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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기 위해서는 KCGI 반대와 독과점 논란 등 여러 벽을 넘어야 한다.
쉽지않은 과제들인 만큼 현실화까지는 적잖은 난항이 예상된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산업은행은 딜이 무산된 아시아나항공을 대한항공에 넘기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이디어 차원에서 출발했지만 두달여 내부 논의는 상당히 무르익은 것으로 전해진다.
산업은행이 추진하는 시나리오는 이렇다. 한진그룹 지주사인 한진칼이 제3자 배정의 유상증자를 실시하면 참여하고 대한항공은 그 돈으로 아시아나 지분 30.77%를 인수하는 방식이다.
결과적으로 대한항공은 코로나19로 인한 유동성 위기를 넘길 수 있는 자금을 확보하게 되고, 산업은행은 HDC의 인수 포기로 떠안게 된 아시아나 문제를 해결하는 형국이 된다. 겉보기엔 양측 모두 윈윈인 것 같지만 내막을 들춰보면 산적한 과제도 많고 득실 계산도 복잡해 진다.
우선 한진칼 지분 46% 가량을 점하고 있는 3자연합(KCGI-반도건설-조현아)의 반대를 넘어서야 한다. 강성부 KCGI 대표는 언론을 통해 기존 대주주가 있는데 산은이 한진칼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것과 경영권 분쟁 와중에 제3자 배정 유증을 하는 것도 문제가 있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KCGI 입장에서는 산은이 조원태 회장의 우군 역할을 하게 되면 지금까지 경영권 확보를 위해 쏟아 부은 돈과 시간이 모두 허사로 돌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3자연합은 아직까지 공식적인 입장을 정리하지는 못한 상태다. 대한항공이 아시아나 인수 추진을 공식화할 경우 관련 내용을 검토한 뒤 입장을 밝히겠다는 계획이다.
조원태 회장 측의 지분은 대략 41%로 3자연합이 반대를 공식화할 경우 표대결 또는 법적인 공방까지 이어질 수 있다.
무엇보다 산은이 3자배정으로 유증에 참여하면 기존 조원태 회장 측과 3자연합 지분율은 희석되고, 3곳의 지분율이 엇비슷해질 수 있다. 물론 산은이 참여하는 규모에 따라 힘의 균형이 깨질 수 있다는 얘기다.
향후 산은이 캐스팅보트를 쥐고 오히려 가장 큰 목소리를 낼 가능성도 높다. 산은과 3자연합의 경영간섭으로 조원태 회장 의지대로 책임경영을 하기가 쉽지 않을 수도 있다. 만약에 산은이 3자연합 손을 들어주면 경영권이 바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것이다.
물론 조원태 회장은 당장 3자연합과의 경영권 분쟁에서 회사를 지켜낼 수 있는 우군을 얻게 된다. 하지만 향후에 캐스팅보트를 쥔 산은의 행보에 따라서 더 힘겨운 경영권 방어 줄타기를 해야할 수도 있다. 고심이 깊어질 수 밖에 없을 것이란 관측이다.
그렇다고 산은 제안을 거부하는 것도 부담이다. 당장 코로나19 여파로 위기에 몰린 대한항공을 지켜낼 대안이 마땅치 않다. 대한항공은 1조원 규모의 기안기금 신청을 추진할 정도로 재무상태가 악화됐다. 3분기에도 화물 선방으로 겨우 적자를 면해 산은의 손을 뿌리치기 힘든 상황이다.
독과점 논란도 향후 걸림돌이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가 합쳐지면 세계 10위권의 항공사가 탄생하게 된다. 미주 여객노선과 주요 화물 노선의 경우 점유율이 75%를 넘기게 된다. 국내외에서 진행될 기업결합 심사에서 어려움이 예상되고, 시간도 길어질 가능성이 크다.
앞서 HDC와 아시아나의 기업결합 심사도 6개월 정도 소요됐다. 지난 1월부터 한국 공정거래위원회를 시작으로 미국과 중국, 터키, 카자흐스탄, 러시아에서 인수 선행조건 중 일부인 기업결합승인 심사가 진행됐고, 7월에야 마무리될 정도로 오랜 시간이 걸렸다. 동종업계인 대한항공의 아시아나 인수는 경쟁국에서 더욱 예민하게 반응할 수 있어 반발이 심할 것으로 점쳐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