래 지연을 우려해 재실사를 거부해왔다. 하지만 현재는 새 매수자를 찾기 어려운 데다, 무산 시 이어질 2500억 대 보증금 소송을 고려해 입장을 바꿀 수도 있어 보인다.

    금호산업 관계자는 "재실사 여부에 대해 결정한 바 없다"면서 "대면 협상 안건, 일정 등을 현재 조율 중"이라고 설명했다.

    채권단도 빚덩이 아시아나를 직접 떠안기보다는 HDC에 넘기는 게 편하다. 표면적으론 HDC 요청으로 재실사를 수락한 분위기가 형성돼, 산업은행도 추가 협상을 진행할 명분이 생긴다.
  • ▲ 정몽규 HDC 회장 ⓒ 뉴데일리경제
    ▲ 정몽규 HDC 회장 ⓒ 뉴데일리경제
    시장은 HDC의 재실사 요청을 거래 포기를 위한 구실 쌓기로 해석해왔다. 재실사를 요청하면서도 미비점과 보완점을 명확히 짚지 않아 요구 조건이 불분명했다는 지적이었다.

    이 같은 전략은 금호와 HDC간 대면 협상 준비 과정에도 나타났다. HDC는 대표이사 간 만남을 통해 재실사 여부만 정하면 된다고 주장한다. 반면 금호 측은 자료 준비와 함께 실무진부터 대표이사까지 참석하는 구체적인 협상을 제안 중이다. 

    HDC는 재실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것으로 예측해, 이를 포기 사유로 활용했을 것으로 분석된다. 이 경우 “재실사 요청으로 끝까지 의지를 보였지만 금호와 채권단이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는 주장이 가능하다.

    HDC가 쉽게 거래를 결정하지 못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현재 시장 상황은 주식매매계약(SPA) 체결 때와 확연히 달라졌기 때문이다. 당초 계획대로 HDC가 아시아나 부채비율을 300% 아래로 떨어트리려면 최소 4조원의 자금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된다. 

    이는 경영권 인수 자금 2조원과 정상화 자금 2조원을 합한 규모다. 코로나19로 업황 개선 시점이 불분명해 자금 투입은 부담이 크다. 딜을 오래간 끌어온 만큼 웬만한 명분 없이는 당장 하차도 힘든 상황이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금호와 채권단이 재실사를 받아들인다면 HDC의 출구 전략에 큰 변수가 생길 것”이라며 “거래 무산 시 법적 책임, 이행보증금 소송에서 불리해질 수 있기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이번 대면협상에서는 금호와 채권단의 아젠다 세팅이 중요하다”면서 “이번 협상이 거래 방향을 좌우할 마지막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