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슈머' 트렌드 악용… "모두 재미있어야 재미"화학첨가 제품 디자인에 식품은 '위험'정부 관련 제재 없어… 규제 마련 촉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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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업계를 중심으로 한 '이색 콜라보레이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식품과 아예 관련이 없는 화학제품 등의 디자인을 따온 제품이 잇따라 출시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무분별한 콜라보레이션이 자칫 비극을 불러올 수 있다며 관련 규제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2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곰표', '말표' 맥주의 흥행 이후 이색 콜라보레이션 식품이 출시되고 있다.BGF리테일이 운영하는 CU가 출시한 '말표 구두약’ 콜라보 상품, GS리테일과 모나미의 '유어스모나미매직스파클링', 세븐일레븐과 성신양회의 ‘천마표 시멘트 팝콘’이 대표적이다. 이 외에도 바둑알 모양의 초콜릿인 미니 바둑 초콜릿, '딱붙캔디(딱풀의 디자인을 한 캔디)' 등도 나왔다.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같은 콜라보레이션이 어린이나 노인층을 위험으로 몰아넣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 이용자는 "분명 먹어서 안 되는 화학약품 첨가 브랜드를 식품에 사용하는 것에 대한 규제가 왜 없나"라며 "아이들이 매직 잉크를 빨아 먹으면 어쩔건가. 구두약 열어서 초콜릿인줄 알고 퍼먹으면 어쩌려고 하나"고 지적했다.현재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어린이의 건전한 정서를 해할 우려가 있는 식품 또는 그러한 도안이나 문구가 있는 식품은 제조·수입·판매를 금지하고 있다. 하지만 브랜드 간 마케팅에 사용된 디자인에 대한 규제는 없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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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도 치열해진 경쟁 속에서 다양한 제품이 생산되는 것은 좋지만 무분별한 콜라보레이션 마케팅 기획은 독이 될 수 있다며 경계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콜라보레이션의 의미는 서로 다른 브랜드의 가치가 연결돼 시너지를 낸다는 데 있다. 예상치못한 두 브랜드의 만남에 소비자들이 열광했던 것은 이 때문이다. 가치의 연결과 시너지. 두 가지가 없다면 콜라보레이션의 의미가 없다.콜라보레이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브랜드 마케터들의 어려움도 충분히 예상된다. 이미 다양함에 노출된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서는 '웬만한' 콜라보레이션으로는 어림없기 때문이다.최근 식품업계에 불어닥친 이른바 재미와 쇼핑을 모두 추구하는 '펀슈머(fun+consumer)' 트렌드 등은 이같은 이색 콜라보레이션의 가속화를 야기했다.하지만 이들이 말하는 '재미(fun)'는 마치 학교폭력 같다. 재미라는 이유 뒤에 숨어 무엇이든 용인되는 것처럼 굴고 있다. 마케터들만 '재미'있고, 누군가는 억지 웃음을 지어야 하는 상황이다.어디서부터 무엇이 잘못된걸까. 유성 매직 모양의 음료수와 구두약 모양의 초콜렛, 딱풀 모양의 사탕을 보며 웃을 수만은 없는 사람들에게 말한다. 당신은 시대를 쫓아가지 못하는 '꼰대'가 아니라고. 재미없다고, 불편함을 드러내도 괜찮다.재택근무로 바빠 치우지 못한 당신의 책상 위 매직잉크를 아이가 마시는 것을 무서워해도 된다. 돋보기 없이는 설탕과 소금의 글씨를 구분하지 못하시는 당신의 노모가 요쿠르트인줄 알고 화학약품을 들이킬 수 있다는 점을 두려워해야만 한다.치열한 경쟁 속, 맥락도 의미도 없는 무분별한 콜라보레이션의 희생양은 절대 나와서는 안 된다.