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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사태로 잠잠했던 한진칼 경영권 분쟁이 다시 점화되고 있다.
KCGI를 비롯한 3자연합이 대한항공의 아시아나 인수 결정에 크게 반발하면서 전방위로 확산되는 모양새다.
3자배정 가처분 신청에 이어 임시주총 소집 요구, 주식담보 대출을 통한 현금확보 등 공세가 거칠다. 산은의 개입으로 유리했던 한진칼 경영권 분쟁이 다시 역전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커졌기 때문이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3자연합은 달리 EXIT 명분도 없는 터라 법적·물적인 총공세에 나서고 있다.
산업은행이 8000억원을 투입해 한진칼 3자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할 경우 표면적으로 10.66%의 지분을 확보하게 된다. 반면 기존 조원태 회장 측과 3자연합의 지분율은 각각 약 41%, 약 46%에서 약 36%, 약 40%까지 조정될 것으로 보인다.
10.66%의 산은이 조원태 회장측 백기사가 될 것이란게 3자연합의 우려다.
한진칼 이사 선임은 보통결의(출석주주의 과반수 이상, 발행주식수의 4분의 1이상 찬성), 이사 해임과 정관 변경은 특별결의(출석주주의 3분의 2이상, 발행주식수의 3분의 1이상 찬성)에 해당된다.
즉, 조원태 회장을 해임하기 위해서는 출석주주의 66.6% 이상 찬성을 얻어야 한다. 이대로 한진칼 유증이 마무리되면 '조원태 회장 우호세력+산은'의 지분율은 약 46%가 돼 해임은 불가능해진다. 2년 뒤인 2022년 정기주총에서 임기가 만료되는 조 회장의 재선임 안건도 50%를 넘겨야 되는데 이 역시도 현실적으로 어려워진다.
결국 3자연합의 한진칼 경영권 확보는 사실상 불가능해지는 형국이다.
다급해진 3자연합의 총대는 우선 사모펀드인 KCGI가 멨다.
한진칼의 3자배정 유상증자 결의에 반발해 곧장 신주발행금지 가처분을 제기했다. 오는 25일 법원의 심문이 예정돼 있고, 내달 2일이 한진칼 유증 납입일이어서 그 이전에 판단이 내려질 예정이다.
가처분이 인용되면 대한항공의 아시아나 인수는 원점에서부터 다시 시작해야 된다. 법적인 힘을 빌려 한진칼 유증 자체를 무효화하겠다는 전략이다.
또 KCGI는 지난 20일 한진칼 임시주총 소집을 요구했다. 현 경영진을 교체하기 위해서다. KCGI 측은 “한진칼 이사회는 아시아나항공의 재무상태 등을 면밀히 실사하지 않고, 기존 주주의 권리보호를 고려하지 않은 3자배정 유증을 강행했다”며 “새로운 이사 선임과 정관변경 등을 위해 임시주총 소집 청구를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다만, KCGI는 새로운 이사 선임을 위한 후보들을 제시하지 않았고, 추후에 공개하겠다는 입장이다. 한진칼은 2주일 이내에 임시주총 소집 여부를 결정해 KCGI 측에 통보할 예정이다.
또 3자연합은 신주 발행 관련 유증에 참여할 것을 대비해 자금 확충에 나섰다. KCGI 종속회사인 그레이스홀딩스는 메리츠증권과 한진칼 주식 550만주를 담보로 1300억원을 대출 받았다. 조현아 전 부사장도 우리은행 등에서 주식을 담보로 대출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향후 신주 인수를 위해서 또는 표대결을 염두해 한진칼 지분 확대를 위한 사전포석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조원태 회장도 하나금융투자와 하나은행에서 한진칼 주식 각각 15만주, 42만5000주를 담보로 약 100억원이 넘는 대출을 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대한항공은 일단 법원의 가처분 결정을 예의주시하며, 추가적인 대책 마련을 고심하고 있다.
3자연합에 대해서는 크게 신경쓰지 않는 모양새다. 조원태 회장은 지난 18일 한미재계회의에서 故 조양호 회장의 공로패를 대리 수상한 뒤 기자들과 만나 “(3자연합 관련) 대응 계획이 없다”면서 “가족과의 갈등은 앞으로 계속 풀어가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조 회장 입장에서는 정부 차원에서 진행하는 항공산업 빅딜에 리스크를 감수하면서 동참하기로 한 만큼 3자연합에 휘둘리지 않고, 산업은행과 적극 협력해 아시아나 인수를 마무리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KCGI를 비롯한 3자연합은 대한항공의 아시아나 인수를 한진칼 경영권 분쟁으로 확대하려고 하는 반면, 조원태 회장은 항공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빅딜로 구분하려는 것으로 보여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