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들, 3세대 착한실손보험 이후 관련 누적적자 6조2000억원지급 보험금 상위 10% 가입자들, 전체보험금의 56.8% 차지비급여 의료 이용량 따라 5단계로 차등, 할인·할증 적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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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융당국이 개편한 4세대 실손보험이 중장기적으로 보험사들의 실적 개선에 긍정적 영향을 끼칠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자기부담률을 늘리고, 보험금을 많이 받는 가입자들에게 할증을 적용하는 4세대 실손보험이 보험회사의 손해율을 낮추게 될지 초미의 관심사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지난 9일 보험료 상승의 주범으로 꼽히던 비급여를 특약으로 분리하고, 보험료를 차등으로 적용 및 자기부담률을 높인 4세대 실손보험을 선보였다.

    개편된 실손보험은 내년 7월 출시되며, 충분한 통계 확보를 위해 상품 출시 후 3년이 경과한 시점부터 할인 및 할증을 적용한다. 금융당국은 기존 가입자도 새상품으로 갈아탈 수 있도록 관련 절차도 마련할 예정이다.

    그동안 보험사들은 실손보험 손해율이 급격하게 높아져 관련 적자가 누적됐다. 2017년 4월, 3세대 착한실손보험 출시 이후 올해까지 누적적자는 6조2000억원에 이른다. 삼성화재, 현대해상, DB손해보험, KB손해보험 등의 손보사들은 지난해 당기순이익이 전년 대비 급감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기존 실손보험 판매사 30곳 중에서 작년말 기준으로 판매를 중지한 곳은 11곳이나 된다. 보험사들 입장에서 실손보험은 판매할수록 손해가 나는 애물단지라는 얘기다.

    이는 일부 가입자들의 의료 과소비로 보험금을 많이 챙겨갔기 때문이다. 실제로 상위 10%가 전체 보험금의 56.8%인 354만원을 지급받았다. 이는 평균 보험금 62만원을 크게 웃도는 수치다. 1인당 지급보험금 상승은 실손보험료 부담 증가로 이어졌다.

    업계에서는 4세대 실손보험 상품이 나오면 실적 개선에 도움이 될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하지만 여러가지 관측이 많아 속단하기 이르다.

    핵심은 기존 3800만명(단체보험, 공제계약 포함) 가입자들이 내년 7월 출시될 실손보험 상품들로 얼마나 전환할지 여부다.

    업계 관계자는 “기존 가입자들이 신규로 갈아타지 않으면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며 “그동안 보험금을 많이 지급받았던 가입자들은 굳이 4세대 실손보험으로 전환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4세대 실손보험은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 의료 이용량에 따라 보험료를 5단계로 차등 적용한다. 보험금을 많이 받은 가입자 1.8%는 할증, 비급여 보험금이 100만원 미만인 25.3%는 현행 유지, 보험금을 한번도 받지 않은 대다수 가입자 72.9%는 할인이 적용된다.

    자기부담률도 조정됐다. 기존에 급여 10%, 비급여 20%에서 각각 20%, 30%로 늘어났다. 1999년 9월 표준화 이전 손보사들이 출시했던 첫 실손보험 상품은 자기부담이 전혀 없었고, 2009년 10월 표준화 실손보험도 자기부담비율이 10% 밖에 되지 않는다.

    즉, 당시에 가입했던 고객들은 자기부담비율이 높아진 4세대 실손보험으로 전환하는 것을 꺼릴 수 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또 본인이 비급여 의료를 많이 이용하는 가입자들은 할증이 많이 붙는 4세대 실손보험으로 갈아탈 이유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보험료는 1등급의 경우 5% 할인, 2등급은 현행 유지, 3등급~5등급은 각각 100%, 200%, 300% 할증이 적용된다.

    따라서 양극화가 나타날 것이란 관측도 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기존 보험은 보험금을 많이 청구하는 가입자들이 남아, 보험료가 높아지게 될 것”이라며 “보험금 지급을 받지 않았던 가입자들은 할인을 받기 위해 4세대 실손보험으로 전환할 가능성이 높다”라고 말했다.

    이어 “이렇게 되면 보험료가 인하된 4세대 실손보험 가입자들과 상대적으로 보험료가 비싼 기존 실손보험 가입자들로 양극화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4세대 실손보험의 보험료는 2017년 출시된 착한실손보험에 비해 약 10%, 2009년 이후 표준화된 실손보험에 비해 약 50%, 표준화 이전 실손보험보다 약 70% 인하된다.

    결과적으로 각자 가입자들의 실손보험 이용 빈도나 패턴에 따라서 본인이 내는 보험료에 비해 자신이 받을 수 있는 혜택(지급 보험금, 할인)을 비교해서 기존 실손보험에 남아있거나 4세대 실손보험으로 전환할 것으로 예상된다. 때문에 현재로써는 보험사들의 유불리를 따지기는 어렵다는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불합리한 제도를 개선하려고 노력했다는 점에서 시간을 갖고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