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손보험사 표준약관 개정 근거, 10년 넘게 이어진 미지급 논란 요양급여와 분리된 ‘본인부담상한제’, 취지 부합하는 형태로 변화될까 복지부-금융위, 공동 시행령 개정 사안으로 고민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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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치료비가 많이 나온 환자들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만들어진 ‘본인부담상한제’가 계륵으로 전락했다. 공적보험인 건강보험 영역에서 소득구간별 상한금액을 설정해 의료비를 되돌려 주는 제도인데, 환급금만 연간 2조원이 넘는다. 

    막대한 규모지만 그 혜택이 환자에게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다. 실손보험사가 보험금 지급과정에서 본인부담상한제를 공제하고 지급하는 규정을 표준약관에 넣어 10년 넘게 적용 중이기 때문이다. 

    13일 정부 관계자 등에 따르면, 본인부담상한제 개선방안은 지난 2017년부터 관계부처가 참여했던 공사보험협의체에서 매듭을 짓지 못했고 추후 만들어질 ‘공사 의료보험연계위원회’에서 다루게 될 전망이다. 

    현재 보건복지부와 금융위원회는 각각 건보법과 보험업법 개정안을 내놓았고 공동위원회 구성 및 공동시행령 개정이 가능하다는 내용을 입법예고 중이다. 관련 내용이 통과되면 세부 내용 중 하나로 본인부담상한제 개선책이 논의된다. 

    ◆ 취지 무색해진 ‘본인부담상한제’

    국민건강보험공단은 매해 본인부담상한제 환급금을 결정한다. 작년 9월 기준 자료에 따르면, 총 147만9972명이 2조137억원을 돌려받는 것으로 확정됐다. 

    전년도 의료비 지출을 근거로 연간 총액이 개인별 상한금액(작년 기준 81만∼580만원)을 초과하면 초과액만큼을 건보공단이 부담하는 방식이 적용된다. 

    본인부담상한제 적용 대상자와 지급액은 늘어나는 추세다. 문재인 케어로 인한 건강보험 급여 항목 확대로 인해 자연스럽게 그 규모는 커지고 있다. 

    의료비 부담을 줄이기 위한 복지책 일환으로 2조원이 넘는 환급금이 환자에게 들어가는 것이지만, 실손보험사가 이를 제외하고 보험금을 지급하고 있다. 

    즉, 공적보험의 영역에서 제공되는 혜택을 민간보험이 개입해 제도 자체를 무의미하게 만들어버린 것이다. 

    실제 이 문제를 두고 각종 민원과 소송은 이어지고 있다. 소득분위를 구분해 저소득층이 겪는 의료비 부담을 덜어주겠다는 취지의 제도와 달리 오히려 환자와 민간보험사와 갈등이 지속되고 있다. 

    ◆ 실손보험사 반사이익 ‘함정’, 제도개선 필요성  

    본인부담상한제를 시행 및 운영 중인 복지부와 건보공단은 환자에게 혜택이 온전히 돌아가는 것을 원하고 있다. 제도의 취지에 부합하는 형태로의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복지부와 건보공단 실무자는 “암이나 희귀질환으로 의료비 부담이 큰 국민을 경제적 위기에서 보호하기 위해 만든 제도의 취지가 유지돼야 한다. 하지만 사적보험 표준약관에 개입하기 어려운 한계가 있었다. 논의를 통해 개선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환자단체에서는 본인부담상한제 환급금을 실손보험사가 지급하지 않는 문제를 즉각 개선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미 제도의 취지가 무색해졌고 관련 부처도 방임으로 일관했기 때문이다.

    김성주 한국암환자권익협의회 대표는 “본인부담상한제는 민간보험사의 반사이익으로 귀결됐다. 연간 2조가 넘는 규모인데, 환자에게 보험급을 제외하고 지급하는 행태가 벌어지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건강보험은 공공성과 공정성이 어느 분야보다도 강조돼야 한다. 이를 묵인한 채 실손보험사의 배만 불리는 이러한 행태는 즉각적으로 개선되고 바뀌어야 한다. 복지부와 금융위가 어떤 결정을 내릴지 지켜볼 것”이라고 경고했다. 

    ◆ 공사보험 연계, ‘미지급 지침’ 개정 이뤄질까  

    본지 취재결과, 복지부와 금융위 관계자는 공사보험연계법에 관련 내용을 세부안건으로 올렸고 의견을 주고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구체적 내용이나 합의점은 나오지 않았지만, 공동 시행령 개정에 본인부담상한제 관련 내용이 명시될지 주목된다. 

    쟁점은 2009년 10월 실손의료보험 표준약관 개정을 통해 ‘건강보험 또는 의료급여 법령에 따라 사전 또는 사후환급이 가능한 금액’을 보상하지 않는다고 명시한 부분을 재개정할 수 있는 근거가 만들어질지 여부다. 
      
    이 표준약관 개정이 본인부담상한제에 따른 환급금을 미지급해도 된다는 지침으로 지난 십여 년간 활용됐다. 
     
    실제 금감원 금융분쟁조정위원회 조정결정서 등을 살펴보면, 본인부담상한액 초과금액을 건보공단으로부터 환급받으면 요양급여의 본인부담금이 줄어들게 되므로 보험금 지급대상에서 되는 것이 타당하다고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건보공단은 보험급여의 종류에서 요양급여와 본인부담상한제는 별도의 형태로 구분하고 있다. 본인부담상한제를 통한 환급금은 건강보험료로 조달되는 공적부분으로 금감원의 해석과 다른 맥락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복지부와 금융위가 해석상 오류가 많은 본인부담상한제의 맹점을 합리적으로 개선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복지부와의 협의체 과정에서 관련 내용을 전달받았고 추후 구체적 논의를 이어갈 예정이다. 검토 중이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