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근로·사업·재산소득 첫 트리플 감소1분위-5분위 소득격차 5.65배… 지출은 2.92배 차근로소득은 부유층도 줄어… 감소폭은 빈곤층이 4.5배 커
  • ▲ 점심 가격표.ⓒ연합뉴스
    ▲ 점심 가격표.ⓒ연합뉴스
    올해 2분기 중국발 코로나19(우한폐렴) 사태에도 가계소득이 증가했다. 근로·사업·재산소득이 통계 작성이후 처음으로 동반 감소했지만 정부가 전국민 긴급재난지원금을 살포하면서 공적이전소득이 급증한 탓이다.

    가계소득의 근간인 근로소득은 임시·일용직이 상대적으로 많은 저소득층(1분위가구·소득하위 20%)에서 급감했다. 고소득층(5분위가구·소득상위 20%)과 비교하면 4.5배 차이가 났다.

    씀씀이는 교육과 오락·문화, 여행 지출은 줄어든 반면 외출·외식을 꺼리면서 식료품과 가정용품 지출은 늘었다.

    ◇2분기 가구소득 527.2만원…실질소득 6.5%↑ 

    20일 통계청이 내놓은 2020년 2분기 가계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전국 가구당 월평균 소득은 527만2000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기간과 비교하면 4.8%가 늘었다.

    근로소득은 322만원으로 마이너스(-)5.3%, 사업소득은 94만2000원으로 -4.6%, 재산소득은 3만4000원으로 -11.7% 각각 감소했다. 이런 트리플 감소는 2003년 관련 통계 집계이후 모든 분기를 통틀어 처음이다. 반면 이전소득은 98만5000원으로 80.8% 급증했다.

    근로소득은 지난해 2분기 340만원보다 18만원 줄었다. 근로소득이 줄어든 것은 세계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3분기(-0.5%)에 이어 두 번째다. 2분기 취업자 수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0만7000명 줄어든 여파다.

    사업소득은 2018년 4분기 이후로 5분기 연속 감소하다 올 1분기 반등했지만, 한 분기 만에 다시 감소로 돌아섰다. 코로나19 사태로 숙박·음식업 등이 직격탄을 맞으면서 자영업황이 부진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전소득은 전국민에게 준 긴급재난지원금 등 공적이전소득(77만7000원)에 힘입어 역대 가장 큰 폭으로 늘었다. 경조소득이나 퇴직수당, 실비보험 등 비경상소득은 9만원으로 1년 전보다 44.4% 증가했다.
  • ▲ 코로나19 확산에 발길 끊긴 거리.ⓒ연합뉴스ⓒ
    ▲ 코로나19 확산에 발길 끊긴 거리.ⓒ연합뉴스ⓒ
    ◇코로나19 확산에 '집콕' 늘어

    2분기 가계지출은 388만2000원으로 지난해보다 1.4% 증가했다. 가구당 월평균 소비지출은 291만2000원으로 1년 전과 비교해 2.7% 늘었지만, 비소비지출은 97만1000원으로 2.3% 감소했다.

    식료품·비주류음료(20.1%), 가정용품·가사서비스(21.4%), 교통(24.6%) 등에서 지출이 늘었다. 코로나19 영향으로 '집콕' 생활이 늘면서 집에서 음식을 해먹거나 대중교통 이용을 꺼린 게 원인으로 풀이된다. 먹을거리 중에선 고기류(33.6%), 신선수산동물(29.5%), 곡물가공품(25.4%) 등에서 지출이 늘었다.

    보건 지출은 25만3000원으로 7.5% 증가했다. 영양보조제와 마스크 구매가 늘면서 의약품과 의료용소모품 지출이 각각 4.1%와 240.0% 늘었다.

    교통 지출은 38만4000원으로 1년 전보다 24.6% 증가했다. 유류비 인하로 연료비는 11.1% 줄어든 반면 개별소비세 인하로 자동차 구매는 144.0% 급증했다. 특히 코로나19 여파로 항공요금과 선박이용료 등이 포함된 기타운송비는 -41.0%를 기록했다. 코로나19로 외출·여행을 삼가면서 의류, 오락 지출도 감소했다.

    코로나19로 영향을 크게 받은 외식·주점 등 식사비는 1년전보다 4.8% 줄었다. 숙박비 지출도 13.4% 감소했다. 교육 지출은 16만8000원으로 지난해보다 29.4% 줄었다. 자녀 학원비에 쓴돈은 15만8000원으로 1년전(20만6000원)보다 23.4% 감소했다.

    세금이나 사회보험금, 대출이자 등으로 빠져나가는 비소비지출은 평균 97만1000원으로 지난해보다 2.3% 줄었다. 2분기 기준으로 관련 통계 작성이후 최소다. 앞선 분기보다 비소비지출이 감소한 것은 올 1분기와 2분기뿐이다. 근로소득세 등 정기적으로 내는 세금인 경상조세(-5.5%)와 연금기여금(-4.4%), 용돈·경조사비 등 가구간 이전지출(-15.3%)이 줄어든 반면 사회보험료(5.4%)와 이자비용(8.8%)은 늘었다.

