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0선 돌파한 코스피, 공매도 재개를 앞두고 개인 투자자 주가 폭락 우려감 극심외국인 투자자 유입, 가격 발견 등 순기능도 뚜렷함에도 이분법적 논쟁은 문제재보궐 선거 앞둔 정치권은 연일 당국 압박…"정치권 포퓰리즘 행보에 자칫 시장 부작용 커질까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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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가파르게 상승하며 박스권을 벗어난 코스피는 올해 3000선을 돌파, 그야말로 새 역사를 쓰고 있다. 오는 3월15일 공매도 재개를 앞두고 이같은 상승 랠리가 꺾일 것을 우려한 개인 투자자들과 이에 합세한 정치권은 연일 당국을 압박하고 있다. 공매도가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주장과 적정 주가 유지 기능이라는 주장이 여전히 팽팽히 맞서는 가운데 당국은 한발 물러선 모습이다. 

    2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오는 3월 예정대로 공매도 재개 입장을 공식화했던 금융당국 기조에 변화가 감지된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지난 19일 2021년 업무계획 브리핑에서 "(공매도는) 저를 포함해 금융위의 어느 누구도 속 시원하게 말씀드릴 수 없다"면서 "최종 결정이 나올 때까지 기다려달라"고 말했다. 은 위원장은 "2월 정기국회가 열리면 의원들의 의견을 듣는 과정이 있을 것"이라고도 했다.

    앞서 금융위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주가가 급락하자 증시 안정화를 위해 지난해 3월부터 6개월간 한시적으로 공매도를 금지했다. 이후 6개월 재연장해 오는 3월 15일까지 공매도가 금지된 상태다. 

    한시적 금지 기간 종료를 앞두고 올해 금융위는 공매도 재개를 방침을 연거푸 밝힌 바 있다. 시장조성자의 공매도 기회는 기존보다 절반 수준으로 축소하고 불법 공매도 방지를 위해 점검 주기 단축, 불법공매도 적발 시스템 개발 등 시장감시를 강화한다는 내용의 제도 개선 방향도 함께 발표했다. 

    그러나 사뭇 분위기가 달라진 최근 금융위의 입장은 개인투자자들의 발언을 의식한 정치권의 압박과 무관치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4월 재보궐선거를 앞둔 정치권은 물론 총리까지 나서서 공매도 재개 반대 입장을 밝힌 상황에서 금융위가 원칙만을 고수하는 것이 부담으로 작용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기울어진 운동장" 개인 반발에 합세한 정치권

    지난해부터 이어진 가파른 증시 상승 배경에는 개인 투자자들과 공매도 금지 조치가 있었다는 평가가 중론이다. 

    실제 개인투자자들은 지난해 국내 증시에서 64조원가량 순매수했고, 올해 역시 10거래일만에 14조원을 사들였다. 한시적 유예 조치 이후 코스피는 무려 83%, 코스닥지수는 94% 급등했다. 글로벌 증시와 비교할 때도 기록적인 상승률을 보였다. 한국거래소가 지난해 11월 23일부터 올해 1월 6일까지 집계한 G20 국가의 대표 지수 상승률 평균은 7.1%, 코스피는 16.5%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공매도 금지조치 해제를 앞두고 개인투자자들의 불안감이 상당하다. 주가 하락이 예상될 때 주식을 빌려서 판 뒤 주가가 떨어지면 싼 값에 사서 되갚아 차익을 얻는 공매도 특성상 특정 종목의 하락을 부추기는 역할을 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개인들은 국내 공매도와 관련 비정상적인 공매도로 주가폭락이 이뤄지는 경우가 많았다는 측면에서 제도 재개 후 하락장에 대한 우려를 쏟아내고 있다. 특히 대부분 정보력과 자금력이 높은 기관과 외국인에서 공매도가 이뤄지기에 형평성에 맞지 않다고 지적한다. 개인투자자로 구성된 권익보호단체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는 공매도 폐지를 위한 온라인 국민청원 운동을 진행하고 있다. 한투연은 공매도가 예정대로 재개될 시 공매도 폐지 촉구 집회 등 즉각 행동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개인 반발이 연일 거세지자 오는 4월 재보궐 선거를 앞두고 여당을 중심으로 한 정치권도 이같은 분위기에 합세하고 있다. 

    양향자·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공매도 제도 개선과 불법 행위 차단 대책 없이 재개를 강행하는 해선 안 된다는 입장을 연일 강조하고 있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공매도에 대해 "개인적으로 좋지 않은 제도라고 생각한다"는 입장을 피력하기도 했다.

    ◆증시 과열 우려감 높아…이분법적 논리 대신 공매도 순기능 고려한 손질 필요

    그럼에도 공매도를 원칙대로 재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만만치않다. 적정 가치를 넘어선 주식의 고평가와 거품 조장을 방지하는 공매도의 순기능에 무게를 두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가격발견의 효율성을 높이고,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하는 기능이 있다는 측면에서 공매도를 재개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주장한다.

    미국과 영국 등 주요 국가들은 코로나 사태 이후에도 공매도를 유지하고 있고, 한시적으로 공매도를 금지했던 국가들도 우리나라와 인도네시아를 제외하곤 이미 재개했다. 글로벌 스탠다드와 달리 시장이 운영될 경우 신뢰도 측면에서 외국인 투자자들의 안정적인 자금 유입이 어려울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공매도 금지 연장 또는 재개 여부는 코스피의 단기 등락 변수는 될 수 있어도 추세에 영향을 주지 않겠지만 외국인 투자자 입장에서는 공매도라는 헤지 수단을 바탕으로 순매수에 적극성을 보일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공매도 제도 폐지에 논쟁이 집중되는 형국이지만 불합리한 부분은 해소하고 긍정적 기능은 살리는 등 정교한 손질이 필요하다는 주장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금융당국도 올해 업무계획 발표에서 공매도 재개에 앞서 불법 공매도에 대한 처벌 강화를 원칙으로 내세우며 투자자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겠다고도 밝혔다. 개인 투자자에 대한 공매도 문턱을 낮추고, 시장조성자 공매도를 축소하고, 불법 무차입 공매도 적발 강화를 위한 감시망을 손질하기로 했다. 

    다만 당국의 공매도 재개 의지가 실현될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시장 관계자는 "단기과열 국면에 있는 증시 거품을 줄여야 하는 시점"이라면서 "공매도가 시장의 하락세를 부추기는 악법이 아닌데도 이분법적인 논의가 지속되고 있다. 자칫 정치적 논리로 변질돼 더 큰 부작용을 만들까 우려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