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 역량과 ICT 기술 융합아마존-죽스, 애플-현대차·기아도 물망경쟁 우위 선점… 합종연횡
  • ▲ 도로 위를 달리는 자동차 ⓒ뉴데일리DB
    ▲ 도로 위를 달리는 자동차 ⓒ뉴데일리DB
    자동차 산업의 지형이 바뀌고 있다. 전기차와 자율주행 개발이 빨라지면서 완성차 업체와 IT 회사 간 ‘전략적 짝짓기’가 활발하다.

    '움직이는 정보기술(IT) 기기' 혹은 '달리는 컴퓨터'로 차의 개념이 바뀌고 있는 것이다.

    기술과 제조 역량을 공유해 비용을 절감하고 미래 먹거리를 함께 발굴하기 위함이다. 경계를 넘어 미래 경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려는 합종연횡이 본격 시작됐다는 분석이다.

    미국 포드는 구글과 사업 협력 계약을 맺었다. 포드는 2023년부터 내놓는 모든 차에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를 탑재할 계획이다. 고급 브랜드 링컨도 마찬가지다.

    내비게이션 대신 구글 지도, 음성 인식, 검색 등 다양한 응용프로그램(앱)을 이용할 수 있게 됐다. 인포테인먼트(정보·오락) 장치가 하나의 스마트폰이 되는 셈이다. 나아가 제조 과정에 클라우드(가상 서버) 플랫폼을 활용하기로 했다. 

    이번 계약은 짐 팔리 포드 최고경영자(CEO)와 내부 판단이 주효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독자적인 개발을 고집하지 않고 실익을 우선시한 것이다. 팔리 CEO는 “전략의 가장 중요한 부분 중 하나가 협력”이라고 강조했다.

    제너럴모터스(GM)는 마이크로소프트(MS)와 자율주행 기술을 개발하기로 했다. MS는 GM의 자회사인 크루즈에 20억달러(약 2조2000억원)를 투자한다. 이번 투자에는 일본 혼다, 기관투자가 등이 참여했다.

    크루즈는 MS의 가상 서버 플랫폼 ‘애저’를 써서 자율주행 관련 서비스를 출시하게 된다. GM은 “MS와 장기적으로 전략동맹을 수립한다”며 “크루즈가 규모를 키우고 자율주행이 주류가 되도록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GM은 물류 기업인 페덱스에 전기차를 투입하는 사업 ‘브라이트 드롭’도 시작했다. 페덱스와 시범사업을 운영한 데 이어 연내에 전기 밴 500대를 공급할 예정이다. 전기차 제조 역량을 이용한 다양한 미래 먹거리를 키우려는 포석이다.

    아마존은 자율주행 스타트업 ‘죽스’를 인수함으로써 자율주행 기반의 로봇택시 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다. 동시에 배송 전기 트럭에도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밖에 중국 바이두는 스웨덴 볼보를 보유한 지리차와 손을 맞잡았다. 

    업계에선 이 같은 연합전선을 구축하는 사례가 더 많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당장 전기차와 자율주행으로 전환하는 속도를 높이면 경쟁에서 주도권을 쥘 수 있을 것이란 판단이다.

    또 산업에 쳐놓은 엔진이란 거대한 진입장벽이 전기차로 넘어가면서 흔들리는 것도 상당한 부담이다. 이미 미래차 중심으로 시장이 빠르게 바뀌면서 테슬라, 웨이모, 바이두, 니오, 샤오펑, 리오토 등 새로운 경쟁 상대가 등장했다.

    현대차가 보스턴다이내믹스를 인수하고 기아와 애플 간 협력이 떠오르는 것 또한 이 연장선상에 있다. 현대차·기아는 “애플과 자율주행 개발에 대한 논의를 진행하고 있지 않다”고 밝혀 일단 선을 그었지만 거꾸로 전기차 협업 가능성은 여전하다는 분석이 많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는 이동 수단을 넘어 자율주행은 물론 공간이자 정보, 쇼핑, 의료 기능 등이 총망라된 새로운 개념이 될 것”이라며 “제조 역량과 IT 기술에 막대한 투자를 해야 살아남을 수 있는 상황에서 기업 간 협업에 따른 진영 대결구도가 벌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