    2분기 가구당 가처분소득(실질소득)은 430만1000원으로 지난해보다 6.5% 증가했다.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등의 영향이다. 소비지출 증가보다 소득이 상대적으로 늘면서 가계 흑자액은 138만9000원으로 지난해보다 15.5% 늘었다. 흑자율은 32.3%로 1년 전보다 2.5%포인트(P) 올랐다.

    실질소득에서 소비지출 비중을 따지는 평균소비동향은 67.7%로 지난해보다 2.5%P 내렸다. 100만원을 벌어 67만원을 썼다는 뜻이다. 조사방식이 달랐던 2017·2018년을 빼고나면 통계를 작성한 2003년 이후 가장 적다.
  • ▲ 2분기 소득 5분위별 가계수지.ⓒ통계청
    ▲ 2분기 소득 5분위별 가계수지.ⓒ통계청
    ◇1분위 소득중 공적이전 비중 84%…5분위 13%

    소득 분위별로 보면 저소득층인 1분위(소득하위 20%) 가구 월평균 소득은 177만7000원으로 1년 전보다 8.9% 늘었다.

    1분위 소득을 유형별로 뜯어보면 근로소득(48만5000원·-18.0%), 사업소득(26만3000원·-15.9%), 재산소득(2만5000원·-9.4%)이 줄어든 반면 이전소득(99만6000원·44.9%)은 증가했다. 저소득층의 경우 현 정부 들어 노인일자리 사업 등으로 근로소득이 늘어왔지만, 코로나19 여파로 재정 일자리사업이 중단되면서 근로소득은 줄고 긴급재난지원금 등 지원금으로 이전소득이 크게 늘었다. 이전소득 중 정부가 무상으로 보조하는 공적이전소득은 83만3000원으로 전체 이전소득의 83.6%를 차지했다. 공적이전소득은 1년 전과 비교해 70.1% 증가했다.

    2분위는 343만7000원, 3분위는 479만1000원, 4분위는 630만9000원으로 각각 6.5%, 5.6%, 5.6% 각각 늘었다.

    고소득층(5분위·소득상위 20%)은 1003만8000원으로 2.6% 증가에 그쳤다. 이자나 배당, 임대료 등에 의한 재산소득이 29.9% 감소한 게 소득 증가 둔화의 원인이 됐다. 코로나19 여파로 기업활동과 골목상권이 위축되면서 전반적인 업황이 부진했던 게 원인으로 꼽힌다.

    고소득층과 저소득층의 소득 증가율은 3.4배 차이 났다. 격차가 다소 줄어든 것은 상반기에 지급한 전국민 긴급재난지원금 덕분이다. 소득 수준과 상관없이 지원금을 지급하면서 저소득층에서 소득 증가율이 더 높게 나온 탓이다.

    근로소득의 경우 모든 소득분위에서 감소했다. 다만 1분위에서 18.0% 줄어든 데 비해 5분위는 4.0% 감소에 그쳤다. 4.5배 차이 났다. 코로나19로 상용직보다 임시·일용직이 일자리를 잃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사업소득도 마찬가지다. 2분기 1분위 가구의 평균 사업소득은 26만3000원으로 1년 전보다 15.9% 급감했다. 5분위는 175만9000원으로 2.4% 줄었다. 저소득층 가구의 감소 폭이 6.6배 더 컸다.

    소득불균형 지표로 불리는 5분위별 균등화 처분가능소득은 1분위 154만3000원, 2분위 293만원, 3분위 401만5000원, 4분위 507만9000원, 5분위 793만3000원으로 나타났다. 1분위와 5분위 차이는 5.14배였다.

    가구원 수별로 나눈 가처분소득을 1분위와 5분위 대비로 비교하는 균등화 처분가능소득 5분위 배율은 4.23배였다. 5분위 가구의 실질소득이 1분위보다 4.23배 많다는 뜻이다. 1년 전(4.58배)보다 0.35배P 줄었다. 긴급재난지원금을 전국민에게 준 덕분이다. 재난지원금 등 공적이전소득을 걷어낸 시장소득은 5분위 배율이 8.42배로 나타났다. 1년 전(7.04배)보다 1.38배P 올랐다.

    2분기 소득분위별 지출은 1분위가 155만4000원, 5분위가 453만3000원을 썼다. 1분위 지출은 1년 전보다 3.1%, 5분위는 1.4% 각각 늘었다. 1분위 가구는 식료품·비주류음료(21.3%)와 주거·수도·광열(16.2%), 보건(12.5%), 5분위는 교통(16.7%), 음식·숙박(13.5%), 식료품·비주류음료(12.5%) 등의 순으로 지출 비중이 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