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시경제 지표 좋아…국민 체감경제 좋다는 의미 아냐""부동산 안정화 실패…인구감소에도 가구수 급증 예측 초과""4차 재난지원금 논의 일러… 선별지급 방식이 바람직""한·일 과거사 사안별로 해법찾아야"… 한·미-한·중 관계는 줄타기
  • ▲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열린 신년 기자회견에서 기자 질문에 답하고 있다.ⓒ연합뉴스
    ▲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열린 신년 기자회견에서 기자 질문에 답하고 있다.ⓒ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중국발 코로나19(우한 폐렴) 사태와 관련해 "국민 삶과 고용이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회복되는데 보다 긴 시간이 걸릴 수 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18일 청와대에서 온·오프라인을 병행하는 방식으로 신년 기자회견을 갖고 "우리 경제가 거시적으론 대단히 좋지만, 거시경제 지표가 좋다는게 국민이 체감할 정도로 경제가 좋아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진 않는다"며 이같이 전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들이 역성장했지만, 한국은 선방하며 최상위권 성장률을 유지했다"며 "한국은 올 상반기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회복할 거라는 자신감을 가지고 있다. 지난해와 올해 경제성장률을 합쳐서 코로나 이전 수준을 회복하는 나라는 극히 드물다"고 부연했다. OECD는 지난해 12월초 '2020~2022년 세계경제전망'을 발표하면서 2019년 국내총생산(GDP) 수준을 100으로 봤을때 올해 37개 회원국중 노르웨이(102.0), 한국(101.7), 터키(101.6), 리투아니아(100.6), 스웨덴(100.0) 등 5개국만 코로나19 위기 이전 수준을 회복할 것으로 전망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정부가 코로나19로 말미암은 격차와 불평등 해소를 위해 최선을 다할테니 국민도 정부를 믿고 힘을 모아달라"고 당부했다.

    문 대통령의 이번 발언은 국민이 체감하기 어려운 거시경제 지표만을 강조하며 자화자찬 일색으로 흐르지 않았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거시경제 지표가 국민이 체감하는 현실과 동떨어질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하며 뜬구름 잡는 식의 유체이탈 화법으로 국민 정서를 자극해 역풍을 맞지 않기 위해 몸을 낮추려는 의도가 읽히는 대목이다.
  • ▲ 아파트 단지.ⓒ연합뉴스
    ▲ 아파트 단지.ⓒ연합뉴스
    민감한 부동산문제와 관련해서도 "우리 정부에서 과거 정부보다 많은 주택공급 계획을 갖고 있어 부동산 투기를 잘 차단하면 주택공급이 충분할 거라 생각했으나 결과적으로 부동산 안정화에 성공하지 못했다"며 부동산정책이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점을 재차 인정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11일 신년사에서 "주거문제의 어려움으로 낙심이 큰 국민들께는 매우 송구한 마음"이라며 사실상 처음으로 부동산문제에 대해 사과했다.

    문 대통령은 "2019년은 전년보다 2만가구 늘어난데 비해 지난해는 저출산과 인구 감소 추세에도 전년보다 18만가구가 늘어나며 총 61만 가구가 급증했다"면서 "분석이 필요하지만 예측할수 없을 정도로 가구수가 늘면서 주택 수요가 증가한 거로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가구수가 늘어난다고 주택 구매 수요로 바로 이어지는 건 아니다", "인구 감소에도 젊은층이 성장하면 분가하게 돼 가구수가 늘게 돼 있다"며 정부의 수요 예측 판단에 허점이 있었다는 점도 간접 시인했다. 다만 그는 "부동산 공급은 중장기 계획으로 이뤄진다"며 수요 예측과 관련해 앞선 정부에 책임을 떠넘기려는 듯한 발언도 했다.

    문 대통령은 정치권에서 제기되는 제4차 재난지원금 지급 논란과 관련해선 "올해 본예산이 막 집행되는 단계에서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통한 4차 지원금 논의는 너무 이르다"고 선을 그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보편 지급을 주장하는 것과 관련해선 "지금처럼 방역이 어려운 상황에서 소상공인 피해가 지속된다면 선별방식으로 지급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며 "다만 (코로나19가) 거의 진정돼 국민 사기 진작 차원에서 지원금을 주자는 상황이라면 그때는 보편 지급도 생각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상황에 따라 지급방식은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여당에서 주장하는 이익공유제와 관련해선 "과거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때 FTA로 혜택을 보는 제조업이나 공산품업체가 피해를 보는 농업·수산업을 돕기 위해 농어촌상생기금을 조성한 사례가 있다"면서 "이름이 어떻게 붙든 (코로나19 상황에서) 돈을 더 번 기업이 피해를 본 대상을 돕는 운동이 자발적으로 일어나고 참여기업에 정부가 인센티브를 주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라고 사실상 찬성의 뜻을 밝혔다.
  • ▲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연합뉴스
    ▲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연합뉴스
    문 대통령은 미국 바이든 행정부 출범을 앞둔 상황에서 한·미, 한·중 관계를 묻는 말에는 "한·미 관계는 외교안보에 국한되지 않고 경제, 문화, 기후변화까지 포괄적 동맹관계로 발전하고 있다"며 "중요성을 더 말씀드릴 필요가 없다"고 했다. 이어 "한·중관계도 최대 교역국가이면서 환경분야와 한반도 평화증진을 위해 협력해 나가야 한다"며 "여건이 갖춰지면 지난해 코로나19로 성사되지 못한 시진핑 주석의 방한이 실현될 수 있게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경제전문가들이 바이든 행정부에서도 미·중간 기술패권 갈등이 지속될 거라는 관측이 우세한 가운데 앞으로 정부의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는 부분이다.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우리의) 성장 기반은 수출이었고 당시 미국은 세계의 시장, 중국은 세계의 공장 역할을 했다"면서 "지금은 미·중이 갈라진 상황이어서 앞으로 (우리 정부가) 미·중 사이에서 어떤 태도를 취할지, 신남방 등 신규시장을 어디로 확장할지를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꽉 막힌 한·일 관계와 관련해선 "과거사는 과거사고 한·일간에 미래지향적으로 발전시켜야 하는 것은 그것대로 또 해나가야 할 문제"라고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양국간 현안과 관련해 "수출규제 문제가 있고 강제징용 판결 문제가 있다"며 "과거사 문제도 사안별로 분리해 해법을 찾을 필요가 있다. 여러 문제를 연계해 하나가 해결될때까지 다른 분야 협력을 멈춘다든지 하는 태도는 현명하지 못한 방법"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