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서 엑시노스 신제품 발표… 모바일AP 역량 뽐내비보 신제품 탑재 확정… 반도체 부족 중국서 기회 발견화웨이 빈 자리 꿰차는 '샤오미-오포-비보'… 삼성 시스템 반도체 성장 계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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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제재로 주춤한 화웨이 공백을 차지하기 위해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적극적인 시장 공략에 나선 가운데 삼성전자가 자체 모바일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인 '엑시노스'를 공급하며 새로운 기회를 맞았다.이미 중국 비보의 내년 1분기 출시 스마트폰 신제품에 탑재키로 한데 이어 무섭게 성장하는 샤오미와 오포 등으로 공급폭을 확대하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5일 관련업계와 외신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오는 12일(현지시간) 중국 상하이에서 자사 모바일 AP인 '엑시노스1080' 공개 행사를 연다. 삼성전자가 중국 현지에서 모바일 AP와 같은 스마트폰 부품을 공개적으로 소개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는 점에서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다.스마트폰에서 AP는 연산 처리의 핵심을 담당하는 부품으로, 사실상 스마트폰 구동의 핵심이자 두뇌로 평가된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지난 2분기 기준 모바일 AP시장 최강자는 미국의 퀄컴(점유율 29%)이고 그 뒤를 대만의 미디어텍(26%)과 화웨이의 자회사인 하이실리콘(16%)이 따르는 형세다. 애플은 자사 스마트폰인 '아이폰'에 탑재되는 AP를 자체 생산하며 점유율 13% 가량을 차지하고 있다.삼성전자도 애플과 마찬가지로 모바일 AP시장 점유율 13% 수준으로 자사 스마트폰인 '갤럭시'에 주로 탑재되는데 만족해야 했다. 시스템LSI 사업부문에서 자체 개발·생산한 모바일 AP 브랜드 '엑시노스'를 꾸준히 발전시켜오고 있지만 아직은 외부 고객이 많지 않다.특히 중국 내에서는 퀄컴 칩에 대한 의존도가 매우 높은 편이었다.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들의 절반 가까이가 퀄컴의 모바일 AP를 채택하고 있고 화웨이를 중심으로 자회사인 하이실리콘의 점유율을 조금씩 높이고 있던 중이었다.그러다 미중(美中) 무역분쟁이 반도체 수급으로 크게 불똥이 튀면서 상황이 반전되기 시작했다. 우선 미국 제재의 집중 타깃이 된 화웨이가 하이실리콘을 통해 생산하던 반도체 생산이 어려워졌고 결국 자사 스마트폰 출시에도 타격을 입기 시작했다.화웨이가 주춤해지면서 이를 뒤따르던 나머지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중국 내에서 점유율 10% 내외를 차지하고 있는 비보, 오포, 샤오미 등이 중축이 돼 화웨이의 빈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에 돌입한 것이다. 중국 내 뿐만 아니라 유럽이나 동남아시아 등 화웨이의 주력 해외 시장에서 발을 넓히기 위해 부품 조달과 생산 확대 등의 구체적인 전략 실행에도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이 과정에서 비보는 일찌감치 삼성과 손을 잡았다. 지난달 비보 행사에서 삼성전자 중국 반도체연구소 판슈에바오 상무가 나서 "최신 5나노 공정을 사용한 엑시노트1080을 내년 1분기 출시하는 비보의 5G 스마트폰 'X60'에 탑재한다"고 밝힌 것이다. 중국 제조사들이 본격적으로 5G폰 출시에 나서면서 모바일 AP 공급처 다변화를 시도했고, 삼성이 대안처로 부상한 것으로 보인다.여기에서 기회를 포착한 삼성은 중국 내에서 고객군을 더 넓히기 위해 발 빠른 전략 구상에 들어갔다. 중국 현지에서 직접 고객사를 만나 보다 중국 제조사들에 맞춤형으로 고안된 엑시노스 신제품으로 적극적인 어필에 나서는 것이다.이번에 삼성이 본격적인 엑시노스 세일즈에 나서며 성과로까지 연결되면 엑시노스를 개발하는 시스템LSI는 물론이고 삼성 파운드리 사업에도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삼성 파운드리가 맡고 있는 주요 생산 중 하나가 자체 모바일 AP이기 때문이다. 신규 고객을 확보하고 생산을 확대함으로써 삼성 시스템 반도체 사업 전반이 성장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